(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승자의 여유일까.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자책골을 내주며 조롱을 받았던 잉글랜드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리를 거둔 후 스코틀랜드 팬들을 조롱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스타'는 13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과 맨유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가 스코틀랜드 팬들로부터 조홍을 받은 후 SNS을 통해 웃음을 터트렸다"라고 보도했다.
잉글랜드는 13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위치한 햄던 파크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전반전에 필 포드(맨체스터 시티)과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의 득점으로 2골 리드한 잉글랜드는 후반 22분 매과이어의 자책골로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후반 46분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2골 차 완승을 거뒀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이와의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 예선 C조 5라운드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를 제압하면서 9월 A매치 2연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경기가 끝나고 많은 이들이 잉글랜드의 결과보다 매과이어의 실수에 더 주목했다. 이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매과이어는 후반 22분 스코틀랜드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다 실패하면서 자책골을 내줬다.
자책골로 추격의 빌미를 내주자 스코틀랜드 팬들은 매과이어가 공을 잡고 패스할 때마다 환호하면서 그를 조롱했다.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월드 클래스 공격수 케인이 다시 점수 차를 벌리며 잉글랜드의 승리로 끝났지만 하마터면 스코틀랜드에게 경기 주도권과 분위기를 내줄 뻔했다.
경기 후 많은 이들이 매과이어와 그를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에 발탁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비판했다. 2023/24시즌이 시작된 후 매과이어는 맨유에서 교체로만 단 1경기 나왔을 뿐인데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면서 '편애 의혹'이 불거졌다.
시즌 개막 후 매과이어가 출전한 경기는 지난 4일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맞대결이 유일하다. 당시 벤치 명단에 포함된 매과이어는 후반 22분 발 쪽에 충격을 입은 아르헨티나 센터백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대신해 투입됐다. 경기 결과는 맨유의 1-3 역전패였다.
소속팀에서 후보로 기용되고 있음에도 평소 매과이어를 높게 평가해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 센터백으로 낙점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매과이어는 맨유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5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고, 우크라이나전을 포함해 2023년에 치른 A매치 5경기 모두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우크라이나전 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매과이어를 마크 게히(크리스털 팰리스)와 함께 센터백 파트너로 기용했다. 이날 매과이어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95%(97/102), 롱패스 성공률 60%(3/5), 공중볼 경합 승률 100%(4/4) 등을 기록하면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매과이어는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잉글랜드 수비진엔 리바이 콜윌(첼시), 피카요 토모리(AC밀란), 루이스 덩크(브라이턴) 등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 대신 매과이어를 계속 선발 기용하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셀틱에서 차두리와 기성용을 지도했고, 프리미어리그 볼턴을 이끌었을 때 이청용과 함께하면서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닐 레넌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뛰었던 피카요 토모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AC밀란에서 뛰고 있다"라며 "토모리를 기용해 봐라! 매과이어는 뛰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계속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매과이어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애완동물로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더 많은 감시를 받고 있다. 그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 18개월 동안 매과이어를 지켜봤는데, 그는 대표팀에 선발될 만큼 충분한 경기 시간을 갖지 못했다"라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여전히 매과이어를 대표팀에 뽑는 걸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다른 선수보다 매과이어를 택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과이어는 자신의 경력을 위해서라도 맨유를 떠나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라며 "만약 매과이어가 경기에 나와 실수를 한다면, 그는 모든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레넌 감독의 주장대로 매과이어는 우크라이나전 바로 다음 경기인 스코틀랜드전에서 실수를 범하며 자책골을 기록하자 온갖 비판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상대팀 팬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조롱 받았음에도 매과이어는 자신의 SNS에 이번 A매치 소감을 적으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매과이어는 13일 자신의 SNS에 경기 사진들과 함께 "선수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캠프, 조국을 대표하는 언제나 기쁘다"라며 "그들이 어디를 가든지"라고 작성하면서 9월 A매치 기간 동안 대표팀에 소집돼 기쁘고 즐겁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인 "그들이 어디를 가든지(Everywhere they go)"는 스코틀랜드를 조롱하는 노래에서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스타'에 따르면, 잉글랜드 팬들은 스코틀랜드와 경기를 할 때 "스코틀랜드는 박살 난다. 그들이 어디를 가든지(Scotland get battered, Everywhere they go)"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조롱한다.
자책골을 기록하며 경기장에서 조롱까지 받은 매과이어가 SNS을 통해 경기에서 패한 스코틀랜드 팬들을 향해 반격에 나서자 몇몇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매과이어 행동에 열광했다.
한편, 경기가 끝나고 매과이어가 받은 비난과 조롱에 대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매과이어는 황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라며 "농담 같지도 않다. 매과이어 같은 푸대접을 받은 선수를 본 적 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과이어는 역사상 두 번째로 훌륭한 잉글랜드 국가대표 팀에서 기둥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라며 "매번 매과이어가 출전할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최고의 선수다. 국가대표팀 모두가 그를 지지하고 있으며, 팬들도 만족하고 있다"라며 매과이어를 변호했다.
스코틀랜드 팬들이 한 조롱에 대해선 "스코틀랜드 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제 될 요소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잉글랜드 경기 해설가들과 스스로를 축구 전문가랍시고 부르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매과이어는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어깨를 펴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인성도 좋은 선수이다"라며 오히려 매과이어를 매번 지적하는 자국 축구전문가들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진=EPA, PA Wire, AP/연합뉴스, 매과이어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