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최전방 손흥민을 필두로 9월 A매치 두 번째 경기에 나서는 클린스만호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3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와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 사우디는 54위로 한국 대표팀보다 현저히 순위가 떨어진다. 대표팀은 5년 6개월 만에 유럽 원정 A매치를 치르는 가운데 두 번째 경기인 사우디전에서 클린스만 부임 후 첫 승에 도전한다. 사우디는 지난 6월에 맞붙었던 엘살바도르(75위)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랭킹을 기록 중인 팀이다.
대표팀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키고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수비를 맡는다.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 황희찬이 중원을 구성하며 손흥민과 조규성이 최전방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다. 황의조, 오현규, 양현준 등은 벤치에서 대기한다. 클린스만은 지난 웨일스전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떠난 홍현석이 황희찬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사우디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선다. 모하메드 알로와이스가 골키퍼로 나섰으며, 사우드 압둘하미드, 하산 알탐박티, 알리 알-볼레아히, 야시르 알 샤라니가 수비진을 구성한다. 중원에는 모하메드 카노, 압둘라흐 알카이바리, 나세르 알도사리가 호흡을 맞춘다. 공격진은 압둘라흐만 가리브, 압둘라흐 알함단, 살렘 알-도사리가 나서 한국 골문을 노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표팀이 부진에 빠지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비록 조별리그 탈락했으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2-1로 뒤집기 승리를 챙겨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후 1.5군이 참가한 걸프컵을 비롯해 최근 A매치에서 5번을 전부 지면서 당장 10월 열릴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그리고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의 성적이 어떻게 될지 우려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변화의 시작으로 세계적인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고, 만치니 감독 체제의 첫 승을 위해 한국을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클린스만호도 사실상 첫 승 도전을 위한 최후의 기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 지금까지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3무 2패로 승리가 없는 클린스만호는 3월 A매치 2경기에서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했다. 6월 A매치에서도 남미 복병 페루에 패하더니 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조차 이기지 못했다. 특히 엘살바도르가 대표팀과 경기 바로 전, 일본에 0-6 완패를 당한 팀이었기에 많은 우려를 낳았다.
직전 웨일스전에서도 흐름이 이어졌다. 웨일스는 유럽선수권대회 여파로 인해 라트비아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어 1.5군을 출전시켰는데, 한국 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으로 상대했음에도 졸전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홍현석을 측면으로 기용하고, 소속팀과의 갈등으로 실전 경험이 부족했던 황인범을 선발로 넣는 등 선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여전히 전술적으로 뚜렷한 색채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색무취 축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경기 내내 유효슈팅이 단 한 차례뿐이었다는 점은 클린스만의 전술 방향에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려선 팀을 상대로 후방에서 패스를 통해 공을 소유하고 상대의 압박을 유도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전술과도 확연하게 비교됐다. 상대가 깊게 내려서더라도 상대를 끌어낸 뒤 빠른 공격 전환으로 슈팅 기회까지 만들며 세부적으로 측면 윙어들과 풀백들의 연계 플레이를 구현했던 벤투호와 지금의 클린스만호는 차이가 난다. 심지어 3월 A매치 당시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상대했을 때보다도 경기력이 더욱 떨어진 상황이기에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대표팀을 지도한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5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이 최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움베르토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울리 슈틸리케조차 3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클린스만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다.
아직 부임 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재택근무, 잦은 해외 출장, 대표팀과 무관한 업무의 참여하는 많은 시간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며 현재는 비판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클린스만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하며,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 본인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다 . 클린스만은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판이 계속되는 와중에 클린스만은 9월 A매치 소집선수 명단 발표까지 기자회견이 아닌 보도자료로 진행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한국 복귀 대신 유럽에 머물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에 참석했으며, 자신이 과거에 뛰었던 AS모나코에 방문하여 영상을 찍는 등 대표팀과는 크게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행사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 A매치 준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클린스만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대표팀에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선발됐다. 심지어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황희찬과 조규성, 오현규를 모두 불러들여 유럽 원정 2연전을 준비했다. 다만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강인과 김진수, 송범근 등은 제외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과의 선수 선발 관련한 논란도 이어졌다. 일부 선수들에 대한 '교통정리'는 진행하며 백승호와 송민규(이상 전북 현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드레스덴)은 곧바로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로 결정했지만, 홍현석, 설영우 등 일부 선수들은 A대표팀에 참가했다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일정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도 당장 아시안게임을 앞둔 황선홍호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과 관련해 클린스만은 "선수들 부상은 A매치 준비의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강인이 조속히 회복되어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시안게임에도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 도중 교체아웃된 두 공격수의 소집 강행 의사를 밝혔다.
두 선수는 다행스럽게도 합류 직전 부상 복귀전을 치렀으며,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하며 폼을 끌어 올렸기에 클린스만의 선택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클린스만은 또한 지난 웨일스전 직후 상대 팀 선수에게 유니폼 교환까지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스스로 비판의 이유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웨일스판인 'BBC 웨일스'는 지난 8일 공식 SNS를 통해 "클린스만의 아들을 위한 엄청난 선물이 준비됐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의 웨일스전 경기 종료 후 행동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램지와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교환하려는 것을 보았다는 질문에 "내 아들이 LA 갤럭시에서 골키퍼로 뛴다. 그가 지난 오후에 나에게 문자로 '램지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라며 아들을 위해 유니폼 교환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들을 위하는 마음에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최근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과 경기 결과를 고려했을 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게다가 경기 후 라커룸에 들어가 따로 요청한 것도 아닌 경기 후 아쉬운 결과를 맞이한 한국 선수들을 제쳐두고 램지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요청하는, 공사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를 접한 팬들에게 충분히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는 행동이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클린스만, 승리가 없는 한국 감독에게 시간이 촉박한가?"라면서 "승리가 필요한 건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뿐만이 아니다"라고 클린스만 역시 꼭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할 만큼 심각한 상황임에도 클린스만은 전술적인 반등 없이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만 커지게 만들었다.
재택근무 논란, 대표팀 명단 보도자료 공개 논란 등을 지적한 BBC는 마지막으로 "클린스만이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다"며 경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첫 승이 간절한 클린스만이 이번 사우디전에서 첫 승에 도전해 사실상 마지막 남은 여론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대한축구협회, BBC,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SNS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