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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도약' 삼성, 반짝 상승세 아니다

기사입력 2011.06.29 07:57 / 기사수정 2011.06.29 07:57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꿈만 같은 1위 등극이다.  

삼성이 선두로 도약했다. 28일 잠실 LG전서 1-3으로 줄곧 뒤지다 경기 막판 짜릿한 뒤집기로 역전승을 챙기며 시즌 40승 27패 2무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날 한화에 패배한 38승 26패의 SK를 0.5경기 차로 제친 것이다. 비록 삼성은 39승 29패의 3위 KIA에도 고작 1.5경기 앞서고 있어 언제 내줄지 모르는 불안한 선두이지만, 어쨌든 시즌 전부터 최강전력이라던 SK와 KIA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 잘해야 중위권으로 봤다. 그러나

참고로 삼성의 최근 마지막 선두는 2009년 4월 11일이었다. 시즌 초반이었던 걸 감안하면 사실상 2005~2006년 통합 우승 이후 근 5년만의 제대로 된 선두 등극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뼈를 깎는 세대교체를 통해 크나큰 아픔을 맛본 삼성이 5년만에 선두 공기를 맡는 건 삼성 입장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일. 2008년 본격 리빌딩에 착수한 삼성은 이제야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좀 늦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생각보다 느리다는 평가는 작년 SK와의 한국시리즈 참패를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올 시즌에도 그 여파가 이어져 적지 않게 고전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끝까지 기다렸기 때문에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었다.

채태인이 부상으로 생애 최악의 시즌을 맛보고 있지만 최형우와 박석민은 홈런 16개(최형우, 2위) 타점 56개(박석민, 2위) 타율 0.304(최형우 12위) 0.302(박석민 14위) 장타율 0.560(최형우, 3위) 득점권 타율 0.394(박석민, 2위) 결승타 9개(최형우, 2위) 8개(박석민 3위) 등 타격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박석민-최형우 콤비는 이제 더 이상 저 평가 받아선 안 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중심 타자로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 결정적인 상황에서 약하다는 두 타자에 대한 편견을 버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 배영섭의 등장과 김상수의 성장으로 테이블 세터진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배영섭은 타율 0.313(8위)로 1998년 강동우(당시 삼성)에 이어 13년만에 신인타자 규정타석 3할을 바라볼 정도로 삼성의 톱타자 기근을 해결해주고 있다. 도루도 23개로 2위. 또한,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김상수와 박한이도 타율 0.287과 0.272로 엄청나게 올라왔다. 이들은 팀 도루 1위(75개)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밥상을 잘 차리고 잘 해결하는 일, 작년 SK와의 한국시리즈서 그토록 원하고도 이뤄지지 않았던 숙원 사업이었다.5월 초까지는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 선두 등극을 통해 다시금 타선의 끈끈함이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은 팀 타율이 0.265로 4위이지만 팀 득점권 타율은 0.279로 당당히 3위다. 5회까지 열세를 보였을 때의 승수도 7승 18패 1무로 좋다. 28일 잠실 LG전 대역전극도 삼성 타선의 집중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1위 자격이 충분함을 증명해 보였다.



▲ 반짝 상승세 아니다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삼성이 1위에 올랐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SK와 KIA는 어차피 근거리에 있으며 전력상으로도 삼성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삼성 역시 반짝 상승세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는 거둬들여도 될 듯싶다. 한여름을 나는 힘, 마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9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이 3.53으로 2위다. 류중일 감독이 우려한데로 선발 자책점이 4.00으로 시즌 초반에 비해 다소 올라갔지만 선발승이 29개로 2위이고 퀄러티 스타트도 31개로 전체 2위다. 22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는 오승환이 버티고 있는 불펜도 평균자책점 2.74로 2위이지만 승계주자 실점율도 29.6%로 2위밖에 되지 않는다. 탄탄한 이어던지기의 진수를 증명해주는 팀 홀드도 36개로 전체 1위다.

부활에 성공한 오승환, 권오준과 작년 구위를 되찾은 권혁, 작년만 못해도 여전한 명성의 정현욱과 안지만으로 이뤄진 불펜 5인방은 삼성이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쳐나가는 절대 원동력이다. 류 감독이 뱃심 두둑하게 선발 위주의 야구와 공격 야구를 천명하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불펜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아주면서 계산된 시즌 운용의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오승환을 제외하면 어느 한 분야에서도 딱히 리그를 평정하고도 남는 특급스타는 없지만, 모자람이 없는 기량의 선수들이 모여 투타 탄탄한 케미스트리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의 선두 도약을 결코 반짝 상승세로 봐서는 안 된다. 이쯤 되면, 삼성은 강하지 않은 듯 강한 팀이다.       
 
[사진=삼성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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