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29 10:58 / 기사수정 2011.06.29 15:53
[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당구 여신' 차유람(24, 한국체육대학)의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5월 1일 열린 세계 9볼 베이징 오픈을 제패한 데 이어 2011 전국 포켓 9볼 오픈대회에서마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차유람에게 쏠리는 대중적인 관심은 당구보다 외모에 치중하는 것이 사실이다. 팬들은 방송 출연과 화보 촬영에 임한 차유람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차유람은 연이은 우승 소식을 전하며 실력 또한, 출중함을 입증했다. 그의 시선은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으로 맞춰져 있다.
아버지는 든든한 지원군
차유람은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테니스 대신 당구를 해보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제안에 당구 큐를 잡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당구를 시작했어요. 어릴 때 테니스를 했었는데 당구가 좀 더 쉬워 보여서 하게 됐어요. 아버지께서 테니스가 워낙 격한 운동이기 때문에 실내에서 할 수 있거나 무리가 없는 운동을 시켜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당구를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차유람의 아버지는 당구에 대한 조예가 전혀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경기 내적인 부분 대신 저의 몸 상태를 많이 걱정해주시는 편이에요. 좋은 음식도 많이 권하시고, 아픈 데가 있으면 꼭 치료받으라고 하세요. 마음적으로 항상 최고의 지원군이시죠."
연예계 진출 "No!"
차유람의 화보 사진이 나오자 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쯤이면 연예계 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화보를 찍을 때마다 이슈가 돼서 그렇지 겨우 3번밖에 안 찍었어요. 예능 프로도 딱 2번 출연했거든요. 전 연예계 진출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좀 당황스러워요."
차유람에게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모든 국민들이 주목하는 빅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실 대회 직전부터 슬럼프가 좀 있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확실한 금메달 후보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메달권 후보 선수 중 한 명이었죠. 저 자신도 결과를 인정했고 경기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되거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점점 좋아지고 있고,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규칙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다
당구는 대체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당구를 취미로 즐기는 남자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차유람이 생각하는 국내에서의 당구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종목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인식이 확실히 좋아진 게 아니고, 오락과 진지한 스포츠로서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나 생각해요. 미국은 아마추어도 인정받는 편인데 국내에서는 4구라는 시합조차도 없거든요. 국내에서는 하나의 놀이로만 생각할 뿐, 4구를 당구 중의 하나로 포함하니까 이런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선수들과 대한당구연맹 모두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또, 차유람은 당구의 규칙을 알고 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켓볼과 나인볼의 규칙을 모르시다 보니 경기장에 찾은 관중들은 공만 들어가면 박수를 치세요. 당구는 수비를 잘하느냐 수비를 뚫어내느냐의 싸움이 정말 중요합니다. 대부분 이런 자세한 부분까지 이해를 못 하시고 공 넣는 것만 집중해서 보시는 편인데 좀 더 규칙을 이해하고 보신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목표는 세계 선수권 우승
현재 차유람은 9월에 있을 세계선수권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온통 훈련으로 빽빽하다. 유산소 운동, 이미지 트레이닝을 거친 뒤 오후부터 근력과 기술 훈련을 반복하는 일상이다. 국내에서 훈련을 마치면 대만으로 떠나 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저는 공격형 스타일이에요. 수비가 다소 약해서 공격을 많이 선호하는 편인데 수비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실전 경험 부족도 큰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상대 선수가 바뀌면 그에 대한 적응이 빨라야 되는데 능숙하지 않아요. 목표는 세계 랭킹 1위와 세계선수권 우승입니다"
당구를 통해 배운 인생철학
차유람은 인터뷰 내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함과 신중한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적인 집중력이 상당 부분 요구되는 당구의 특성상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배운 철학이 남다를 것으로 보였다.
"잘 치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이 성숙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넓어야 공도 잘 보이고, 여유가 있어야 더 안정감 있게 칠 수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는 공만 보인다고 나오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웃음) 소리도 들리고 관중들까지 다 보이지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당구를 통해 인생을 배운 차유람은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볼을 때릴 때마다 느끼는 인생의 교훈이 오늘 날의 그를 완성시켰다.
"제 스스로가 연륜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공이 하나하나 들어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단서들이 있고 정확하게 행동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봤을 때 공이 들어간 것만 따지지만 공이 들어갔을 때의 이유와 안 들어갔을 때의 이유가 수천 가지나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진 = 차유람 ⓒ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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