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힘든 일정 때문이었을까, 대한민국 U-18 야구대표팀이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에 일격을 당했다.
이영복(충암고) 감독이 이끄는 U-18 야구 대표팀은 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제31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1-7로 패배했다.
한국은 이충헌(중견수·충암고)-정안석(2루수·휘문고)-여동건(1루수·서울고)-박지환(유격수)-이승민(좌익수·휘문고)-조현민(3루수·충암고)-이율예(포수·강릉고)-이상준(지명타자·경기고)-연준원(우익수·부산고)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중책을 맡은 투수는 배찬승(대구고).
일본은 데라치 류세이(1루수)-야마다 슈야(유격수)-오가타 렌(2루수)-모리타 하루토(지명타자)-나카야마 유즈키(3루수)-마루타 미나토(중견수)-지바나 신노스케(우익수)-오가타 미키토(포수)-하시모토 고가(좌익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마에다 유고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한국은 사실상 '더블헤더'를 소화해야 했다. 전날 진행된 푸에르토리코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폭우로 인해 3회초를 앞두고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고, 한국은 슈퍼 라운드 일정을 위해서 타이중에서 타이베이로 이동한 뒤 남은 경기를 치렀다.
한국은 경기 재개 이후 푸에르토리코전 8-1 승리와 함께 조 2위로 조별리그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지만, 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예선 마지막 경기 이후 곧바로 슈퍼 라운드 네덜란드전을 준비한 푸에르토리코에 비하면 상황이 낫긴 했으나 빡빡한 경기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체력 소모가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한국은 첫 경기부터 일본을 만났다. 젊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현재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성인 선수들도 국제대회에 나갈 때면 한일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데, 이날 경기에서도 한국은 일본과의 실력 차이를 체감했다.
다소 지친 상태에서 경기에 돌입한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 마에다를 상대로 좀처럼 공략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푸에르토리코를 만날 때만 해도 빅이닝을 만드는 등 집중력을 발휘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1회초 이충헌-정안석-여동건이 각각 삼진-땅볼-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데 이어 2회초에도 박지환의 우익수 뜬공과 이승민의 유격수 땅볼, 조현민의 좌익수 뜬공으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1회와 2회 마에다의 투구수는 각각 7개, 12개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2회말에만 3점을 뽑아내면서 빅이닝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배찬승은 2회말 1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폭투로 진루를 허용했고, 2타점 3루타를 맞았다. 여기에 후속타자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두 팀의 격차가 0-3까지 벌어졌다.
한국은 3회초 1사에서 이상준이 안타를 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지만, 후속타자 연준원이 병살타를 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4회초에는 이충헌-정안석-여동건이 모두 뜬공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나마 한국 입장에서 득점을 낼 만한 기회가 있었다면 5회초였다. 일본이 마에다를 내리고 두 번째 투수 모리 코다이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2사에서 조현민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이율예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면서 득점권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초구를 건드린 이상준이 중견수 뜬공을 치면서 허무하게 기회를 무산시켰다.
5이닝 내내 점수를 뽑지 못한 한국은 6회초 1사에서 이충헌의 안타와 정안석의 희생번트로 다시 한 번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여동건은 8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쳤고, 2사 1·3루에서 박지환이 모리의 2구를 밀어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그 사이 3루주자 이충헌이 홈을 밟아 한국에 첫 득점을 안겼다.
한국의 추격에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6회말 선두타자 마에다의 솔로포로 배찬승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고, 전미르(경북고)의 구원 등판 이후 오가타 렌의 안타와 전미르의 폭투, 나카야마의 볼넷으로 1사 1·3루를 만들었다.
마루타의 투수 땅볼 때 3루주자 오가타 렌이 아웃됐으나 2사 2·3루에서 지바나가 중전 안타로 3루주자 나카야마, 마루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오가타 미키도의 1타점 적시타까지 더해지면서 두 팀의 격차가 6점 차까지 벌어졌다.
한국은 7회초 1사에서 이율예가 볼 4개를 침착하게 골라내며 볼넷을 얻었고, 이상준의 안타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다. 그러나 1사 1·2루에서 연준원의 포수 뜬공 이후 이충헌의 1루수 뜬공으로 득점 없이 경기가 마무리됐다.
일본 타선에 고전한 선발 배찬승은 5이닝 4피안타 7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전미르도 1이닝 3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타선에서는 이상준이 3타수 2안타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달성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일전 패배로 '결승행 도전'에 노란불이 켜진 가운데, 한국은 8일 미국과의 슈퍼 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반전을 노린다. 지난해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슈퍼 라운드 전승 행진을 달리고도 예선 첫 경기에서 미국에 패배한 것이 성적에 반영되면서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했고,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2-6으로 패배하며 최종 성적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진=WBSC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