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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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기사입력 2011.06.28 07:17 / 기사수정 2011.06.28 09:10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뛰는 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의 추락으로 다소 이미지가 퇴색됐지만, SK와 두산은 분명 2000년대 후반부터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들이 상위권을 점령하자 한국야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결정적 이유는 바로 '뛰는 야구'였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와 한 베이스 덜 가는 야구를 공수에서 추구하며 스피드로 야구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SK와 두산의 이러한 모습에 나머지 팀들은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제 놀랍지 않아

SK와 두산의 가장 무서운 플레이 중 하나는 단순히 도루가 아니라 단타나 진루타 상황에서 주자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예상치 못한 피득점권 상황에 몰린 투수는 심리적으로 되려 무너지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언젠가부터 나머지 6개 팀이 두 팀의 그것을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주자 1,3루 상황서 1루 주자가 고의로 1,2루 사이서 런 다운에 걸려 수비수의 시선을 끈 다음 기습적으로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드는 작전은 이젠 나머지 팀들도 자연스럽게 시도하는 작전이다. 오히려 SK와 두산이 당하는 장면도 최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위장 스퀴즈나 세이프티 번트, 번트 앤 슬러시 등의 작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모든 팀이 한 단계 높아진 스피드 야구를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야구의 질도 한 단계 더 올라갔다. 현재 8개 구단에는 발 빠른 타자들이 라인업에 2~3명 정도는 반드시 포진돼 있을 정도다.



▲줄어든 도루 왜?

그런데 올 시즌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바로 도루다. 뛰는 야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루가 분명 줄어들었다. 작년 도루 시도 기회 중 실제 도루 시도 확률은 10.4%. 그런데 올 시즌에는 9.7%로 줄었다. 전체 도루 성공률도 70.3%에서 66.3%로 떨어졌다. 특히 가장 빈번히 이뤄지는 2루 도루 성공률은 71.6%에서 66.1%로 줄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SK나 두산의 발 빠른 선수들의 도루 시도가 줄어든 모습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아무리 발 빠른 준족이라고 하더라도 매년 많은 도루에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도루는 부상의 위험도 있고 체력 소모도 많다. 실제로 두산 이종욱이나 KIA 이용규는 최근 몇 년간 잦은 도루 시도나 겁없는 허슬 플레이로 이곳저곳 잔부상이 생기자 확실히 예전에 비해 과감함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타고투저 현상이 극대화되면서 도루보다 장타로 한 베이스를 더 가고자 하는 의식이 늘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올 시즌 다시 투고타저 현상으로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예전보다 도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1~2년새 도루에 맛을 들인 오재원 정수빈(두산) 등은 예외다. 

전반적으로 투수의 수준이 다시 올라갔고, 투수의 퀵모션이 정말 중요해졌다. 실제 각 구단 투수 코치들도 투수 퀵모션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고, 수준급 제구력과 퀵모션을 두루 갖춘 투수가 늘고 있어 타자가 쉽게 도루를 시도하기 어렵다. 좌투수 상대 도루 성공률도 작년 65.6%에서 58.4%로 줄었다. 또한, 포수들도 부단히 도루 저지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작년 29.7%에서 올 시즌에는 33.7%로 도루 저지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약한 어깨를 간결한 송구와 발 동작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자들은 다른 방법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허를 찌르는 3루 도루가 증가했다. 작년 63.5%에서 77.3%로 늘었다. 여기에 볼 카운트 별 각종 맞춤형 작전의 증가로 끊임없이 추가 진루를 노리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벤치의 작전이 아닌 선수 단독 판단으로 수비수를 뒤흔들기도 한다. 투수들이 떨어지는 체인지업성 변화구 구사 빈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폭투도 늘었고, 이때 과감한 추가 진루를 노리는 건 기본이다.

도루가 줄어들고 수비도 점점 촘촘해지지만 주자들은 여전히 뛰려는 본능이 숨어 있다. 어쨌든 야구는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할수록 득점 확률이 높아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올 시즌 투고타저 기미가 보이면서도 여전히 각 팀의 득점력이나 타선의 응집력은 예년보다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진= 도루하는 장면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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