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두 명의 선발투수가 주심의 볼 판정에 울고 웃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버텼고, 크리스 플렉센(콜로라도 로키스)은 무너졌다.
토론토는 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3-6으로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시즌 성적은 74승61패. 반면 4연패 수렁에 빠진 콜로라도는 49승85패가 됐다.
선발 중책을 맡은 류현진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4경기 연속 5이닝 투구로, 시즌 평균 자책점은 2.25에서 2.48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콜로라도 선발 플렉센은 5⅔이닝 7피안타(3피홈런) 1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6회 이후 역전에 재역전으로 두 팀이 점수를 주고 받으면서 두 선수 모두 승패 없이 물러나긴 했지만, 투구 내용만 놓고 보자면 류현진의 완벽한 '판정승'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상대 선발이었던 플렉센은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투수로, 2020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를 누볐다.
당시 가을야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듬해 빅리그 복귀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14승을 수확하는 등 'KBO 역수출 성공 사례'를 썼지만, 지난해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올해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날 플렉센의 경기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1회초를 6구 만에 매듭지은 데 이어 2회초와 3회초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류현진은 2이닝 연속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다가 3회말 엘레후리스 몬테로의 투런포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앞선 이닝과 다르게 정교했던 제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토론토 벤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추가 실점 위기도 있었다. 류현진은 4회말에도 1사에서 헌터 굿맨의 안타로 흔들렸으나 후속타자 놀란 존스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6구째로 직구를 선택했다. 높게 던져서 삼진을 잡아보려고 했는데, 앙헬 에르난데스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으면서 그대로 굿맨이 1루로 걸어나갔다.
높은 코스로 공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의 그래픽에 따르면, 류현진의 6구 직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존 안에 찍혔다. 판정을 지켜본 류현진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도 최악의 심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르난테스 심판이 맹위를 제대로 떨쳤다.
그러나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첫 맞대결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몬테로를 상대로 1사 1·2루에서 땅볼을 유도했고, 2루수 위트 메리필드-유격수 어니 클레멘트-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넘긴 류현진은 5회말 선두타자 도일을 공 1개 만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데 이어 류현진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블랙몬에게도 2루수 땅볼을 잡아내면서 빠르게 2사를 만들었다. 토바에게 공 4개로 중견수 뜬공을 잡아내면서 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콜로라도 타선을 봉쇄했고, 본인의 힘으로 5회말을 끝냈다.
공교롭게도 6회초 플렉센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다. 1사 1루 볼카운트 2-2에서 대니 잰슨에게 던진 5구 컷 패스트볼이 볼이 되면서 승부가 풀카운트까지 이어졌다. 결국 풀카운트에 몰린 플렉센이 던진 6구 직구가 실투가 됐고, 잰슨이 이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4회초와 5회초 피홈런 1개씩을 기록하고도 잘 버텨왔던 플렉센은 볼 판정에 이은 투런포 헌납으로 무너졌고, 결국 메리필드의 땅볼과 돌튼 바쇼의 볼넷 이후 마운드를 개빈 할로웰에게 넘겨줘야 했다. 6회말 존스의 3점포로 패전을 면했으나 끝까지 6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
물론 이날 경기에 있어서 두 차례의 판정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지만, 불리한 판정 속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류현진은 '에이스'의 자격을 입증해 보였다.
사진=AFP, AP,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게임데이 캡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