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올여름 유럽축구시장에 화제를 몰고 다녔던 벨기에 국가대표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가 드디어 새 팀을 찾았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 AS로마는 첼시 공격수 루카쿠를 1년간 임대 영입한다고 31일 공식 발표했다. 그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여기 왔을 때 구단과 팬들이 보내준 환영이 날 흥분시키고 있다"며 "상대팀으로 로마의 올림피코(홈구장)를 찾았을 때 분위기와 로마 팬들의 따뜻함을 느낀 적이 있다. 오늘 내가 이 팀의 일원이 돼 정말 좋다"고 기뻐했다.
로마 구단은 루카쿠는 589경기에서 280골을 넣은 골잡이라고 소개하면서 득점은 물론 93개의 도움도 했을 만큼 공격에서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반겼다.
이로써 여름 내내 이슈였던 루카쿠의 새 행선지는 대반전 드라마를 쓰면서 예상 외의 팀인 로마로 결론이 났다.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로마는 지난시즌 팀 공격을 이끌었던 잉글랜드 출신 타미 에이브러햄이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내년 3월까지 재활에만 전념해야하는 탓에 새 공격수를 물색 중이었다. 그러나 구단 재정이 넉넉치 않아 고민하던 중 이란 국가대표 사르다르 아즈문을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1년 임대로 데려온 것에 이어 대형 공격수 루카쿠까지 확보하게 됐다.
루카쿠의 당초 행선지로 가장 유력했던 곳은 같은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이었다. 루카쿠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그리고 지난 2022/23 시즌을 인터 밀란에서 생활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어 2023/24 시즌을 앞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인터 밀란행을 가장 원한다고 밝혔다.
인터 밀란 역시 루카쿠 영입에 긍정적이었다. 루카쿠가 지난 시즌 임대로 팀에 합류해 모든 대회에서 37경기에 나와 14골 7도움을 기록했으며, 인터 밀란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카쿠의 원소속팀인 첼시가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을 원하면서 인터 밀란을 좀처럼 합의하지 못했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흘러갔다. 이 때 루카쿠는 자신을 원한다는 이탈리아 또 다른 명문 유벤투스의 제안을 듣고, 인터 밀란 대신 유벤투스행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발각되면서 인터 밀란은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고, 결국 루카쿠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이에 더해 유벤투스마저 첼시와 이적료를 두고 큰 격차를 드러내면서 협상이 결렬됐고 루카쿠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첼시는 거액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으로 루카쿠 보내길 원했으나 선수 자신은 중동으로 절대 가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해 첼시의 속을 더욱 태웠다.
루카쿠는 그럼에도 첼시 훈련을 거부하며 자존심을 원소속팀에서 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적시장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옛 스승 무리뉴 감독의 제안을 받아 로마에 임대 신분으로 가는 것에 합의했다. 첼시는 루카쿠 매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로마행으로 루카쿠 주급을 삭감하고 바이아웃 조항까지 넣으며 루카쿠 보낼 준비를 마쳤다.
루카쿠는 이렇듯 갈짓자 행보를 보이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비판도 상당히 들었으나 막상 그가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로마는 환영 분위기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30일(한국시간) "루카쿠는 이탈리아 수도에 상륙해 로마 팬들로부터 영웅적인 환대를 받았다"며 "그는 스탬퍼드 브리지와 올드 트래퍼드에서 함께 일했던 무리뉴 감독과 재회할 예정이다"라고 루카쿠의 로마 도착을 전했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첼시와 맨유 지휘봉을 잡을 때 루카쿠를 두 차례 지도한 적이 있다. 당시엔 20대 초반의 어린 영건이었는데 이젠 31살의 베테랑 포워드가 돼 무리뉴 감독과 재회를 준비하고 있다.
루카쿠가 지난 29일 도착할 때 로마 공항도 북새통을 이뤘다. 데일리메일은 "루카쿠는 개인 전용기를 타고 로마 치암피노 공항에 착륙했고, 그의 도착을 기다린 열성적인 팬들을 만났다. 그는 전용기에서 나와 걸어가며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라며 루카쿠와 로마 팬들의 첫 만남에 대해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공항 사진에서 팬들은 전용기에서 내리는 루카쿠를 보기 위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어린 팬은 목마를 타고 팻말을 들어 루카쿠를 환영했는데, 팻말에는 '로마의 새로운 왕'이라며 루카쿠를 로마의 새로운 왕이 될 것이라고 칭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팬들이 공항에서 그를 성대하게 환영하자, 루카쿠는 들고 있던 로마 구단 스카프를 번쩍 들어올리며 화답하기도 했다.
명장 무리뉴와 괴짜 루카쿠가 로마라는 곳에서 새롭게 펼쳐나갈 스토리는 2023/24시즌 유럽 축구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로마는 새 시즌 세리에A 1~2라운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개막전에서 살레르니타나와 2-2로 비기더니 2차전에선 지난 시즌 강등권에 머물렀던 베로나에 1-2로 패하면서 1무 1패로 20개팀 중 13위다.
기존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가 살레르니타나전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분전하고 있으나 무리뉴 감독은 새 공격수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하게 거론했고, 이에 재정난에 부딪힌 로마 구단이 백방으로 뛰어다녀 루카쿠라는 비교적 거물 공격수를 확보하게 됐다. 루카쿠는 이르면 2일 오전 3시45분 열리는 AC밀란과의 홈 경기에 붉은색 로마 유니폼을 입고 새 팀에 데뷔한다.
사진=AS로마 홈페이지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