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로멜루 루카쿠가 옛 스승 조제 무리뉴 감독이 있는 AS로마로 향하면서 다시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로 복귀하게 됐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29일(한국시간) SNS을 통해 "로멜루 루카쿠는 AS로마로 갑니다(Here we go)!"라고 보도했다.
이적을 확신한 로마노 기자는 자신의 이적 확인 '트레이드 마크'인 'Here we go(간다)!"를 사용하면서 루카쿠가 로마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합성사진도 게시했다.
사진과 함께 로마노 기자는 "루카쿠는 화요일(29일)에 로마로 떠날 거다. 10개월 동안 급여 750만 유로(약 107억원)가 보장될 것"이라며 "임대료는 500만 유로(약 72억원)보다 높다. 선수 측도 이적에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거래가 완료됐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 소속이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소식에 정통한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도 "루카쿠의 로마 임대 이적은 원칙적으로 합의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티아고 핀투 로마 스포츠 디렉터가 협상을 위해 최근 영국 런던으로 날아왔는데, 목적은 루카쿠 영입이 실현 가능한지를 알아내는 것"이라며 "루카쿠가 첼시에서 1시즌 임대돼 로마에 합류하기로 모든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루카쿠는 로마로 1시즌 임대 이적해 2023 여름 이적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이적 사가를 끝낼 수 있게 된다.
루카쿠는 이번 여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벌이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최근까지 첼시를 떠나 인터밀란 이적이 가까웠던 것으로 평가됐던 루카쿠는 갑자기 변덕을 부리면서 인터밀란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미래가 안갯속으로 빠졌다.
루카쿠는 지난 시즌 임대로 뛰었던 인터밀란으로 완적 이적을 꿈꾸면서 첼시 여름 프리시즌 복귀까지 거부했다. 루카쿠가 복귀를 거부함에 따라 첼시는 미국 투어를 떠날 때 루카쿠를 투어 명단에서 제외했고, 루카쿠는 따로 체육관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첼시가 루카쿠를 방출 명단에 올린 가운데 인터밀란은 루카쿠를 영입하기 위해 첼시가 요구하는 이적료를 마련하길 결정했다. 마침 주전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828억원)에 떠나면서 돈이 마련되자 인터밀란은 본격적으로 첼시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갑자기 루카쿠가 변덕을 부리면서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오직 인터밀란 이적만을 외치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막대한 연봉 제의도 거절하던 루카쿠가 갑자기 유벤투스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유벤투스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돌입하며 지속해서 루카쿠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이탈리아 축구소식에 정통한 지안루카 디 마르지오 기자는 "루카쿠는 변호사를 통해 유벤투스와 대화를 하면서 마음을 열었다"라고 전했다.
루카쿠의 행동에 인터 밀란은 당황했다. 루카쿠는 그동안 오직 인터 밀란만 원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거액의 제의도 거절했는데, 갑작스레 유벤투스행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터밀란은 루카쿠 영입 과정에서 큰 실망을 느끼며 영입전에서 이탈했다. 루카쿠의 배신에 인터밀란 레전드 하비에르 사네티는 "우리는 매우 실망했다. 루카쿠가 프로로서뿐만 아니라, 남자로서 완전히 다른 행동을 했다"라며 비판했다.
인터밀란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도 인터뷰를 통해 "나는 실망했다.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동료들도 걸었지만 똑같았다"라며 "오랜 세월을 함께하고, 많은 일을 함께 겪었기에 실망했지만 괜찮다. 그건 그의 선택이다.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인터밀란과 전 동료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추진했던 유벤투스 이적이 현재 물음표가 붙었다. 디 마르지오 기자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최근 세르비아 공격수 두산 블라호비치와 루카쿠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첼시와 논의했었는데 첼시가 유벤투스가 제시한 추가 이적료를 수용하지 못하며 합의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오는 9월 2일에 마감되는 2023 여름 이적시장이 점점 막바지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유벤투스 이적 가능성도 점점 낮아진 루카쿠는 첼시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아 1군이 아닌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굴욕까지 겪었다.
영국 '데일리 스타'는 "루카쿠는 8월 초에 첼시로 복귀한 이후 포체티노 감독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는 현재 이적이 마무리되는 걸 기다리는 동안 U-21팀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루카쿠가 이적할 팀을 찾지 못하고, 소속팀에서도 외면받자 일각에서는 남은 건 사우디아라비아 이적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무리뉴 감독이 제자 루카쿠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무리뉴 감독은 루카쿠와 총 2번 만남을 가졌다. 첫 번째 만남은 2013/14시즌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 복귀했을 때인데, 이때 루카쿠는 곧바로 에버턴 임대를 떠나면서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했다. 이후 2017년 여름 맨유 사령탑이던 무리뉴 감독이 루카쿠를 데려오면서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됐다. 이 만남은 무리뉴 감독이 2018년 12월에 경질되면서 약 17개월 만에 끝났다.
무리뉴 감독이 루카쿠와 3번째 만남을 추진하게 된 배경엔 로마의 재정 상황과 연관돼 있다.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로마는 이번 여름 총 6명의 선수를 영입했지만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건 250만 유로(약 36억원)에 영입한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임대나 FA(자유계역선수)로 영입했다.
부임 첫 시즌인 2021/22시즌 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지난 시즌엔 유로파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무리뉴 감독은 적은 지원 속에서 영입 가능한 선수를 찾았다. 그래서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서 검증된 공격수인 루카쿠를 임대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26일 이란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높인 사르다르 아즈문을 임대 영입하면서 공격력을 강화했다. 아즈문에 이어 루카쿠도 품게 되면서 다음 시즌 로마를 얼마나 더 높은 위치까지 올려놓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로마노 SNS,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