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프로 데뷔 첫 리드오프 중책을 맡은 날,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태근이 멀티히트와 호수비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두산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의 시즌 9차전에서 10-1로 승리하면서 4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성적은 54승1무51패가 됐다.
이날 김재호와 함께 테이블세터에 배치된 김태근은 첫 타석부터 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렀다. SSG 선발 김광현의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내면서 단숨에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김재호의 안타 때 3루로 진루한 김태근은 후속타자 호세 로하스의 병살타 때 홈을 밟아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김태근은 두 타석 만에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3회말 1사 1루에서 SSG 포수 조형우의 패스트볼(포일)과 조수행의 도루로 1사 3루가 됐고, 김태근은 김광현의 5구 직구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로 3루주자 조수행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첫 타석과 마찬가지로 직구 타이밍에 완벽하게 콘택트를 가져갔고, 안타로 연결했다.
특히 김태근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특급 활약을 펼쳤다. 4회초에는 김강민의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는가 하면, 7회초 2사 2루에서는 한유섬의 우전 안타 때 2루주자 김강민을 홈에서 잡아내며 곽빈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야수 중에서는 모처럼 선발 출전한 김태근과 안승한을 칭찬하고 싶다. 두 선수 모두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엄청난 활약을 해줬다"고 직접적으로 김태근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경기 후 김태근은 "데뷔 첫 리드오프로 출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엄청 설렜다. 경기 직전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조)수행이 형이 똑같이 편하게, 또 자신있게 하라고 조언해준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투수인 김광현으로부터 안타 2개를 뽑아낸 김태근은 "경기 전 전력분석 미팅 때 상대 선발투수(김광현)가 초구 직구 승부가 많다는 사실을 듣고 노림수를 가져갔다"며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부담을 덜었다. 전력분석 파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7회초 어시스트 상황을 떠올린 김태근은 "당시 후진 수비 중이었는데 전광판 스코어보드를 보니 (곽)빈이가 무실점 중이었다. 완봉승도 가능한 페이스였기 때문에 강한 타구가 오면 어떻게든 주자를 홈에서 잡아 빈이의 무실점을 지켜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아닌 송구를 잘 잡아준 포수 (안)승한 선배가 만든 보살이다"고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7월 말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던 김태근은 오랜 기간 재활을 거쳐야 했고, 올해 5월 중순이 지나서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모드에 돌입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고, 지난달 말부터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김태근은 "긴 재활 기간 동안 힘들었는데, 최근 조금씩 기회를 받으며 약간은 보상받고 있는 것 같다"며 "이천에서 함께 고생했던 트레이닝 파트와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미소를 지은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