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원래 뮤지컬 배우였어?’라고 놀라시더라고요.”
뮤지컬 팬들은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최재림의 모습에 색다름을 느꼈을 터다. 반면 드라마와 예능을 접한 시청자들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또 다른 강렬한 매력을 내뿜는 최재림의 모습에 놀라워했을 것이다.
“드라마로 저를 처음 보신 분들은 '원래 뮤지컬 배우였어?' 라고 놀라시더라고요. 공연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09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14년간 다양한 대작 뮤지컬로 관객과 만나온 뮤지컬 배우 최재림은 최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과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연이어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는 지니TV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가정 폭력에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추상은(임지연 분)의 남편 김윤범 역으로 열연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직장 생활과 사기를 당해 빚뿐인 비루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박재호(김성오)를 협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인물이다.
최재림은 악역을 잘한다는 말에 “쉽던데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잘 맞았다라는 표현보다 시청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갔다가 맞는 듯해요. 제가 갖고 태어난 몸이 ‘마당이 있는 집’ 김윤범의 모습과 잘 어울려요.
실제 일상은 드라마 ‘그린마더스 클럽’의 재웅이 가깝긴 해요. ‘그린마더스 클럽’은 아주 바람직한 역할이었죠. (웃음) ‘마당이 있는 집’ 감독님이 잡은 프레임과 의상, 분장팀이 꾸며주신 모습, 제게 주어진 대사와 제 목소리, 대사가 잘 맞아떨어져서 인상 깊게 다가온 것 같아요.”
최재림은 현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공연부터 합류한 그는 조승우, 전동석, 김주택과 함께 주인공인 오페라의 유령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최재림의 오페라의 유령'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표가 없어요. 공연 자체가 표가 없어서 캐스팅에 상관없이 나오면 일단 잡아야 잡으세요. 만약 그 캐스팅이 저라면 감사합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오페라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이야기다.
“‘재림 팬텀 너무 무서워요’라는 후기가 있더라고요. (웃음) 극 중 유령은 오페라의 극장에서 일하는 모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공포, 두려움, 피하고 싶은 대상이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 나와야 해요. 카리스마와 위엄, 어두움, 비틀린 성격, 눈빛 등을 통해 위험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알고 싶은 존재로 보여야 하거든요. 일부러 부드럽게 접근한다거나 평이한 인물로 연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재림은 10월 15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도 출연한다.
빵 한 조각을 훔친 대가로 19년의 감옥살이 후, 전과자라는 이유로 모두의 멸시를 받지만 우연히 만난 주교의 자비와 용서에 감동하여 새로운 삶을 살 것을 결심하고 정의와 약자 편에 서는 주인공 장발장 역에 민우혁과 함께 캐스팅됐다.
“다음 주부터 연습 시작입니다. 대본을 먼저 받았어요. 쭉 봤는데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100% 송스루(Song Through: 대사가 아예 없거나 최소화하고 모든 대사를 뮤지컬 넘버로 처리하는 형식)여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후에 송스루를 처음 해요. ‘오페라의 유령’도 송스루지만 장면이 있고 ‘레미제라블’은 말그대로 진짜 송스루거든요. 상당히 완벽하게 외워야 하는 공연이어서 각오를 다져요. 영어에 맞춰 쓰여 있어서 한국어 어휘와 살짝 안 맞는 것들이 있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존에 알던 메인 넘버가 멋있어 기대하고 있어요.”
최재림은 2009년 '렌트'로 데뷔 후 '넥스트 투 노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킹키부츠', '아이다', '시카고', 에어포트 베이비', '마틸다', '하데스 타운'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내년에는 데뷔 15주년을 맞는다.
“서울에서 개인 콘서트를 두 번 했는데 두 번째 개인콘서트를 한 시점이 ‘시카고’에서 빌리 역할을 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점이었어요. 무대에서 농담반으로 지금이 전성기라고 했어요.
올해는 '정말 전성기인가? 커리어에 정점을 찍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안주하지 말자, 상한가를 계속 치자. 하한가가 되기 전까지 계속 치자’라고 생각해요.
훗날 돌아봤을 때 특별한 일들이 생기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런 해가 되지 않을까 해요. 2023년은 뮤지컬 남자 배우 중 메인으로 우뚝 서는 느낌이 드는 해였어요. 앞으로도 이러한 시점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너무 기분 좋은 해입니다. 설레는 작품이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사진= 에스앤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