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첼시FC가 29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벌어진 05/0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3-0으로 완파하고 리그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맨유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첼시는 전반 5분 왼쪽 윙백을 맡고 있는 윌리엄 갈라스의 헤딩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15분과 26분엔 조 콜과 카르발유가 연속골을 터트려 리그 2연패를 자축했다.
한편 우승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맨유는 첼시의 막강한 미드필더라인에 주도권을 빼앗겨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고, 리그 후반 9연승을 포함한 11경기 연속 무패행진도 멈추게 되었다.
▲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첼시 선수들
ⓒ 첼시 FC
역시 '최강' 미드필더진
비록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에 고배를 들었고,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에서도 리버풀에 패해 '트레블'의 꿈이 사라지긴 했지만 리그 우승을 향한 첼시의 집념은 무섭고도 강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프랭크 람파드-미카엘 에시앙-클로드 마케렐레가 버티는 최강의 미드필더 라인이 있었다.
맨유가 리그 후반 9연승을 포함해 11경기 무패 행진을 벌이며 마음 놓고 있던 첼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라이언 긱스의 무난한 적응과 중앙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 존 오셔의 분전 때문이었다.
하지만, C. 호나우두와 긱스-오셔-박지성이 버티는 미드필더진의 경기 장악 능력과 파괴력은 첼시 삼각 편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결국 허리 싸움에 실패하면서 첼시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7일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1차전 경기에서는 노련한 폴 스콜스와 치열한 중원 싸움을 가능케 했던 앨런 스미스의 활약으로 중원을 완전히 압도당하지 않았지만, 이번 대결에서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중원을 빼앗기면서 이렇다할 공격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멘유가 전반 25분경부터 조금씩 경기 주도권을 잡은 것도 미드필더라기보다는 C. 호나우두와 박지성의 위치 변화를 통한 것이었고, 42분에 웨인 루니가 골키퍼와 결정적인 1:1 대결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미드필더진의 패스 덕분은 아니었다.
미드필더에서 압도당한 맨유는 루이 사하와 루니가 포진한 공격진에 영양가 있는 패스를 보낼 수 없었고, 부정확한 긴 패스와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해 경기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허리의 지원을 받지 못한 맨유의 공격진들은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했고, 결국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적절히 분배된 특급 허리 세 명
최근 현대 축구는 지네디 지단, 루이스 피구 등으로 대변되던 '플레이 메이커'의 시대에서 앵커맨과 홀딩맨으로 나뉘는 '더블 볼란테(볼란치)' 시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욱 세밀하고 압박이 치열한 중원 싸움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플레이 메이커 한 명보다는 미드필더 두세 명의 협력이 있어야만 경기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첼시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람파드-에시앙-마케렐레는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능력은 물론이고 호세 무링요 감독이 추구하는 '건실한 축구'에 딱 맞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수를 연결하고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앵커맨의 능력은 물론이고 탁월한 득점력과 경기 조율 능력이 있는 람파드는 첼시 삼각 편대의 수장 격이다. 람파드는 첼시에서 능력을 마음껏 드러내며 자유롭게 경기를 펼치고 있는데 드록바와 크레스포, 조 콜 등 쟁쟁한 공격진을 제치고 팀 내 득점 1위(16골)에 올라있을 만큼 첼시엔 보석 같은 선수다.
람파드 바로 밑에서 상대 역습 차단과 2선 방어체제 구축 그리고 람파드 못지않은 공격 가담까지, 팀의 궂은일을 도맡고 있는 에시앙 역시 첼시 전력의 핵심이다. 특히 수세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나오는 에시앙의 빠르고 적극적인 2선 방어는,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고 수비진의 정비 시간을 벌어 효과적인 경기를 하게 한다.
마케렐레의 폭넓은 수비 범위와 오차 없는 위치 선정 능력 또한 첼시 삼각 편대의 든든한 밑받침이 되어 중원을 지배한다. 첼시의 포백 바로 위에 위치한 마케렐레는 상대 공격수는 물론이고 미드필더진과의 대결에서 쉽게 밀리지 않으며 수비수 못지않은 1:1 능력을 보여주고, 상대의 패스 길을 미리 읽고 차단해 첼시의 또 다른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분명 팀의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중원을 맡고 있지만 이 세 선수는 그 속에서 또다시 각각 공격과 허리 수비로 나눠져, 섬세하고 세밀한 포지션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첼시의 2연패에는 특급 센터백이자 첼시의 주장을 맡고 있는 존 테리의 리더십과 차세대 넘버 원 골키퍼를 노리는 페트르 체흐 그리고 디디에 드록바와 에르난 조지 크레스포, 아르옌 로벤 같은 공격수들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지만 첼시 2연패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막강한 허리에 있다.
질투 날 정도로 탄탄하고 조화로운 첼시의 미드필더라인이 만들어낸 리그 2연패는, 새로운 중원 미드필더의 필요성을 느끼는 맨체스터를 비롯해 많은 클럽과 국가 대표팀들에 현대 축구를 지배할 수 있는 좋은 교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