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3.14 11:10 / 기사수정 2006.03.14 11:10
‘서울라이벌’ 박빙의 대결
‘한 지붕 두 가족’의 표정은 확연히 달랐다. 창단 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LG는 ‘잔칫집’인 반면 선수 집단 이탈 파문을 일으켰던 OB는 ‘초상집’이었다. 1994시즌은 확연하게 명암이 엇갈린 서울라이벌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LG는 이광환식 자율야구가 몸에 밴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 95시즌 우승후보로 떠올랐고 OB는 새로 영입한 김인식 감독이 이탈 파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들을 다독거리며 ‘절치부심’했다.
예상대로 LG는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며 2년연속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떼었다. LG의 선두질주엔 역시 에이스 이상훈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좌완투수인 그가 뿌리는 150km대의 직구는 엄청난 위력을 발산했다. 이상훈의 매력은 투구스타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팬들을 후련하게 만드는 특유의 배짱투구가 그것이다.
반면 OB의 상위권 도약은 예상 밖이었다. OB는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추스르기 어려워 보였고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어 하위권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김상진-권명철 원투펀치가 위력적이었고 ‘호타준족’으로만 평가되던 김상호는 ‘거포’로 변신, 일약 3번타자로 떠오르며 타선을 이끌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렇다할 거포가 없어 고민하던 OB에게 김상호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LG와 OB는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프로야구 인기에 불을 지폈고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야구장엔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서울라이벌전은 암표상이 활개를 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만원사례가 빈번했다. 사실 LG와 OB는 서울라이벌이란 말이 무색하게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놓고 다투는 적은 95시즌이 처음이라 팬들의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즌 후반까지 줄곧 LG가 선두를 지켜왔으나 막판에 OB가 뒷심을 발휘하며 문턱까지 추격, 결국 대역전 드라마를 펼친 끝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향방이 시즌 최종전에서 가려질 정도였으니 그 치열함은 말로 설명하기 부족할 정도였다. 당시 LG는 1위를 되찾기 위해 3인 로테이션 (이상훈-정삼흠-김기범)을 가동하는 무리수를 두었지만 이것은 순위 되찾기에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악영향을 미쳤다.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던 이상훈이 2점대 방어율로 시즌을 마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한편 김상호는 홈런 1위에 등극, 역대 최초로 서울팀 출신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타점왕까지 차지하며 정규시즌 MVP를 노렸지만 낮은 타율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이상훈의 활약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가들은 ‘MVP 이상훈’을 점치고 있었다.
운명을 바꿔놓은 ‘가을잔치’
아쉽게 정규시즌 2위로 마감한 LG는 준플레이오프 없이 직행한 3위 롯데와 플레이오프를 벌여야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이상훈은 강성우에게 선제 스리런을 허용하는 등 난조를 보였고 결국 연장 접전 끝에 팀은 패배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이상훈의 난조는 계속됐고 LG는 2승 4패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그 다음.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페넌트레이스 MVP 투표가 진행된 것이 김상호와 이상훈 두 남자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플레이오프 부진의 흔적이 남아있던 이상훈보다 김상호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 것. 결국 김상호는 감격스런 MVP의 주인공이 되었고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OB는 팀 전체를 아우른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과 홈런-타점왕을 석권한 김상호의 힘,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눈부셨던 김민호와 진필중의 활약이 어우러져 13년 만에 감격적인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비록 최종순위 3위로 추락했지만 유지현, 송구홍, 박종호 등 방위병 선수들이 원정경기에서 뛰지 못하고 한대화, 노찬엽 등 고참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하는데도 불구 이상훈을 중심으로 구축한 막강한 마운드로 수많은 악재들을 잠재우며 선전했다.
‘500만 관중’ 이끈 최고스타
95시즌은 프로야구 최고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먼저 단일시즌 최초 500만 관중 돌파란 이정표를 세웠고 LG는 평균관중 2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와 OB가 동반 선전하고 김용희 체제로 물갈이한 롯데도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들어서자 관중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역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는 김상호와 이상훈이었다. 김상호가 이끄는 OB 타선은 응집력을 자랑하며 막판 순위다툼에 불을 지폈고 이것은 시즌 끝까지 팬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이상훈은 90시즌 선동열 이후 첫 20승 달성이 가까워지자 프로야구 최고의 ‘핫이슈’로 부각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 그래도 재밌었던 프로야구에 자꾸자꾸 이슈를 만들어내며 활력소가 되었던 셈이다.
김상호 (1995) → 25홈런 101타점 타율 0.272
이상훈 (1995) → 20승 5패 방어율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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