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두산 베어스가 잠실 라이벌 LG를 상대로 쓰라린 완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용과 결과 모두 잃은 게 많았지만 외야수 김태근의 활약은 작은 위안이 됐다.
두산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 시즌 8차전에서 2-9로 졌다. 지난 26일 롯데 자이언츠전 패배로 11연승을 마감한 이후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44승1무39패(0.530)가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두산의 선발 라인업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김재환과 정수빈이 각각 감기 몸살 증세, 손가락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면서 공백이 크게 드러났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핵심 외야수 두 명의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수행과 더불어 김태근에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8번타자 겸 중견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태근은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나타냈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2회말 2사 3루에서 LG 선발 케이시 켈리의 4구 커브를 받아쳤고, 타구는 중견수 앞에 뚝 떨어졌다. 그 사이 3루주자 양석환이 홈을 밟아 팀에 첫 득점을 안겼다.
다시 한 번 득점권 기회를 맞이한 김태근은 6회말 2사 1·2루에서 켈리를 상대했다. 볼카운트 1-2로 타자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4구 투심에 이어 5구 슬라이더를 커트하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6구 커브에 낫아웃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김태근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회말 1사 3루에서 켈리의 5구 커브를 잡아당겨 3루수 쪽으로 타구를 보낸 김태근은 1루에서 아웃됐지만, 3루주자 강승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최종 성적은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팀이 뽑은 2점에 모두 그가 관여한 셈이다.
2019년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태근은 입단 첫 해 1군에서 9경기에 나와 1도루 2득점을 기록했고, 이듬해 상무 야구단(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두산 유니폼을 입은 2019년보다 2020년 성적이 향상됐고, 김태근은 2021년 78경기 310타수 93안타 타율 0.300 4홈런 47타점으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다만 김태근은 지난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복사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 전반기를 통째로 날렸고, 7월 말에 1군 경기를 치렀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7월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첫 안타에 이어 타점까지 올리는 등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김태근의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유는 또 부상이었다. 김태근은 이튿날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발목을 다쳤고, 아킬레스건 파열 진단을 받아 시즌을 마감했다. 한동안 회복에 전념해야 했던 김태근은 올 시즌 5월이 돼서야 실전 모드에 돌입했고, 2군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두산은 후반기를 앞두고 양찬열을 2군으로 내리면서 김태근에게 1군에서 뛸 기회를 줬고, 김태근은 27일 잠실 롯데전에 이어 28일 LG전까지 연이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선발로 나선 것에서 그치지 않은 그는 2경기 모두 안타를 만들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김재환, 정수빈, 호세 로하스 등 주전급 외야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팀의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김태근이 두산 외야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