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모두가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초보감독'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 두산 베어스가 구단 최다연승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거침없이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두산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9차전에서 8-5로 승리를 거두고 11연승을 질주,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0연승이었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 시절이었던 2000년 6월 16일 현대 유니콘스전~6월 27일 잠실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처음으로 10연승을 경험했고,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8년 6월 6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전~6월 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두 번째로 10연승을 만들었다. 그러나 11연승은 '국민감독'도, '우승감독'도 해내지 못했던 기록이다.
시즌 전만 해도 많은 야구인들은 두산을 5강 후보에서 뺐다. 전년도 9위 팀이 확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 않았을 뿐더러 두산 구단의 파격적인 감독 선임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이름을 알린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라고 해도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이승엽 감독이 쉽게 '초보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처음에는 어려운 게 많았다.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야 했던 이승엽 감독은 "개막전을 포함해 참 힘든 시기가 많았는데, 팀이 조금씩 안정되고 선수들을 알아가면서 경기를 풀어나갔고 조금씩 좋아진 게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선수들이 잘해준 것이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승엽 감독은 두산을 잘 아는 인물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바로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계석에 앉은 사람도 김 위원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25일 경기 전에는 연습 때문에 인사를 드리지 못했고, 경기 후 인터뷰 때 얘길 했다"며 "지난번에 중계를 오셨을 때 내가 선수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전임 감독께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외부의 기대치가 높지 않아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조금은 부정적인 전망이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사령탑의 생각이다. 이승엽 감독은 "지금 3위를 하고 있지만 시즌이 끝나야 결과가 나오는 거니까 외부에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게 좀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며 "사실 더 해 보자는 생각도 했고, 당연히 선수가 야구를 하겠지만 '우리가 저렇게 평가를 받았는데 주위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걸 보여줘도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팀 내부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사령탑이 가장 먼저 언급한 이름은 주장 허경민이다. 이승엽 감독은 "허경민이 너무 훌륭하게 팀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연패가 길어지고 팀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가면 분명히 불신이 생기고 팀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 게 한 번도 없었고 코칭스태프도 그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연패에 빠지더라도 선수들의 기를 좀 살려주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가자고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는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선수들 사이에서는 허경민을 중심으로 그런 게 잘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 그게 우리가 많이 떨어지지 않고 반등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연승도, 연패도 할 수 있지만 분위기는 다른 팀에 뒤쳐지지 않는다. 당연히 직업이니까 죽기 살기로 해야 하는 만큼 야구를 즐겁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가 만들어줄 것이다"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많은 선수들이 감독님의 신뢰를 연승의 비결로 꼽지만, 사령탑은 선수들에 공을 돌린다. 이승엽 감독은 "성적이 안 나오면 당연히 2군에 보내야 하는데, 28명의 엔트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선수들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며 "많은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어 더 기회를 줄 수 없는 부분이 힘들 때가 있지만, 2군에 내려갔다 온 선수들이나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들도 항상 1군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결국 사령탑을 뒤에서 받쳐준 코칭스태프의 끊임없는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을 결과물로 만든 선수들의 과정이 존재했다. 여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초보감독 꼬리표를 떼어내려고 했던 이승엽 감독의 노력까지 더해져 지금의 대기록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두산은 아직 만족할 수 없다. 이승엽 감독은 "모든 평가는 시즌 끝나고 받아야 한다. 지금은 중간평가다. 내일(26일)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좀 더 집중해서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남은 63경기를 하면서 팀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또 팬 여러분도 많은 승리를 원하시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하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시즌이 끝났을 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승수를 쌓아서 '정말 고생했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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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