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문제는 돈이 아니라 야망이다.
토트넘이 간판스타 해리 케인 재계약에 나서며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에 반격을 가할 태세다. 그러나 토트넘의 이런 움직임을 꼬집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케인이 원하는 것은 많은 돈을 안겨주는 재계약이 아니라 토트넘의 야망이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케인에게 대폭 인상된 연봉으로 재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케인에 대한 여러 곳의 러브콜에도 꿈쩍 않고 있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케인이 현소속팀 카운터오퍼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6일 독일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 독일'은 "바이에른 뮌헨과 케인에 대한 이적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토트넘은 간판 선수를 살득해 남기고 싶어하고 그런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토트넘은 케인에게 엄청나게 개선된 재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토트넘은 내년 여름 만료되는 그의 계약이 연장된다면 지금 받는 급료에서 훨씬 더 많은 연봉을 지불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케인은 현재 일주일에 20만 파운드, 약 3억 5000만원을 받고 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80억원 수준이다. 토트넘은 이를 크게 개선해 250억원에서 300억원 수준으로 줄 전망이다. 실제 케인이 지난달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입단을 논할 때 300억원 수준의 연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체는 케인의 뮌헨행 의사가 확고하다고 주장했다. "케인은 지금 재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다. 장기적으로 토트넘에 남을 가능성이 낮다"면서 "토트넘 공격수는 올 여름 구단을 떠나거나 다음 시즌 자유 이적을 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 최악의 성적으로 케인에 실망만 안긴 토트넘이 부랴부랴 파격 연봉이라는 재계약으로 승부수를 건 모양새다. 그 만큼 뮌헨의 공세에 케인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뜻도 된다.
토트넘이 다급한 이유엔 케인이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 토트넘 연고지 런던에서 직접 만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여겨진다.
케인의 마음이 뮌헨으로 계속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뮌헨은 오는 15일 안에 케인을 품고 프리시즌 투어에 나서겠다는 자세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토트넘의 야망이 사라지는 상황이 케인으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놨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가디언은 6일 "선수(케인)의 입장은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 아래서 갖고 있던 가치 중 일부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와 관련된 지난 시즌 말 케인의 발언은 계속해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새 감독은 클럽 문화를 다시 세우고 팬들과 유대감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케인이 금전적인 아쉬움보다는 구단의 정체정이나 야망에 실망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독일 유력지 '빌트'가 투헬 감독, 케인이 만났다고 밝힌 것도 예사롭지 않다. "투헬과 케인이 투헬의 런던 집에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는 빌트는 "특히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하는 것에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투헬은 지난해 가을까지 프리미어리그 첼시 감독을 했기 때문에 런던에 거주할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뮌헨 입단 발표 직후에도 런던에 가서 각종 서류들을 들고 독일로 다시 건너왔다.
그간 뮌헨이 케인을 향후 수년간 '9번'으로 상징되는 스트라이커 감으로 점찍고 1차 7000만 유로(1000억원) 등 오퍼를 토트넘에 건넨 것은 여러 언론 보도로 확인된 적이 있다. 뮌헨은 토트넘이 이를 거절하자 이적료를 8000만 파운드(1330억원)으로 올려 2차 제안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 축구계에선 뮌헨이 지난해 발롱도르 2위에 빛나는 사디오 마네를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에 팔 뒤 그 돈까지 장전해 토트넘이 거절할 수 없는 금액, 1억 파운드(1700억원)까지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살인 케인의 나이를 고려하면 1700억원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뮌헨이 아무리 큰 돈을 제시해도 케인의 마음이 미지근하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빌트는 케인의 뮌헨행 결심이 확고히 섰음을 알렸다. 케인에 뮌헨행 의사가 없다면 투헬과 만나지도 않았을 거라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아울러 매체는 뮌헨이 프리시즌 담금질을 위해 모이는 7월15일 전까지 케인을 영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2년부터 토트넘에서 활약한 케인은 토트넘에서만 11시즌을 소화하며 공식전 435경기 280골, 프리미어리그 통산 317경기 213골을 기록한 토트넘, 더 나아가 프리미어리그의 '리빙 레전드'다.
그는 또한 토트넘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다. 토트넘이 201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낼 때부터 현재까지 팀의 주축이자 에이스다. 최근 들어선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2위에 오르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가 됐다. 1위는 앨런 시어러의 260골이다.
하지만 케인과 토트넘의 영원할 것 같았던 동행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토트넘의 무관 기록 때문이다.
토트넘은 2022/23 시즌을 리그 8위로 마감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 진출에 실패하며 무관 기록을 이어갔는데, 영국 현지에서는 케인이 이런 상황 때문에 팀을 옮길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 영입이 시급한 뮌헨이 곧바로 케인의 상황에 주목했다.
먼저 추진했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같은 프리미어리그 내 맨유 이적이 무산되면서 케인은 처음에 거절했던 뮌헨의 관심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동생 찰리 케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끝에 독일 현지 매체에서는 이미 케인이 뮌헨과 개인 합의를 마쳤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토트넘은 1000억원, 1330억원 등 뮌헨의 두 차례 이적료 오퍼를 거들떠 보지도 않거나 거절한다는 자세다.
하지만 뮌헨은 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태도다.
이런 가운데 케인이 투헬과 만나 충성을 맹세했다는 빌트의 주장이 나와 의미심장하다.
뮌헨 소식에 정통한 '스카이스포츠 독일'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4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현시점에서 문제는 토트넘이 케인을 매각할 생각인지, 아니면 아예 팔 계획이 없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라며 케인 이적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플레텐베르크는 "뮌헨은 2024년 자유 계약으로 케인을 데려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구단 수뇌부는 케인이 뮌헨에 합류하고 싶도록 설득했으며, 현재 케인은 오직 뮌헨에만 합류하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다"라며 케인이 뮌헨 이적만을 원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같은 날 독일 매체 '테체'는 "뮌헨은 소매에서 다음 에이스 카드를 꺼냈다"라며 뮌헨의 케인 영입 계획을 보도했다.
테체는 "칼 하인츠 루메니게 회장은 케인과 회담을 하고 그를 뮌헨으로 데려오기 위해 설득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토트넘의 자세는 여전히 판매 불가다. 프리미어리그 중계채널인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은 케인의 경우 판매 대상이 아니(not for sale)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토트넘 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다니엘 레비 회장이 내년 자유계약으로 그를 풀어주는 초강수를 둬서라도 케인을 올 여름 팔지 않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뮌헨이 막대한 이적료를 케인 영입을 위해 지불하더라도 모든 이적의 결정은 토트넘의 손에 달렸는데 양 측인 이적시장 초기를 벗어나 중반에 접어든 지금까지는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케인을 팔지 않겠다"는 토트넘의 자세가 2년 전 맨시티 이적 불허 때처럼 계속 유효할지, 아니면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아닌 뮌헨엔 다소 유연할지 궁금하게 됐다.
뮌헨이 "홈구장 앞에 케인의 동상을 세워주겠다"며 '지키기' 초강수로 나서고 있는 레비 회장의 마음을 돌려 케인에게 독일행 비행기를 태울 수 있을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일단 토트넘은 뮌헨의 케인 러브콜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고액 연봉으로라도 그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케인 영입을 둘러싼 토트넘과 뮌헨의 힘겨루기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