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두 달 넘게 홈런이 없었던 LG 트윈스 '캡틴' 오지환이 마음의 짐을 덜었다.
LG는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7차전에서 14-0으로 대승을 거두고 시즌 성적 44승2무26패(0.629)로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 6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선발투수 임찬규의 호투가 돋보였다면, 타선에서는 오지환의 활약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지환은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 팀 승리에 기여했다.
첫 타석부터 오지환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2루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SSG 선발 오원석의 6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첫 홈런이자 지난해 9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279일 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오지환은 5회초에도 1사 2·3루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2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고, 7회초 안타 1개를 추가해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 후 오지환은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았다. 중요한 순간에 초반 승기를 가져갈 수 있는 홈런이라 좋았던 것 같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전날 하루 쉬었기 때문에 몸의 피로는 좀 풀린 느낌이었다"며 "그 다음에 타격에서도 타이밍에 있어서 공격적으로 한 번 가자고 생각했고, 좌투수에 많이 약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빠른 카운트에서 치려고 노력했다. 풀카운트까지 갔지만, 좀 더 빠른 직구를 노리려고 했고 결과는 내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홈런 상황을 돌아봤다.
첫 홈런이 터지기 전까지 247타석에서 침묵했던 오지환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는 "내가 나약했던 것 같다. 공격적인 성향이 좀 강했고, 삼진을 많이 당해도 풀스윙을 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수치들이 작아지다 보니까 나도 쫓겼던 게 사실이다"며 "2볼이 돼도 뭔가 직구가 날아올 것 같다, 아니면 변화구가 날아올 것 같다는 식의 고민을 많이 했다. 좀 더 확실하게 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점점 늦었다. 조심스러웠던 성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하게 친다고 치는데 펜스만 맞거나 파울이 됐다. 지난해에는 중간에 맞거나 약간 빗맞아도 넘어가는 것들이 많았다"며 "올핸 확실히 잘 맞은 게 펜스에 맞고 이러다 보니까 '똑같이 치는데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치고 내가 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전력으로 돌리자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첫 홈런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건 더그아웃으로 들아온 이후였다. 홈런을 친 오지환은 동료들의 '무관심 세리머니'를 받았고, 이어 헬멧을 3차례 세게 내려쳤다.
오지환은 "(무관심 세리머니를) 예상하지 못했다. 올 시즌 첫 홈런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또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난처하긴 했는데 당해보니까 약간 허무하고 어색했다"며 "(헬멧을 내려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 답답했던 게 좀 뭔가 뻥 뚫리고 약간 원통한 걸 풀었던 느낌이다"고 웃었다.
그래도 동료들이 준비한 세리머니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는 게 오지환의 이야기다.
그는 "(무관심 세리머니가 끝나고) 너무 축하한다고 얘기하는데, 팀 승리에 대해서 축하하면 이해가 되겠는데 '첫 홈런을 축하한다고 들어야 하는 위치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래도 이제 격려를 해 준 것이니까 고맙게 받아들였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몇 개월 만에 느끼는 거니까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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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