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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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팬들은 두산이 올라오길 바란다?

기사입력 2005.09.27 10:27 / 기사수정 2005.09.27 10:27

윤욱재 기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에겐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먼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쥘 수 있어 우승에 한 발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최소한 준우승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포스트시즌 진출팀들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모든 힘을 쏟는 동안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 정규시즌 우승의 또 다른 메리트.

올해는 시즌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혔던 삼성 라이온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놓친 만큼 올해는 반드시 V3를 이루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역시 삼성팬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특히 3년 전, 감격스런 첫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봤던 대구 홈팬들은 예년보다 더 많은 성원을 보내며 그때처럼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어쩌면 대구구장에서 우승 장면을 보는 것조차 원천봉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규정한 한국시리즈 일정에 따르면 서울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지 않을 경우 5~7차전을 잠실구장에서 치러야한다. 즉, SK나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경우 대구에서 치러지는 경기는 단 두 경기(1~2차전)뿐이기 때문에 대구팬들은 절대 홈구장에서 우승 장면을 지켜볼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하면 서울팀인 두산이 올라와야 대구에서 우승 장면을 볼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두산이 올라오면 1~2차전을 대구구장에서 치른 뒤, 3~5차전을 잠실구장으로 옮겼다가 6~7차전을 다시 대구에서 치르는 일정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규시즌 우승팀에겐 너무도 가혹하다. KBO가 정한 한국시리즈 일정은 정규시즌 우승팀을 응원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팬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현대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각 도시에 프랜차이즈를 확고하게 다져놓은 지금, 굳이 서울에서 반드시 한국시리즈를 개최해야 할 정당한 사유도 없다.

하지만 3만 관중을 수용하는 잠실에서 개최해야 더 많은 관중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입장 수익에 목을 매고 있는 KBO가 이러한 규정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 규정은 올해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 싫어하는 골수 대구팬들은 여러 가지 가정들을 세워놓고 서울 상경 프로젝트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SK와 한화가 올라올 경우엔 우승이 서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부 일정까지 계획하려면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는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가 끝난 전례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5차전 이상 치른다는 가정 하에서다. 여기에 두산이 올라올 경우도 고려해서 새로운 일정을 또 짜야하는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단지 야구를 너무 사랑하고 자신의 응원팀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KBO의 규정 앞에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정규시즌 우승팀 팬들의 비애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삼성라이온즈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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