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9.10 01:02 / 기사수정 2005.09.10 01:02
지바 롯에의 이승엽(28)이 일본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일본 잔류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의 행보에 대한 관심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그가 누구인가 ‘국민타자’ 이승엽이 아니겠는가?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홈런킹’이자 야구계의 이슈 메이커인 이승엽의 행보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그는 2002년 소속팀이었던 삼성을 한국시리즈 최초의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홈런 56개를 쳐 아시아 홈런 신기록(기존 일본의 왕정치 55개)을 깨뜨리고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003년 당시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 했으나 조건이 너무 턱없이 낮고 주전확보도 보장할 수 없어 조건이 좋고 주전자리가 거의 확실한 일본행을 메이저리그를 진출하기 위한 중간 기점으로 선택했다. 2년 계약에 사인을 한 그는 지바 롯데와 계약금 1억엔, 연봉 2억엔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본에 입성했다.
그 때까지 그의 마음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뒤 2년 뒤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일본행을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서 첫 시즌인 지난해만 해도 타율 2할4푼에 14홈런, 50타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아시아 홈런킹으로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선언한 이승엽은 첫 해 일본야구 적응에 실패를 딛고 올해는 팀의 포시트시즌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당당한 팀 내 간판타자로 자리 잡았다. 8일 현재 이승엽은 타율 0.272 26홈런, 73타점을 기록 중이다. 초반 플래툰 시스템(좌투수 선발시 선발에서 제외)에도 불구하고 홈런과 타점 모두 팀 내 1위다.
그래서 이승엽은 이제는 일본야구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평을 들으며 연일 매스컴으로부터 칭찬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이승엽의 목표는 홈런 30개 타점 100타점이었다. 현재 남은 경기가 얼마 되지 않아 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 타점부분의 기록은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용병으로 팀 내 홈런, 타점 1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입지를 명확히 하며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은 이승엽으로선 이제 일본을 걸쳐 좀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다시 문을 두드려야 하지 않을까?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를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1~2년 더 뛴 뒤 메이저리그 도전?
이승엽은 자신이 세운 목표는 꼭 이루어야 하고 승부에서 지기 싫어하는 등 승부욕이 엄청난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일본야구 적응실패를 만회하고자 이를 악물고 훈련에 몰두해서 올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일본에서 확실한 승부를 보겠다며 일본 정벌?에 도전장을 내밀며 일본잔류에 마음을 두고 있다.
그럼 이승엽으로선 일본 잔류가 과연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물론 야구선수로서 일본에서의 자신의 뚜렷한 입지를 남겨두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가령, 나고야의 수호신 이라 불리며 이정표를 남긴 현 선동렬 삼성 감독처럼 말이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한국인 타자로서 야구천재라 불리면서 일본에 진출한 이종범 역시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그렇게 뚜렷한 이정표를 세우지 못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이승엽은 한국인 타자로서 최초로 일본정벌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생각으로 일본 잔류에 마음을 굳힌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일본정벌? 물론 한국선수로서 일본 야구계에 이정표를 남긴다는 것은 훌륭하고 대단한 도전으로 야구인생을 걸어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선수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경계심과 차별을 두고 있는 일본야구계에서 이승엽은 무슨 업적을 남기려고 하는 것일까? 홈런왕? 타격왕? 홈런왕 타이틀을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야구는 한국야구보다 상대적으로 파워 있고 뛰어난 타자들이 많고 우수한 투수들도 많다. 이 말은 한국야구가 결코 일본야구보다 수준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타일이 틀리고 시장자체가 틀리다는 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시장도 넓고 용병수도 많아서 훌륭한 용병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의 벽을 뛰어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거기다가 일본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경계심이 더해진다면 말이다.
필자의 말은 타이틀을 홀더 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객관적인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 일본 정벌을 위해서 이승엽의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접어야만 하느냐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다. 만약 이승엽이 일본에 잔류하여 단기계약을 한다면 1~2년을 더 뛴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면 그 후 이승엽의 나이는 30세가 될 것이다.
나이 30세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메이저리그의 관례상 서른이 넘은 선수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구단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주로 젊은 나이에 재능 있고 훌륭한 재목감이 될만한 선수를 데리고 와서 향후 몇 년 뒤 활용을 목표로 선수들을 영입하는 추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이 젊은 나이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리거를 꿈꾸고 있으며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은 오랜 노력으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일본을 걸쳐 메이저리그에 진출 한 이상훈의 경우는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기회도 별로 얻지 못하고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한국으로 다시 리턴 해야만 했다.
이렇듯 이승엽도 메이저리그를 진출할 생각이 있다면 한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을 해야만 그만큼 기회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과연 이승엽이 일본잔류가 과연 자신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인가 하는 의문점을 가지는 바이다.
이승엽은 박찬호 못지않게 타자로선 한국야구의 자존심이자 자랑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일본의 마쓰이나 이치로처럼 좋은 활약을 펼쳐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였으면 좋겠다. 지금 LA 다저스의 최희섭이 들쑥날쑥한 실력으로 홀대를 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당당하게 주전자리를 확보하여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하는 작은 바램 이다.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그만한 능력이 있고 끈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허리와 손목의 유연함을 타고난 이승엽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큰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엽의 일본잔류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