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2007년 데뷔 이후 16년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 필모그래피에 '범죄도시3'를 더하기까지 배우 이준혁은 역할과 크기, 비중에 상관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다양한 인물들로 변신하며 꾸준히 대중과 만나왔다.
'수상한 삼형제'(2009)와 '적도의 남자'(2012), '비밀의 숲'(2017, 2020) 시즌 1·2, '60일, 지정생존자'(2019), '다크홀'(2021) 등의 드라마와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 '야구소녀'(2020), 그리고 지금의 '범죄도시3'까지 실제 이준혁의 필모그래피는 군 복무 시절이던 2013년을 제외하고는 한 해도 빠짐없이 다양한 작품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대중 역시 이준혁이 가진 훤칠한 외모로만 그를 이야기하고, 또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눈에 띄는 비주얼을 갖고 있더라도 본업인 연기에서 배우의 매력을 찾지 못한다면, 관객과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배우의 외모 부분을 굳이 부각시켜 일부러 더 칭찬해 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대중에게 이준혁은 그 흔한 구설수나 연기력 논란 하나 없이 성실히 연기에 집중해 온 천상 배우로 비춰지지만, 스스로는 "오랜 활동으로 대중에게 많이 소비된 이미지가 있다"며 자기 객관화에 나선다.
마동석에게 '범죄도시3' 출연 제안 전화를 받았던 당시는 업으로 삼고 있는 배우 일에 대한 깊은 고민에 잠겼던 때라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범죄도시3' 개봉 후에도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준혁은 자신이 배우의 이름으로 해 온 것과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끝없는 생각의 시간들을 갖고 있는 중이다.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디즈니+ 드라마 '비질란테'와 영화 '소방관', 새롭게 준비 중인 '비밀의 숲'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까지, 작품 속 이준혁의 모습은 변함없이 계속해서 마주할 수 있다.
'범죄도시3'의 '3세대 빌런'이라는 수식어에는 낯간지러운 듯 멋쩍은 웃음을 터뜨리고, 열혈 홍보 활동을 이어가는 요즘 "예능은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내젓는, "영화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하던 이준혁을 아주 조금 더 엿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범죄도시3' 캐스팅 제안을 마음이 조금 힘들었던 시기에 받게 됐다고 말했었어요. 어떤 마음의 동요가 있었던 것일까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늘 그래요.(웃음) 그렇지 않나요? 뭔가 일을 끝내고 나면 '이래도 되나, 괜찮은가. 난 잘하고 있는가' 누구나 이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걸 제가 이번에는 말로 얘기를 한 것 뿐이죠. 마선배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좀 특별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제 마음이 그랬던 시기에 그렇게 전화가 왔던 것이 운명 같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 것이에요. 늘 제가 '나 맨날 힘들어' 이렇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웃음)
그런데 늘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 끝나고 나면 뭔가 친한 친구랑 헤어지는 느낌도 있고. 그럼 이제 다음에는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는 것이잖아요.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도 있고,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신선하게 보여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배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죠."
-그럼 요즘의 마음 상태는 또 어떤가요.
"이제 또 앞으로 어떡하지?(웃음) 다음 작품을 또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뭘 봐도 그렇더라고요. (tvN 예능) '장사천재 백종원'만 봐도 '다음 날 장사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것을 고민하시잖아요. 그런 것에 공감하는 것이에요. 제가 막 대단하게 '저는 너무 너무 힘들어요' 이런 건 아니고, 누구나 하는 고민들인데 때로는 그게 좀 무겁게 올 때가 있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 그 타이밍에 할리우드 배우('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 역으로 출연한 마동석)가 저한테 연락을 주셨으니 꿈만 같은 일이잖아요. 생각해보니 이게 다, 제가 예전에 '일밤-바람에 실려'(2011년에 방송된 MBC 예능) 촬영을 하러 할리우드에 갔을 때 '언젠가 내게도 할리우드 배우가 연락을 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서사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웃음)"
-이준혁 씨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중이 '꽃미남 빌런'을 기대했다는 반응도 있었죠.
"오, 그래요? 일단 저는 제가 꽃미남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웃음) 어찌됐든 감독님께서는 현실적으로 제가 거대한 몸으로 마석도와 마주하는 그런 리얼한 느낌이 있길 바라셨고요. 또 저희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성한 부분도 있으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도전해 볼만했기에 더 좋았죠. 그리고 제가 작품에서 꽃미남 역할을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 예뻐 보여야 하는 그런 인물이요. (굳이 떠올려보자면)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도? 그것 말고는 딱히 없지 않았나 싶어요."
-'범죄도시3'에서는 '3세대 빌런'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고 있잖아요. 마치 아이돌을 부르는 말 같지 않나요.(웃음)
"하하하하하. 아이고, 그건 참 정말… 저랑 안 맞아요.(웃음) 그럼 '범죄도시4'에 출연하는 (김)무열이 형은 4세대 빌런이 되는 건가요? 나중에 같이 (빌런들의 만남을) 결성하면 좋겠네요.(웃음)"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서는 '40년 동안 이 얼굴로 살았더니 지겹다'는 말을 했다고 했었죠.(웃음)
"아니, 진짜 이게 망언처럼 됐는데, 참 하여간…(웃음) 그냥 저는 그 말이었어요. 다른 캐릭터로 살아보고 싶지 않나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주성철 역할도 도전한 것이잖아요. 그 생각이 늘 마음속에 내재돼 있거든요. 만약 제가 저에 대한 애착이 엄청나다면, 매일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할 것이고 변하지 않으려고 하겠죠. 그런데 저는 그렇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살도 찌웠다가 또 뺐다가 하는 것을 편히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살을 찌워도 잘생겨 보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너스레에) 하하하하하."
-그럼 본인이 선호하는 외모 취향은 (평소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드웨인 존슨 같은 배우 쪽인 것인가요.
"외모 취향은 다양해요. 브록 레스너(미국의 프로레슬러 겸 이종격투기선수) 같은 스타일도 좋아하고, 티모시 샬라메 같은 사람도 좋고요. 그러니까 그 스타일에서 배우가 극대화 돼있으면 좋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잖아요. 드웨인 존슨처럼 살아보고 싶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자) 예를 들면 여성 분들도 론다 로우지(미국의 프로레슬러 겸 이종격투기 선수) 같은 느낌으로도 한 번 살아보고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게 너무 멋있거든요. 누구나 다 느끼는 그런 것 아닐까 해요. 아, 그런데 드웨인 존슨처럼 거대한 몸을 가진 경우는 어릴 때 그림을 그릴 때의 느낌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게 '드래곤볼'의 영향인지는 모르겠는데, 타격감이 굉장히 좋다고 느껴졌거든요.(웃음)"
-예능부터 라디오, 유튜브 출연까지 '범죄도시3' 홍보 활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내향적 성향인데 힘들진 않았나요.(웃음)
"'단명하겠구나' 싶었어요.(웃음) 이런 인터뷰 자리도 쉽진 않지만, 정말 예능은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비보티비에 출연했을 때는 제가 낯설어하는 것을 아시니까, 정말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죠.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나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도 세계관에 녹아들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는 말에) 열심히 너무 잘 하시는 분이잖아요. 잘 녹아들려고 했죠.
예능에 출연하고 나서는 '영상 조회수나 시청률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같은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래도 기왕 나가면 좀 도움이 돼야 하는데. 참 요즘 걱정할 게 많네요, 이게 다 살이 빠져서 그래요.(웃음) 이런 것도 그냥 제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몇 번 일어나서 뭐 해봐' 할 때 긴장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예능에서) '이준혁 씨, 이거 어땠어요?' 물어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웃음) 그래도 다행히 요새는 그런 다양성이 좀 인정되는 사회라 제가 지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도대체 영화가 뭐기에, 이렇게 이준혁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가요.(웃음)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어요. 영화에서 삶의 지혜도 얻고 뭔가 저의 친구도 되고, 얘기도 많이 듣는 느낌이고요. 뭔가 초등학생 때부터 그런 아이덴티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영화 뭐 봐야 돼?'라고 물으면 대답해줘야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요. 그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제게는 영화가 친구이고, 아직까지는 영화로는 제가 번 돈보다 영화에 쓴 돈이 더 많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그 정도냐고 되묻는 말에) 그럼요. 블루레이나 DVD만 해도 (구입하려면) 가격이 꽤 높잖아요.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영화한테 내가 더 잘해줬다는 것?(웃음)"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으시네요.(웃음)
"엄청 자부심 있죠! 제가 훨씬 더 잘해줬어요, 아직까지는."(일동 폭소)
-그럼 영화도 준혁 씨에게 무언가를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무엇을 받길 원하시나요.(웃음)
"너도 좀 줘!(웃음) 적어도 아직까지는 걔가 힘들 때도 제가 더 보듬어줬던 것 같고…"
-이 말만 들으면 마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 빗대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왜 이런 것 있잖아요. 이성한테 내가 스스로 잘해줬다고 말하면 그건 굉장히 무례한 건데, 영화는 어찌됐든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느낌인 것이죠.(웃음)"
-그럼 지금 떠오르는,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가 있으신가요.
"너무 많은데.(웃음) 기왕 어쩌다 지금 사랑 얘기처럼 흘러갔으니까… '콜드워', '렛 미 인', '팬텀 스레드' 세 편이요. 저한테는 굉장히 좋았던 사랑 이야기였어요. 요즘에는 '팬텀 스레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싫어하시는 분도 있지만 전 재밌게 봤거든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향적인 성향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계속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해야 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10년이 훨씬 넘게 꾸준히 잘 해오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하기도 해요.
"일단은 제가 규칙적인 일을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어쨌든 영화를 너무 좋아했으니까 관련된 직종이라면 어떤 곳에서라도 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 곳에서는 어떻게 보면 나를 잘 알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실 예능도 어렵게 느끼는 것인데, 그렇지만 집에만 있다고 또 관심을 안 받는 건 아니에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어머니의 등짝 스매시가 날아오죠.(웃음) 집에 가만히만 있으면 또 굉장히 과도한 관심을 받게 돼요. 그러니까 여기 이렇게 밖에 나와서…(웃음)
여기선 작품과 캐릭터 이야기를 아무래도 더 할 것이잖아요. 저를 숨기기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좋은 의미로, 잘 숨을 수 있는?… 저를 다 알 수 없잖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 사람의 단편적인 것만 알게 되는 것이지, 완벽히 또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잘 숨어서 있어보려고 하고 있죠.(웃음)"
-이번에 '범죄도시3'가 흥행한다면 뭔가 더 남다른 마음이 들겠네요.
"행복할거예요. 제가 사실 진짜 행복이라는 단어를 잘 못 쓰는데…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에서 보니까 마이클 조던이 마음의 짐을 그렇게 많이 갖고 있다가 우승을 한 그 단 하루에 그렇게 술을 마시더라고요. 영화가 정말 흥행이 너무 너무 잘 되면 '괜찮아도 돼'라고 주변에 말하고, 우리 (한)규원이와 (최)우준이 형, (안)세호 형과 같이 술도 먹고, 필름은 끊길 테지만 그런 시간을 한 번 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죠.(웃음)"
-나무늘보를 많이 좋아한다고 했었어요. 나무늘보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없나요.(웃음)
"꿈인 것이죠. (지금은) 그렇게 못 살고 있어서…(웃음) 나무늘보가 참 괜찮은 생명체 같아요. 인간도 그걸 본받아서 그런 다양성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요? 나무늘보 같은 삶도 존중해주고. 뭐, 나무늘보도 걔 나름대로는 치열하긴 하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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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