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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응원에 주최권이 있다? '광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다!

기사입력 2006.02.28 11:20 / 기사수정 2006.02.28 11:20

이권재 기자

[주장] 서울시와 SKT컨소시엄 누구 마음대로 그 '광장'을 사고파는가?


지난 27일 서울시는 월드컵이 열리는 올 6월 서울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벌어질 길거리 응원 행사의 주최로 'SKT컨소시엄'(SKT,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KBS, SBS로 구성)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자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도대체 왜 서울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벌어지는 길거리 응원 행사의 주최권에 대해 서울시가 나서서 입찰을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입찰에서는 최종 선정된 SKT컨소시엄을 비롯해 KTF, 현대자동자, 붉은악마, MBC 등도 참여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결국 2002년 서울 광화문 거리를 비롯해 전국을 휩쓸며 대한민국의 4강 달성에 절대적인 힘이 되었고 질서 정연함 속에서 열정이 살아있는 대한민국 표 응원문화 - '길거리 응원'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선 길거리 응원의 붉은 물결은 4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라는 관의 주도하에 언론(KBS, MBC, SBS, 조선일보 등)과 기업(SKT, KTF, 현대자동차)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사고파는 그저 그런 이벤트 행사로 변질되어 버렸다.


누가 그들에게 우리들의 '광장'을 양도했는가?


2002년 6월 4일 폴란드전부터 조용히 시작된 우리 국민의 길거리 응원은 경기가 계속되고 대한민국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그 수가 점점 늘어났고 독일과의 4강전이 열린 6월 24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만 80만명, 전국적으로 700만명의 ‘붉은악마’가 거리(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대~한민국"을 외쳤다.


분명 그날 우리가 본 700만의 붉은 물결은 순수하고 자발적으로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광장)로 나왔고, 그 속에서 그들은 나름의 원칙을 지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질서 정연함 속에서 그 축제를 즐겼다.


물론 경기가 거듭되고 거리 응원인파가 늘어갈 수록 그 광장에는 각 방송사나 단체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개최 됐지만, 어디까지나 옥외 전광판 1개로는 모든 인파가 경기를 잘 볼 수 없어서 거리 곳곳에 스크린을 세웠던 것이었다.


또, 낮부터 몰려드는 응원단들이 경기 시작 전까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공연 등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분명 어제(27일) 각종 언론에 발표된 것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길거리 응원'의 주최권을 사고파는 그런 모양새는 분명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SKT컨소시엄의 말도 안되는 주최권자 선정을 당장 철회하고

길거리 응원을 기업의 사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진정한 문화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월드컵 기간 길거리 응원을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만들려는 SKT를 비롯한 각종 언론사들의 욕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특히 주최권자로 선정된 SKT컨소시엄을 주도한 SKT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악마와 길거리 응원을 활용한 엠부쉬(Ambush)마케팅으로 동종업계 라이벌이자 월드컵 공식후원사였던 KTF보다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지만, 정작 월드컵이 종료된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축구계를 외면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그랬던 그들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또다시 엄청난 물량공세를 통해 월드컵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2002년 6월 24일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벌어졌던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카드섹션 문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CU@K리그"


바로 2002년 SKT가 그렇게도 함께 한다고 외쳤던 붉은악마가 4천 5백만 국민들에게 보낸 K리그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메시지 였지만, 그들은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그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겨치고 10년간 자신들을 응원한 K리그 팀 부천의 팬들과 시민을 버리고 기업의 이익을 쫓아 연고이전을 강행했다.


바로 그 기업이 이제는 “추억이라 부르지 말자/ 기억이라 부르지 말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2006년 다시 타오를 불꽃이라 부르자” 며 월드컵에서 가장 순수했던 ‘길거리 응원’을 주최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런 SKT의 월드컵을 앞둔 행보는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고, 4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만 ‘반짝’하는 거짓 축구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 나와 월드컵을 즐길 수 있고, 그 대한민국 국민 중 어느 누구도 서울시와 언론, 기업들에게 광장에서 축제를 즐길 권리(주최권)을 양도한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라도 서울시와 SKT컨소시엄은 6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의 월드컵 거리 응원에 대한 주최권에 관한 내용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길거리 응원 행사를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행사장이 아니라 2002년 그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축제와 문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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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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