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04 17:26 / 기사수정 2011.06.04 17:34
사람의 미각엔 특별한 면이 있어서 단순히 혀로 느끼는 오미(다섯 가지 맛)의 과학적 규명과는 다른 별개의 미각 세계가 무수히 존재한다.
일례로 통각이라고 일컫는 매운맛에 대해서도 이것을 맛으로 쳐주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논란이 있었다. 또한 학습된 맛이라고 불리는 구수한 맛이라던가 감칠맛이라던가 하는 영역이 있다. 뿐인가, 크리스피(바삭한맛)라고 불리는 식감 역시 분명한 하나의 맛의 영역으로 이 분류에서만도 몇 가지 단계로 나뉜다. 이런 식으로 따져 들어가다 보면 식품 산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맛의 분류로만 거의 100가지에 육박하는 맛의 차원이 존재하게 된다.
요즘과 같은 날씨에선 저녁 시간에 쾌적한 테라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몸 전체에 굉장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세로토닌이 폭포수처럼 분비된다. 그래서 밤늦도록 잠도 안오고 신선한 각성상태에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맛 역시 일종의 화학반응이다. 맛은 단순한 혀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의 상태와 기분에 따라 굉장한 변형을 일으키는 일종의 화학적 경험이다.
이 상태에서 맥주는 마신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맥주의 원료는 보리. 한의에서 분류하는 냉한 곡식이다. 맥주를 많이 마시면 아랫배가 나온다는 속설은 보리의 냉한 기운이 아래로 쌓이기 때문이란다. 낮 동안의 살짝 데워진 몸을 식히는데 이런 맥주보다 더 적합한 음료가 있겠는가. 맥주의 맛을 음미하는게 아니라 그 냉한 기운이 신속하게 오장육부를 타고 도는 바로 그 맛이 아니겠는가.
이것을 초여름의 입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통 테라스의 맛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현자씨. 첫 회부터 족보에도 없는 새로운 맛의 분류를 하나 만들고 말았다. 평가는 독자인 당신이!
[필자소개] 현자씨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나도 너만큼 먹고 살아왔으니 맛에 대해 할말이 있다며 맛의 소수파를 위한 항변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맛제보 및 맛신고는 아래의 메일로 받습니다. 현자씨는 새로운 맛의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현자씨 메일주소 rain8bow@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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