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정현 기자) 부진한 성적과 감독 사퇴, 여기에 전문 풀백이 없는 위기 상황에서 김두현 감독 대행의 수가 제대로 통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적절한 판단이 반등의 초석이 될 수 있었다.
전북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맞대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7위로 도약했다.
전북은 전반 시작과 함께 문선민이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40분과 후반 20분 백승호의 연속골이 터지며 수원을 원정에서 제압했다.
이날 전문 풀백이 없었던 전북은 맹성웅과 구자룡을 풀백 자리에 세웠다. 대신 공격 시에 맹성웅이 박진섭과 함께 3선으로 올라갔고 구자룡은 센터백으로 전환해 3-2-4-1처럼 움직였다. 필요시엔 이수빈이 측면으로 내려와 받아주고 롱패스로 다시 올라가기도 했다.
김두현 대행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롤을 주고 선택을 선수단에게 제시했고 선수단이 선택했다. 보여준다고 하면 또 다른 색의 축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대했던 대로 전북은 또 다른 색의 축구를 선보였다. 중앙 지향적으로 볼을 소유한 뒤 좌우에 문선민과 안드레 루이스, 교체 투입된 한교원 등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측면 공격진에게 내주면서 공격을 이어갔다.
공격 전환 시 맹성웅의 중앙 이동은 수원 선수들의 혼선을 야기했고 전북의 볼 순환에도 더 효과적이었다. 3선에서 2선으로 향하는 패스의 퀄리티도 높였다.
3선에서 2선 측면으로 볼이 향하면 문선민과 안드레가 개인 능력으로 크로스를 노렸다. 이 과정에서 백승호의 첫 골이 터질 수 있었다.
2선에 백승호, 이수빈의 투입 역시 효과적이었다. 백승호는 줄곧 3선에 서서 수비형 미드필더 내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수비적인 역할도 도맡아 했다.
기존에 바르셀로나 시절 보여줬던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이날 경기 2선으로 올라섰고 이것이 2선 공격력을 높이는 데 효과를 봤다. 동선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 진영에서 영향력을 끼쳤다.
백승호가 이날 양 팀 최다인 5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훨훨 날았다. 유효슈팅도 4개였다. 수원의 팀 전체 유효슈팅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키패스 역시 2회로 문선민과 함께 양 팀 최다를 기록했다.
백승호는 "맹성웅이 중앙에서 들어오는 전략으로 일주일 동안 훈련했다. 상대가 끌려 나오게 유도하자고 했고 그다음에 공격을 전개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연습한 대로 차분하게 잘 해줘서 경기장에서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맹성웅은 김상식 감독 재임 당시에도 이번 시즌 한 차례 풀백을 경험한 바 있지만, 당시엔 전통적인 풀백 역할을 맡았다. 이번 경기는 달랐다.
맹성웅은 "이번에 준비한 변형 백3로 만들어 내가 미드필더로 가면서 미드필더 숫자를 하나 더 만든다. 거기서 상대방이 어렵게 만들자고 주문하셨다. 상대의 위치에 따라 들어가기도 하고 원래 포지션처럼 벌려있기도 해 상대를 어렵게 하려고 생각하고 많이 움직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전술적 포인트를 잡아서 나온 김 대행도 만족했다. 경기 중에도 환한 미소를 보였던 그는 "사이드백이 없지만, 안쪽으로 들어오는 인버티드(Inverted) 움직임으로 혼선을 주려고 했고 유용했다. 상대가 그런 점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이 가고자 하는 위치에 있다면 볼이 순환되고 얼마나 정교하게 찔러주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진다. 오늘 선수들이 잘 해줬고 재밌는 축구를 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연합뉴스, 비프로일레븐 제공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