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03 07:54 / 기사수정 2011.06.03 07:54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작은 키가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고역이다.
특히 대한민국 단신 남성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그러한 성향이 있다. 하물며 신체 조건이 중요한 스포츠 선수에게 단신은 분명 핸디캡이다. 하지만, 야구는 꼭 키가 작다고 잘할 수 없는 건 아니다. KIA 김선빈(22)이 최근 단신 야구 선수가 살아남는 법을 톡톡히 알려주고 있다. 김선빈 역시 키 얘기에 극도로 민감해 하고 있지만, 요즘 엄연히 투수들의 경계 대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타자임에는 틀림없다. 키가 작지만 수비뿐 아니라 방망이로도 거인이 돼 가고 있다.
▲ 얼마나 잘 치나
김선빈의 활약은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3일 현재 타율 0.317로 당당히 6위다. 최근 5경기서도 20타수 7안타 타율 0.350. 1일 잠실 LG전서는 고비 때마다 3안타를 뽑아내며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으며 2일 경기서는 3회 김광삼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2호이자 통산 3호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KIA의 3위 복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3일 현재 KIA는 팀 타율 0.275로 8개 구단 중 순도가 가장 높다. 그 중 0.360의 리드오프 이용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타율이 높다. 더 놀라운 건 타점이다. 48경기에 나선 시점서 29개로 전체 1위 이범호(45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타점이 많다. 5월부터 꾸준히 2번 타순에 서고 있는 김선빈은 밥상 차리기와 해결 능력을 동시에 과시하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땐 0.279이지만 주자가 있을 땐 무려 0.358이다. 데뷔 후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3할을 치지 못했으나 올 시즌 처음으로 3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그야말로 타격에 눈을 떴다.
▲ 작은 키가 오히려 장점
가장 놀라운 기록은 올 시즌 우측 방향의 타율이 3일 현재 무려 0.365라는 것이다. 그만큼 잘 밀어치고 있다는 뜻이다. 1일 경기서 뽑아낸 3안타도 대부분 밀어친 안타였다. 테이블 세터로서 그만큼 주자의 진루에 신경 쓰고 있다는 뜻도 되지만, 한편으로 작은 키를 가진 김선빈만의 생존본능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어깨와 벨트의 중간 지점이 상한선,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이 하한선이다. 그 높이에 맞춰 들어오는 공이 홈 플레이트의 일부만 스쳐도 스트라이크로 인정된다. 키가 작은 김선빈은 자연스럽게 스트라이크 존의 높이가 좁다. 더군다나 작은 키로 잔뜩 웅크린 채로 타석에 바싹 붙어 선다. 순간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짐을 느끼는 투수는 몸쪽에 꽂아 넣기가 쉽지 않고 결국 바깥쪽 승부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게 김선빈에겐 기회다. 집중적으로 바깥쪽을 노려 밀어친다. 그러다가 몸쪽 승부가 들어오면 커트를 하거나 실투를 정확하게 안타로 연결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김선빈의 눈을 뜬 타격을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다. 김선빈의 스트라이크 존은 입단 때부터 좁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파워도 썩 나아진 건 아니다. 하지만, 2일 잠실 LG전 결승 3점포는 잡아당긴 타구였다. 다소 실투 성이긴 했지만 김선빈의 몸쪽 공 대응 타이밍이 상당히 좋아진 걸 알 수 있다. 임팩트 전 군더더기 없이 배트를 간결하게 내민 다음 순간적으로 손목에 힘을 실으면서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선빈의 타격 상승세로 KIA는 단연 최강 단신 테이블 세터를 구축했다. 이는 그간의 단선적인 KIA 득점 공식을 다원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은 키가 장점이 된 김선빈. 그의 방망이가 요즘 KIA의 상승세에 불을 지피는 힘이 되고 있다.
[사진=김선빈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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