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대회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본프레레호가 일본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 90분간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선전했으나 자존심 회복에 나선 일본에게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7일 오후 8시부터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선수권 2005 3차전(남자축구) 경기에서 1,2차전 경기에서 보인 부진한 모습을 탈피해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으나 후반 41분 교체투입해 들어온 나카자와 유지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했다.
한일전 대승을 통해 극적인 대회 역전 우승을 노린 본프레레호
한일전 남자축구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인 6일 열린 한일전 여자축구 경기에서 90분간 팽팽한 경기 흐름 속에 무승부를 지켜내 대회 우승을 일구어낸 여자축구 대표팀에 이어 남자축구 대표팀 역시 '남녀 대회 동반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날 일본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쳤다.
▲ 양 팀 20번 선수간의 치열한 볼 다툼 대결, 한국의 이동국과 일본의 츠보이 케이스케
특히 한국과 일본 양 팀은 지난 2003년 1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 1회 동아시아대회에서도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한 만큼 승부를 결정내겠다는 의지가 남달랐기에 이날 양 팀의 맞대결은 불을 뿜었다.
1,2차전 경기에서 시종일관 볼 점유율에서 앞서며 밀어붙이는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1승을 따내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 축구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던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일본을 상대로 강한 압박 축구를 펼쳤다.
정경호-이동국-이천수로 이어지는 최전방 공격라인이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준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이천수와 정경호의 빠른 발에 의한 스피디한 돌파를 선보이며 일본을 끈질지게 괴롭혔다.
▲ 이날 한일전에서 최전방 공격라인을 넘나들며 이천수와 함께 맹활약한 이동국(좌)과 정경호(우) 선수
이에 맞서는 일본은 정교한 패싱 플레이를 주무기로 들고 나왔으나 한국의 두터운 수비라인을 손쉽게 뚫지 못하며 고전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스피디한 돌파로 화력전을 펼친 한국은 전반 경기 동안 이천수가 거의 득점과 다름없는 슈팅 기회를 여러차례 맞이했으나 아쉽게도 선취골을 뽑아내지 못한채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반 경기를 마쳤다.
후반,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로 일본을 계속해서 몰아세운 한국
후반전 경기에 들어서서도 경기의 양상은 비슷하게 전개됐다. 앞서 열린 중국과 북한과의 경기에서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1승2무(승점 5점)를 기록해 이번 대회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섰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3-0 이상의 큰 점수차로 승리해야 자력 우승이 가능하기에 한국의 맹공은 그칠줄 몰랐다.
후반 7분, 일본 문전 외곽에서 김두현이 날린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을 일본 도이 요이치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펀칭해 막아내는 등 후반 경기에서도 한국의 공격은 그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후반 12분에는 이동국이 회심의 슈팅을 기록한데 이어 후반 16분,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두현이 날린 프리킥이 일본 골포스트를 맞고 넘어가는 등 골과 다름없는 한국의 슈팅이 계속 이어졌다.
한국에 맞서는 일본 역시 일방적인 수세에 몰리지 않고 빠르게 한국 문전을 향해 역습을 펼쳤으나 한국은 포백 수비라인의 협력 수비와 이운재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실점 위기를 잘 넘기며 계속해서 일본을 압박해 나갔다.
후반 중반부터는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본프레레 감독과 일본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지코 감독의 벤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양 팀 감독 모두 경기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중이 담긴 선수교체를 단행하면서 경기는 더욱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후반 중반, 박주영을 교체 투입하며 총력전을 폈으나 0-1로 패해
후반 29분, 대구 월드컵경기장은 다시 한번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그동안 동아시아대회에서 한번도 출장하지 않은 '차세대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후반 교체 투입한 것.
▲ 후반 29분, 교체 투입된 한국 박주영이 일본 수비를 따돌리며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박주영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붉은악마를 포함한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후반 35분을 넘어서면서도 '팽팽한 0의 흐름'이 계속되자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못지 않게 관중석에서도 한국을 연호하는 뜨거운 함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후반 막판, 한국과 일본은 서로 밀고 당기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런 가운데 승부를 결정짓는 일본의 선취골이 터져 나왔다.
후반 41분, 한국 문전 오른쪽에서 코너킥 찬스를 얻어낸 일본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흐른 공을 나카자와 유지가 방향을 바꿔놓는 슈팅으로 이운재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선취골을 성공시키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 이날 경기 결승골을 잡아낸 일본의 나카자와 유지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경기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한국의 안타까운 실점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한국은 최선을 다해 일본의 골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0-1로 아쉽게 패했다.
4위로 대회를 마무리한 한국,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겨!
박빙의 승부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게 아쉽게 패한 한국은 2무1패(승점 2점)를 기록하며 최하위(4위)로 처진 가운데 이번 동아시아대회를 모두 마무리 했다. 결국 이번 동아시아대회 남자축구 우승은 마지막 3차전에서 북한을 2-0으로 물리친 중국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 해외파를 제외한 국내파 위주의 멤버로 경기 레이스에 나선 한국은 중국, 북한, 일본과 연이어서 3차례 경기를 벌였으나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답답한 경기를 펼쳐 오는 2006년 펼쳐질 독일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전력 보강이 시급함을 드러냈다.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가 있기 전만 해도 최하위(4위)라는 성적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기에 한국팀의 아쉬움은 더했다.
한일전 경기를 마치고 모든 대회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열린 시상식에서는 한국의 이운재 골키퍼가 골키퍼상을 수상하기도 해 관중들의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제 2회 동아시아대회 남자축구 최종 순위는 1승2무를 기록한 중국이 1위, 1승1무1패를 기록한 일본과 북한이 나란히 2위와 3위, 2무1패를 기록한 한국이 4위를 차지했다.
▲ 경기는 비록 0-1로 졌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붉은악마와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에서 뜨거운 장외 응원 대결을 펼친 붉은악마와 울트라닛폰
한편 이날 한일전 남자축구가 열린 대구 월드컵경기장에는 붉은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일찍부터 붉은악마 3천여명이 응원석(N석)에 자리를 잡고 '아리랑'과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힘차게 서포팅에 나서 경기장 분위기를 달궜다.
붉은악마에 맞서 일본에서 건너온 울트라닛폰 200여명도 붉은악마 반대편 응원석(S석)에서 일본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장외 응원 대결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이날 한일전 대결에서는 한국이 아쉽게 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을 향해 붉은악마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경기장에서 치열한 장외 응원 대결을 벌인 붉은악마(위)와 울트라 닛폰(아래)
★한국 vs 일본 경기 결과 (8월7일 오후 8시, 대구 월드컵경기장/ 제2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 3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