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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포수 팔방미인 시대… 그들이 짊어진 부담

기사입력 2011.05.31 11:44 / 기사수정 2011.05.31 11:44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포수들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야구는 정보전이다. 세밀한 테이터와 경기 상황에 따른 순간적인 판단이 한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더그아웃에서는 감독이 이를 관장하지만, 어차피 매 순간의 모든 선택을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야구가 세밀화되면서 그라운드에서 내야진과 투수에게 사인을 내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포수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수비와 작전의 부담

사실 실점 위기가 아니라면 포수는 기본적으로 투수와의 호흡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그러나 일단 상대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가게 되면 포수 입장에서는 두 배로 복잡해진다. 투수를 편하게 하는 리드를 해야하는 동시에 상대의 작전을 간파해 미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격 작전이 더욱 세분화되는 추세. 단순히 히트 앤드 런, 희생 번트와 같은 작전 외에 딜레이드 스틸, 번트 앤드 런, 위장 스퀴즈 등이 판을 치고 있어 이를 대비한 볼 배합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전진 수비나 유격수의 3루 100% 커버, 2루수의 1루 100% 커버 수비 등 수비 전술도 다양해졌는데, 이때도 포수의 움직임과 그에 알맞는 볼배합이 중요하다.

게다가 이미 빠른 야구가 판을 치고 있다. 어지간한 주자는 1루에만 나가면 스킵 동작을 과도하게 해 투수를 흔든다. 이때 과감한 피치아웃 등으로 주자를 견제해야 하고, 투수의 빠른 퀵모션에 부응해 도루하는 주자를 잡아내야 한다. 또한, 타격 기술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비한 블로킹 능력은 필수다. 때문에 체력적, 정신적으로 포수들의 부담이 심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8개 구단 백업 포수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삼성 진갑용-채상병 한화 신경현-이희근 넥센 강귀태-허준 조합은 사실상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사라졌고 매치업과 상황에 따라 선발 출장 포수가 바뀌고 있다.



▲ 수비형 포수는 없다

포수도 타자다. 주로 하위타순에 배치되지만 포수가 '구멍'이 될 경우 더욱 날카로워진 각 팀 공격력이 타격을 받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 때문에 포수들은 투수와의 볼 배합 연구,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비한 블로킹 연습과 함께 타격 연습에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실제 롯데 강민호(0.322) LG 조인성(0.311)은 규정 타석 3할을 채우고 있으며 정상호(0.285)도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호타를 과시하고 있다. 두산 양의지(0.295) 진갑용(0.292)도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쏠쏠한 방망이 실력.

그렇다고 도루 저지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31일 현재 도루저지율 1위는 46.3%의 강민호이며, 양의지(42.6%) 조인성(40.7%) 정상호 진갑용(40%) 등이 40%를 상회하고 있다. 물론 이는 100% 포수의 공헌이라기보다 투수의 빠른 퀵모션과 주자의 무리한 도루 시도 등이 모두 포함된 결과다. 하지만, 최근 포수들은 어깨의 약점을 포구 후 미트에서 공을 빠르게 빼내는 동작과 송구 동작 직전 내딛는 발의 빠른 움직임으로 만회하려고 한다. 사실 경험이 적은 포수의 경우 아직 여기서 미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강철 어깨만 믿고 마스크를 끼는 포수도 없고 타격이 약해도 수비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수비형 포수는 허울 좋은 표현일뿐이다.



▲ 올해도 부상병동

때문에 포수는 각종 위험에 처해있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체력 저하 속도가 빠르다. 급속 체력 저하는 결국 큰 부상 위험으로 이어진다. 포수가 발목과 허벅지 통증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SK 박경완이 아킬레스건의 고질적 통증을 안고 있어 마무리 포수로 출장하는 것과 햄스트링과 왼쪽 발목 통증이 고질병인 진갑용이 채상병과 마스크를 나눠 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자와의 홈 충돌도 눈에 띄게 늘었다. 주자의 홈 접전 요령에 대해 충돌을 피하는 절묘한 슬라이딩과 메이저리그 방식의 정면충돌이 상충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면 충돌을 요구하는 코칭스태프가 많다. 사실 기본기만 확실하다면 포수와 주자 모두 정면 충돌하는게 오히려 안전한 방법이다. 그러나 막상 홈 접전서 서로 당황해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 나선 KIA 김상훈이 홈에서 김일경을 태그하는 과정서 왼 어깨 부상을 입어 약 열흘간 쉬었으며. 27일 잠실 한화전서 홈 쇄도하던 오선진을 막던 두산 양의지는 왼쪽 골반 부상으로 1군서 제외된 상태다.

포수란 이렇게 힘들고, 아픈 운명이다. 그러면서도 세분화되고 정교한 현대 야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수에서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어린 유망주들이 포수를 기피하는 현상이 파다하다. 이러한 포수들에게 "연봉 더 줘야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포수, 어쩌면 드러난 각종 수치로만 판단하기엔 점점 더 고되고 힘겨운 포지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조인성 진갑용 양의지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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