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FC 바르셀로나가 29일(한국시각)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하며 대회 통산 4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바르샤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이어 시즌 더블을 달성, 상승세를 이어갔다.
애초 이번 챔스 결승은 맨유와 바르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2년 전 양 팀 간 대결에서는 바르샤가 2-0으로 승리했지만, 올 시즌 맨유가 안정적인 전력을 토대로 챔스와 EPL에서 승승장구한 만큼 복수전 성공 여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경기는 바르샤의 완승으로 끝났다. 전반 초반부터 경기의 흐름을 잡은 바르샤는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토대로 상대를 압도했다. 나아가 압박에 능한 챠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경기를 조율했으며,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적절한 공간 창출을 통해 동료에게 기회를 주거나 자신이 직접 골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그림 1= 챠비와 이니에스타는 정확한 키핑력과 패스를 통해 공격의 물꼬를 텄다. 나아가 이들은 적절한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거나 상대의 압박을 이겨냈다]
지난 2008년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 바르샤는 점유율 축구의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정확한 패스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하면 바르샤 선수들은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공간을 만들었고, 그곳으로 침투하는 공격 형태를 보여줬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정확한 키핑력이 요구됐다. 이런 점에서 바르샤 선수들은 점유율 축구의 진수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선수 개개인이 정확한 키핑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번 맨유전에서도 그들은 중원에서부터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전개했다.
간단한 예로 바르샤가 백패스를 통해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유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격 전개를 이끌고자 했기 때문이다. 후방에서부터 공을 소유함으로써 상대 진용을 전진시키고 이 과정에서 생긴 뒷공간을 파고들어간다. 이는 그들의 주요 득점 루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는 조직력 향상과 연결됐다. 그들은 톱니바퀴처럼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며 상대를 쉴 새 없이 괴롭혔다. 중앙에 집중된 미드필더진이 경기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와의 원활한 호흡과 더불어 중원 장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맨유전에서 바르샤 선수들은 63%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유효 슈팅수에서 12개로, 1개를 기록한 상대를 압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772번의 패스 시도 중 667번을 성공하며 정확도 86%를 기록, 72%의 성공률을 보여준 맨유를 월등히 앞섰다.
[그림 2= 오프 더 볼은 조직력을 뜻한다. 이번 경기 선제 득점 상황에서 바르사는 2선에서 전진한 메시와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한 비야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분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간이 생기자 챠비는 오른쪽에 있던 페드로에게 패스를 줬고, 이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오프 더 볼' 상황, 즉 공이 없는 곳에서의 움직임 역시 두드러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공간 창출로 이루어졌고 바르샤는 이를 활용해 상대의 허점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이번 경기에서 바르샤 선수들은 108km를 달리며 104km를 달린 맨유보다 더 많이 뛰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통해 공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박한 것이다.
맨유전 선제 득점을 살펴보면 2선에서 공을 잡은 챠비가 페드로에게 비교적 쉽게 패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의 활발한 움직임 때문이다. 이를 세분화하면 챠비가 공을 잡고 전진하는 과정에서 메시와 비야가 맨유 수비진을 분산시켰고 자연스레 오른쪽에 있던 페드로가 이렇다할 견제 없이 기회를 잡았다.
비야의 쐐기 득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메시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중앙으로 쇄도하던 과정에서 바르샤 선수들은 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맨유 수비진의 집중력을 흩뜨려 놓았다. 결국 상대가 비야를 놓친 사이 팀의 세 번째 득점이 나왔다. 이 골로 바르샤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비야의 슈팅도 멋졌지만,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집중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공간을 만들어 낸 바르샤 선수들의 진가가 돋보인 대목이었다.
[그림 3= 변화된 바르샤 포메이션: 풀백이 오버래핑하면서 푸욜과 피케의 공간이 벌어지고, 이를 부스케츠가 메우는 형태. 일명 변형 스리백으로 불리는 대형, '리그 3연패' 바르셀로나 축구의 비밀 中 발췌]
변형 스리백 역시 돋보였다. 바르샤는 기본적으로 포백을 사용하지만, 상황에 따라 스리백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오른쪽 풀백 다니 아우베스의 활발한 공격 가담 때문이다. 아우베스가 오버래핑한 경우, 반대쪽에 있던 아비달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중앙 수비진에 합류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아비달은 공격 가담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팀의 왼쪽 수비를 책임졌다.
한편 아비달이 쇄도할 경우, 포백 위에 있던 부스케츠가 중앙 수비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스리백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푸욜(이번 경기에서는 마스체라노)과 피케가 공간을 벌리면서 좌우로 이동하면서 생긴 공백을 부스케츠가 메웠음을 의미한다.
[그림 4= 프리롤의 역할을 부여 받은 메시 그리고 바르샤의 변화된 공격 패턴: 선수들이 공간을 메워가는 동시에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진의 혼란을 일으킴. 이러한 틈을 적극 활용해 득점 기회를 얻어냈음. '리그 3연패' 바르셀로나 축구의 비밀 中 발췌]
뿐만 아니라 메시의 존재는 바르샤 축구를 최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경기 결승골의 주인공 메시는 시종일관 위협적인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를 통해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는 단순히 동료의 패스를 받고 나서 골만 넣는 것이 아닌, 2선으로 내려와 직접 공을 받고 동료와의 2대1 패스 혹은 돌파를 통해 기회를 엿봤다. 그는 적극적인 움직임과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사진 (C) 아스 홈페이지 캡처]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