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FC 바르셀로나가 21일(한국시각) 열린 최종라운드 말라가 원정에서 3-1로 승리하며 이번 시즌 대미를 장식했다. 나아가 그들은 지난 2008/09시즌부터 리그 3연패를 달성, 그 어느 때보다 위력적인 면모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애초 이번 시즌 라 리가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양 팀 모두 리그 중반까지 매서운 기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캄프 누에서 열린 라리가 9라운드는 이들의 운명을 바꿨다. 홈팀 바르샤가 레알에 5-0 대승을 거두면서 위용을 떨쳤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바르샤는 선두 자리를 유지했고 레알은 줄곧 바르샤를 추격해야 했다.
결국 바르샤는 지난 12일 열린 레반테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그림 1= 바르샤 포메이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주는 특성이 있다]
바르샤 축구의 강점은 정확한 패스와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기본적으로 바르샤는 챠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로 이어진 중원에서 공을 적재적소에 배급하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확한 패스와 선수 개개인의 키핑력이다. 바르샤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쉽게 뺏기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공을 소유한 선수 한 명에게 상대편 선수들이 몰렸을 때 생긴 공간을 활용해 공격을 전개했다. 자연스레 바르샤 선수들의 공 점유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이는 상대가 수비 뒷공간을 확실히 커버하지 않는 이상 바르샤가 원하는 방향대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바르샤 선수들은 탄탄한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톱니바퀴와 같은 원활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수치상 바르샤가 점유율의 60% 이상을 가져간 것과 정확한 패스 성공률은 선수 개개인이 능력 이외에도 미드필더가 버팀목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좌우 풀백 역시 활발히 공격에 가담하며 변형된 수비 대형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다니 아우베스가 오버래핑한 경우, 에릭 아비달(혹은 아드리아누)과 카를레스 푸욜 그리고 헤라르드 피케가 스리백을 형성했다. 또한 두 명의 풀백이 모두 공격에 가담한다면 부스케츠가 좀 더 아래로 내려와 피케, 푸욜과 함께 수비 진용을 구성했다.
특히 오른쪽 측면을 맘껏 누빈 아우베스는 공수 양면에서 무난한 활약을 보이며 팀 공격의 또 다른 구심점 역할을 했다. 달리 말하면 아우베스의 왕성한 활동량 덕분에 바르샤는 측면에서 좀 더 활발히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림 2= 변화된 바르샤 포메이션: 풀백이 오버래핑하면서 푸욜과 피케의 공간이 벌어지고, 이를 부스케츠가 메우는 형태. 일명 변형 스리백으로 불리는 대형]
※ 참고: 바르샤식 스리백은 팀의 레전드 요한 크라이프에 의해 고안됐다. 그는 선수 시절 은사였던 리누스 미헬스 감독(토탈 풋볼의 창시)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미드필더에 패스 능력이 빼어난 4명의 선수를 배치하고 공의 소유 시간을 늘리면서 공격을 전개했다. 수비는 변형 스리백으로 두면서 측면 미드필더들이 상황에 따라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여기서 더욱 발전한 것이 오늘날 과르디올라의 바르샤다.
여기에 당대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의 존재는 공격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메시는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오는 횡적인 움직임에 능숙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중앙에서 직접 공격을 전개하는 데 익숙해졌고 자연스레 바르샤 최전방 공격은 메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프리롤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였다.
게다가 메시는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데 능숙하다. 활동량이 좋은 만큼 직접적인 태클이 없을지라도 움직인 하나만으로도 상대의 공격 전개를 1선에서부터 틀어 막았다. 비록 후반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비드 비야와 원활한 호흡을 보여줬으며 신성에서 팀의 중추로 성장 중인 페드로와도 손발을 잘 맞췄다. 이들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을 토대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림 3= 바르샤의 변화된 공격 패턴: 선수들이 공간을 메워가는 동시에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진의 혼란을 일으킴. 이러한 틈을 적극 활용해 득점 기회를 얻어냈음]
바르샤 축구의 장점은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잡으며 적재적소에서 움직였다. '오프 더 볼', 즉 공이 없는 상황에서 전진하거나 후방으로 가며 이 과정에서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드필더 지역에 있던 선수가 전방으로 쇄도할 때, 동료 선수들은 단순히 공격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전개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하면 상대로 하여금 공격 전개 과정을 복잡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예측을 어렵게 하고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공격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자연스레 상대 선수들은 어느 선수를 전담 마크할지 고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바르사는 주어진 답안 중 하나만 고르면 됐다.
지난 2008/09시즌 바르샤는 세계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들은 스페인 클럽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그들은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무리뉴의 인터 밀란에 무릎을 꿇으며 챔스 우승에 실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런 점에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스 결승전은 바르샤 축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결승에서 무릎을 꿇은 퍼거슨 감독이 여느 때보다 바르샤 전력 파악에 시간을 투자했으며, 명쾌한 해답이 없는 바르샤 격파 비법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C) 문도 데포르티보 홈페이지 캡처]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