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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무승부 속 되찾은 끈끈한 야구

기사입력 2011.05.22 10:22 / 기사수정 2011.05.22 10:22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두산 김경문 감독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1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두산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연장 12회까지 4시간 넘게 진검 승부를 펼쳤으나 헛심만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종료 차임벨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김 감독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은 삼성 류중일 감독과는 대조가 됐다.

두산은 이날 전까지 5월 4승 12패로 대부진을 겪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 치지 못했고 잘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주체가 준 국가대표 라인업의 두산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타자들은 병살타가 빈번했고 찬스서 상대 투수의 유인구에 번번이 허공을 가르는 스윙을 했다.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연이어 집중타를 허용하자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물론 부상 선수가 속출했고 지금도 이종욱 등 일부 선수는 성치 않은 몸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긴 하다.

▲ 두산표 끈끈한 응집력 

그러나 이날 두산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을 상대로 특유의 끈끈한 야구를 선보였다. 선발 이혜천이 조기 강판 됐고 노경은의 3⅔이닝 5실점 부진 속 6회말 김상수의 번트 안타 때 실책까지 나왔으나 두산 타선은 끝내 동점을 만들어냈다. 따지고 보면 이날 두산은 1회 박석민에게 2점 홈런을 맞은 후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았지만 경기 중반 이후 흐름은 두산이 삼성의 철벽 마운드를 공략한 뒤 정재훈이 동점 상황을 유지하는 모양새였다.

왼손 타자에 강한 정수빈이 톱타자로 출장해 4안타를 뽑았으며 타격감을 회복한 이성열도 2안타로 중심 타선과 유기적인 화합을 일궈냈다.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도 합계 5안타를 쳐냈다. 이날 두산 1~5번 타순은 무려 11안타 6타점을 쏟아내며 삼성 마운드를 옥죄었다. 9번 오재원도 2안타 3도루로 상위타순에 밥상을 제공했다. 특히 6회 정수빈의 내야안타 타점은 사실상 2사 후 오재원의 안타와 연속 도루가 만든 것이었고 이후 이성열이 장타로 깔끔하게 정수빈을 불러들였다. 9번 오재원과 1번 정수빈이 밥상을 차리면 2번 이성열이 1차적으로 해결하고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어지는 추가 득점 전략이 되살아난 경기였다.

이윽고 5-7로 뒤진 7회와 8회에는 안지만과 권오준을 상대로 최준석과 이원석이 홈런포를 쏘아 올려 동점을 만들었다. 상위 타순서 특유의 활발한 기동력을 활용한 찬스 연결이 잘 이뤄졌고, 한 방이 필요할 때 분위기를 바꿨다. 경기 중반까지 이혜천-노경은이 7실점하며 자칫 잘못하다 야수들의 김을 빼놓을 수 있었던데다 삼성 철벽 마운드를 상대로 한 공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병살타도 없었고 득점권에서도 16타수 5안타로 나쁘지 않았다.



▲ 정재훈이 살아났다

이러한 흐름에서 정재훈이 9회부터 12회까지 4이닝 호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재훈의 호투 속 결승점을 뽑지 못한 게 옥에 티였으나 이날 연장전서 삼성 마운드를 지켰던 이우선의 구위도 정재훈 못지않게 대단했다. 정재훈은 비록 두산을 3연패 수렁에서 건지지 못했으나 그에 못지 않은 긍정 바이러스를 두산에 전파했다.

정재훈은 5월 마무리 임태훈의 스캔들 및 부진으로 인한 2군 행 속 사실상 임시 마무리로 낙점받았다. 4월 말부터 7경기 연속 무실점행진을 벌였으나 돌연 지난 18일 잠실 한화전서 2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19일 잠실 한화전서도 1실점하며 팀 분위기를 바꿔놓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연장전의 압박 속에서 4이닝 동안 3사사구만 내준 채 노히트 피칭을 했다. 특히 9회와 10회 5타자 연속 삼진은 압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불펜 투수는 역시 장기간 부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불펜이 어려운 상황인 두산 마운드에 정재훈의 부활투는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여전히 3연패 중이다. 17승 19패 2무로 6위. 하지만, 이날 두산이 보여준 끈끈한 야구 속에는 6위라는 순위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었다.      

[사진=정수빈 정재훈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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