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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감독 "'응어리 풀렸다'는 박시헌 문자 감동…최소한의 소임" (인터뷰)['카운트' 개봉④]

기사입력 2023.02.23 10:5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권혁재 감독이 '카운트'를 세상에 내놓는 마음을 전하며 영화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22일 개봉한 '카운트'는 '해결사'(2010) 이후 권혁재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새 연출작이다. 권혁재 감독은 2004년 단편 영화 '플레이 버튼'으로 데뷔 이후 '짝패'(2006) 조감독,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조감독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 왔다.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이 2016년 중반이었고, 제대로 기획에 들어간 것이 2017년이었다. 그리고 2~3년 간 시나리오 작업을 해서, 2020년 2월에 촬영을 시작해 6월까지 4개월 동안 촬영을 했었다"고 '카운트'의 여정을 돌아본 권혁재 감독은 "촬영이 끝난 지 3년 가까이가 됐는데, 언론·배급 시사회 전까지 제작진들과 계속 모니터링도 하고, 좀 더 좋게 발전시킬 수 있을 부분이 있을지 상의를 했었다"며 남다르게 다가오는 감회를 얘기했다.



주연들은 물론 조연, 단역들까지 모두 모여 대본 리딩을 진행하며 차곡차곡 '카운트'만의 서사를 쌓아나갔다.

권혁재 감독은 "저희 영화에 다양한 인물들이 짧게 많이 등장하는데, '카운트' 고사를 지낼 때 단역 분들까지 모두 모여서 대본리딩을 같이 했었다. 저희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조감독 생활을 오래 했고 (진)선규 형도 단역 시절부터 오랜 경험이 있다 보니까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선규 형과 주·조연 배우 분들, 스태프들이 모두 동의를 잘 해주셔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실존 인물인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는 권혁재 감독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권혁재 감독은 "'카운트'의 이야기를 2016년에 처음 만났을 때, 저도 준비 중이었던 영화 두세편이 무산되면서 움츠러들고 공백기가 길어질 때였다. 박시헌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면서 저도 동화가 됐고, 위안을 받았다. 그렇게 '카운트'에 꽂혔다"며 애정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 이유를 덧붙였다.


"88 올림픽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박시헌 선수가 경기를 했던 것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을 이은 권혁재 감독은 "성인이 되고 나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제 박시헌 선생님을 만나 취재를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희 영화는 1988년으로부터 10년 후, 1998년의 이야기이지 않나. 예전에는 이 이야기가 세상에 다시 나온다는 것에 대해 선생님도 가족 분들도 두려운 마음이 있으셨다고 하더라. 저희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박시헌이라는 개인에 집중을 하기보다, 박시헌이 복싱부와 어우러지고 가족들과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표현하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는데, 영화는 창작의 영역이기도 하니까 괜찮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했다. 시나리오가 수정돼 가는 과정에서도 계속 말씀을 드렸고, 또 박시헌 선생님도 저희가 힘들게 찍었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더 응원해주셨던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했다.

앞서 진선규가 박시헌 선수에게 격려 메시지를 받은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쏟았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는 "선규 형도 감정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저희가 실제 복싱 연습을 할 때도 오셔서 미트도 잡아주시고,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와 속내를 배우들에게 전해주시기도 했다. '자유롭게 영화로 만들면서, 이 영화에 맞는 연기를 씩씩하게 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고 되짚었다.



이어 "선생님 자체가 서글서글하시면서도 또 상남자 같은 모습이 있으시다. 완성된 영화를 보시고 나서 '(그동안) 응어리 져 있던 마음이 영화를 보고 사라졌다'며 장문의 문자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감개무량하더라. 저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소임을 했구나 싶었다"고 웃음 지었다.

"그래서 애착이 더 있었다"고 말을 이은 권혁재 감독은 "그리고 진선규 씨를 비롯해서 박시헌 선생님까지, 운명적으로 만난 것에 대한 기쁨도 컸다. 또 다른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까지, 정말 즐거웠던 촬영 현장이었다. 보통 감독들이 시나리오 작업부터 시작해서 현장에 가고 하면 육체적 스트레스가 클 수도 있는데, 진짜 즐거운 마음이 들더라. '내가 연출자로서 직업을 이어갈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매일 현장에 출근할 때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되새겼었다"고 얘기했다.

권혁재 감독은 "저희 '카운트'를 착한 영화라고 하는데, 보통 착한 영화라고 하면 잔잔한 분위기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 와서 보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도 있고 먹먹함도 느낄 수 있고, 저희가 생각해보면 좋을 사회적 문제에 대한 부분도 담겨 있다. 영화를 보시고 나면 아마 몇가지 기대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얻고 가시는 것이 많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용기를 얻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저희 영화에 보면 복싱을 하다가 링에 쓰러진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고, 10초라는 시간이 다시 주어지니 힘들면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네 인생에서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좌절하고 싶을 때, 포기하면 쉽겠지만 '다시 한 번 해볼까'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영화 안에서는 그 부분이 복싱으로 표현된 것이고, 박시헌 선생님이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으니그 점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카운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이들에게도 다시 한 번 진심을 털어놓았다.

권혁재 감독은 '카운트'의 제작사 필름케이의 김정민 대표와 박상아 프로듀서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 뿐만이 아닌 이 모든 것들을 다 아우르는 제작자가 계속 힘을 낼 수 있게 독려해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영화를 완성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카운트'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김정민 대표와는 오랜 인연인데, 그런 부분을 떠나 냉정하게 봤을 때도 '카운트'는 김정민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준비를 하고 또 완성을 시켰기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영화였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저 개인에게 있어서도 다음 작품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카운트'를 찍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한국 영화는 물론이고 전 세계 영화 시장에 초유의 상황들이 생겼는데, 이렇게 영화를 개봉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저희 영화가 앞장서서 무언가 희망을 보여주면서 이후에 개봉할 영화들에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마음을 전했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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