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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발목 잡힌 월드컵의 꿈! [연재4탄]

기사입력 2005.06.05 19:37 / 기사수정 2005.06.05 19:37

정대훈 기자
[한국 역대 월드컵 도전사 ④] 멕시코월드컵~서독월드컵까지 시련기

70년 멕시코 월드컵, 임국찬 PK 실축으로 본선 티켓 아쉽게 날려


1966년 8회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일구어낸 '월드컵 8강 신화'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아시아 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은 1970년 9회 멕시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지역 예선에 나섰다.

이 대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전은 한국과 일본, 호주가 참가한 가운데 1969년 10월10일부터 20일까지 동대문운동장에서 3개국 더블리그로 펼쳐졌다.

당시 강력한 1위 후보였던 호주는 첫 경기에서 일본을 3-1로 가볍게 물리치며 한국을 긴장시켰다. 호주-일본전에 이어서 벌어진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온 국민들의 관심 속에 펼쳐졌으나 경기 결과는 아쉬운 2-2 무승부로 끝났다.

일본과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야간 경기로 벌어진 호주와의 경기에서 이이우가 골을 넣으며 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1-2로 패해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10월 16일부터 시작된 2차 리그에서 일본이 호주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본선행을 향한 한 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이 이어 벌어진 일본과의 경기에서 정강지의 2골에 힘입어 일본을 2-0으로 물리치자 상황은 다시 반전되기 시작했다.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가운데 한국은 1승 1무 1패였고 호주는 2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만약 한국이 호주를 이긴다면 양 팀 모두 2승 1무 1패가 되므로 재경기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었다.

드디어 10월 20일,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한국과 호주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한국은 전반 박수일의 통쾌한 중거리슛이 호주의 골문을 가르며 승리를 따낸 듯 했으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맹공을 퍼붓던 호주에게 동점골을 내주는 바람에 경기는 1-1 동점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후 후반 20분, 다시 한국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호주 문전 깊숙이 돌파해 들어가던 이회택이 호주 수비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페널티킥에 나선 선수는 그 당시 가장 정확한 킥을 구사한다는 임국찬 선수였다. 동대문 운동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심의 신호에 맞춰 달려 나간 임국찬이 힘껏 공을 찼으나 호주 골키퍼의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임국찬의 PK 실축과 함께 한국의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 제9회 멕시코 월드컵(1970년), 한국 호주에 밀려 본선행 티켓 확보 실패

74년 서독 월드컵, 호주 때문에 또다시 날려버린 본선 꿈

제10회 서독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전은 총 15개국이 A, B그룹으로 나뉘어 1차 예선전을 펼친 후 각 그룹 1위 팀끼리 2차 예선전에서 격돌해 승자가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홍콩, 일본, 베트남,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함께 A그룹에 속해 있었고 B그룹에는 호주, 이라크,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이란, 시리아, 북한, 쿠웨이트가 속해 있었다.

한국은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태국과 함께 A그룹 2조에 속했는데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 강호 이스라엘이었다.

태국과의 첫 경기에서 김재한, 차범근, 정규풍의 골 퍼레이드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둔 한국은 이후 말레이시아와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는 0-0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1승 2무로 이스라엘에 이어 A그룹 2조 2위를 차지하며 A그룹 1조 1위인 홍콩과 A그룹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한국은 홍콩에게 전반 시작 5분만에 첫 골을 내주며 좋지 않은 출발을 보였으나 김재한, 박이천, 정규풍의 골에 힘입어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A그룹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 대결 상대는 일본을 1-0으로 꺾고 올라온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과의 A그룹 결승전 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양 팀은 연장전 승부에 돌입했으나 한국은 피말리는 연장전 혈투에서 차범근이 기록한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강호 이스라엘을 1-0으로 물리쳤다.

당시 20세였던 '젊은 피' 차범근은 대표팀의 막내였으나 이스라엘과 벌인 중요한 월드컵 예선전에서 귀중한 첫 골을 기록하면서 한국에게 승리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A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B그룹 우승국인 호주와 홈 앤 어웨이 대결을 펼치며 서독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짓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돌입했다.

호주와의 홈 앤 어웨이 대결 1차전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는데 한국이 의외로 선전하면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4년 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한국에게 예선 탈락의 아픔을 안겨주었던 강호 호주와 적지에서 통쾌한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11월 10일 토요일 오후 서울에서 호주와 2차전 홈경기를 벌였다.

투지 넘치게 호주를 밀어붙인 한국은 김재한과 고재욱의 릴레이골에 힘입어 순식간에 2-0으로 앞서며 본선행 티켓을 거의 거머쥔 듯 했다. 하지만 호주는 호락호락 한국에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전반 30분 블제빅의 헤딩슛으로 한골을 따라붙은 호주는 후반 3분만에 리차드의 롱 드로인을 이어받은 메케이가 날카로운 왼발 발리슛을 작렬시키며 한국의 골문을 갈랐다. 이로써 2-2 동점 상황.

한국은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호주와 맞섰으나 더 이상 추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2-2로 비긴 가운데 종료됐다.

1, 2차전 모두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과 호주 양 팀은 FIFA가 정한 규정에 의해 제3국인 홍콩에서 3차전을 치렀으나 한국은 전반전 내내 단 한 차례의 슈팅도 날리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고 결국 후반 25분 호주 메케이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해 서독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호주에게 내주고 말았다.


▲ 제10회 서독 월드컵(1974년),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호주에게 아쉽게 패해 본선진출 좌절

정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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