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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승' 카도쿠라, 최고령 선발이 살아남는 법

기사입력 2011.05.19 07:26 / 기사수정 2011.05.19 07:26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3전 4기만에 따낸 값진 100승이었다.

삼성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 켄(38)이 18일 대구 넥센전서 9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한일 통산 100승(95패)을 달성했다. 그것도 완투 완봉승이라서 더욱 뜻 깊었다. 그는 일본서 통산 5차례 완봉승을 달성했으나 국내에서는 이날 첫 완봉승을 따냈다. 비록 프로통산 최고령 완봉승 기록은 아니었지만, 카도쿠라는 현역 8개 구단 선발 투수 중 최고령인 만큼 그의 완투 완봉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쉽지 않았던 여정

1996년 일본 주니치에서 데뷔해 선동열 전 삼성 감독과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 코치와 함께 현역 초창기 시절을 보냈던 카도쿠라는 긴데쓰, 요코하마를 거쳐 요미우리에서는 이승엽(오릭스)과도 한솥밥을 먹는 등 한국과 애당초 인연이 있는 투수였다. 그런 그가 2009년 1월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가 쓴맛을 보고 좌절하며 선수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을 때 손을 잡아준 이가 바로 김성근(SK) 감독이었다.

일본프로야구서 76승 82패를 거뒀던 카도쿠라는 SK에 입단하면서 승수 시계를 재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 SK서 무려 14승을 거두며 확실한 선발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작년 겨울 무릎 상태를 놓고 SK와 적지 않은 마찰 속에 퇴단한 카도쿠라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 삼성에 입단했다. 올 시즌 그는 삼성서 무릎 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과시하고 있다.

한일통산 100승에 단 2승을 남겨두며 일찌감치 기록 달성이 예상됐던 카도쿠라는 그러나 시즌 초반 2경기서 타점이 낮아지는 모습 속 부진한 피칭을 선보였다. 포크볼 제구도 엉망이었다. 무릎 상태에 대한 의심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4월 15일 대구 두산전서 시즌 첫 승을 따내며 몸 상태에 대한 의심을 씻어냈다. 이후 삼성의 단단한 선발 로테이션 속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카도쿠라는 그날부터 이날 경기 전까지 4차례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잡히지 않는 승수 때문에 애를 먹었다. 매번 제 몫을 해냈으나 터지지 않는 삼성 타선과 어이 없는 실책 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것. 그 와중에 부친의 병환으로 일본에 다녀오느라 한 차례 선발로테이션을 거르며 그의 100승은 말 그대로 함흥차사가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 5경기 연속 QS… 베테랑의 표본 제시

투구 매카닉은 작년 좋아졌을 때로 돌아왔으나 승운이 따르지 않는 투수는 지레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못해 무너지곤 한다. 그러나 그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차분히 기회를 기다리던 그는 드디어 이날 멀고도 길었던 한일통산 100승 여정에 도달했다. 주무기 포크볼의 각도도 예리했고, 홈플레이트 양 모서리로 파고드는 직구에 넥센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 타선도 모처럼 일찌감치 4점을 지원했다. 이날 그의 투구수 135개는 국내 데뷔 후 최다 기록. 경기 후 그의 100승을 축하하는 팀 동료를 환한 미소로 맞이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올 시즌 중간 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2.79.

현재 8개 구단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투수 중 카도쿠라보다 나이가 많은 투수는 없다. 이미 토종 선발투수들은 20대 초,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대부분 세대교체가 된 상황이며, 외국인 투수 중 그와 동갑인 롯데 코리는 최근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경기 중반 힘이 떨어져 선발로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카도쿠라는 삼성의 6선발 로테이션 속 일정한 등판 간격을 보장받으며 올 시즌에도 착실하게 선발 평균 6이닝 동안 99개의 볼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 막판 급속도로 구위가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몸 관리를 잘한다는 방증이다.

이변이 없는 한 카도쿠라는 올 시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전망이다. 삼성의 6선발 체제의 최대 수혜자이긴 하지만, 스스로 베테랑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 불같이 빠른 강속구는 없지만, 예리한 포크볼과 맞춰 잡는 피칭으로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달리고 있는 카도쿠라. 이날 한일통산 100승을 완투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국내 최고령 선발이 살아남는 법을 만방에 알렸다. 

[사진=카도쿠라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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