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김지수 기자) "제가 말을 안 걸면 선수들이 먼저 안 오니까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다. 훈련 중 선수들의 움직임을 칭찬하고 중간중간 가벼운 농담을 건네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타격 훈련 때는 나이스 배팅, 불펜 피칭에서는 나이스 볼을 외치면서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는다. 두산이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 야구장 3개 면을 사용 중이라 쉬지 않고 움직이며 야수, 투수조 훈련을 꼼꼼하게 지켜보고 있다.
종종 직접 선수들의 훈련을 돕기도 한다.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 등 주축 타자들의 토스 배팅 때 공을 던져 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고 있다.
11일에는 캠프 시작 후 처음으로 내야 펑고까지 쳤다. 자칫 선수들이 감독의 펑고를 받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짧은 시간만 공을 치면서 훈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감독은 "펑고도 그렇고 토스 배팅도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웬만하면 잘 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아무래도 감독이 훈련 때 옆에 있으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오늘은 나도 몸을 움직여 보고 그라운드에서 움직이면 얼마나 더운지 체감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포수 플라이 훈련 펑고는 못 친다. 외야 펑고도 못 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선수들과 틈이 날 때마다 대화를 시도 중이다. 최승용, 안재석 등 어린 유망주들의 경우 '국민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선수 입장에서 팀의 사령탑에게 마음 편히 다가가기는 어렵다. 이 감독도 이를 알고 자신이 먼저 말을 걸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이 감독은 "내가 말을 안 하면 선수들도 안 한다. 그럼 서로 눈이 마주쳐도 그냥 서먹서먹하게 있게 된다"며 "그래서 내가 먼저 선수들에게 두루두루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를 시도한다. 딱딱한 이야기를 하면 힘들 것 같아서 가벼운 주제로 말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과 소통에 적극적인 선수도 있다. 외야수 김인태는 이 감독에게 먼저 질문을 건네는 붙임성을 보여줬다. 김재호, 양의지, 허경민, 양석환 등 베테랑들은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이 감독과 밝은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훈련한다. 표정도 밝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보인다"며 "많은 인원이 캠프에 와서 훈련을 하면 뭔가 조금 안 좋은 게 보일 때도 있는데 두산은 전혀 그런 게 없어서 행복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진=시드니, 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