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는 사람의 위치,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지켜야 될 예의는 지키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 자신에게서 우러나오지 않는 예의범절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과하게 뭔가를 억지로 한다든지,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가식적으로 억지로 맞춰주려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저, 바르게 살아왔어요.(웃음)" (2017.11.16. '꾼' 인터뷰 중)
가수 겸 배우 나나는 2009년 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 후 올해로 활동 1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애프터스쿨의 강렬한 무대부터 유닛 오렌지캬라멜을 통한 발랄한 매력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 왔죠.
2016년은 나나의 활동에 큰 전환점이 생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해 7월부터 8월까지 방송된 tvN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죠. '굿 와이프'에서 나나는 변호사 김혜경(전도연 분)을 살뜰하게 보좌하는 로펌 조사원 김단 역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성공적인 배우 신고식을 마쳤습니다.
이후 드라마 '킬잇'(2019), '저스티스'(2019), '출사표'(2020), '오! 주인님'(2021)을 비롯해 지난 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글리치'와 새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까지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2014년 '패션왕' 특별출연으로 인연을 맺었던 영화 쪽으로도 발을 넓혀 2017년에는 '꾼'으로 국내 스크린에도 안착했습니다.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꾼'에서 나나는 화려한 미모와 넘치는 매력으로 목표물을 현혹시키는 사기꾼 춘자 역으로 호평을 얻었죠.
2017년 11월 '꾼' 인터뷰로 만났던 나나는 "제 겉모습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너무 도시적으로 생긴 이미지 때문에 다가가기 어렵게 많이 보시기도 하더라고요. '굿 와이프'에서 차가우면서도 솔직한 걸크러시를 보여드렸는데, 춘자는 털털함 속에 귀여움과 허당기도 있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죠"라며 첫 스크린 주연 도전에 떨리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연기 호평도 겸손히 받아들였죠. 나나는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 "점수로 매기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것 같아요. 매 순간 촬영할 때, 또 모니터를 하면서도 늘 아쉽거든요. 가수와 연기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죠. 가수는 멜로디에 감정을 실어야 되는 것이고, 연기는 오롯이 제 안의 일상생활을 말로 표현하는 것인데 그게 또 어렵더라고요"라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굿 와이프' 당시 전도연은 나나를 위해 대본 리딩까지 따로 도와주는 등 나나의 연기 적응에 큰 힘을 보탰었죠. 나나는 작품을 통해 선배들의 살뜰한 조언과 든든한 지원을 얻는 것에 "너무나 넓은 마음을 갖고 계신 선배님들을 만난 것이 정말 행운 같아요. 선후배라고 선을 긋지 않고, 저를 배우로서 존중해주셨죠"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자신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하고 싶다는 나름대로의 소신도 밝혔죠.
"그런데 저는, 어떤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든 성별이나 나이같은 것에 상관없이, 지켜야 될 예의는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제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예의범절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과하게 뭔가를 억지로 한다든지,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가식적으로 억지로 맞춰주려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솔직하게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고, 감정이 좋든 나쁘든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해요."
잠시 생각에 잠긴 나나는 "아, 그리고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또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왔는지를 금방 캐치할 수 있어서 또 좋아해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저, 바르게 살아왔어요"라며 쑥스럽게 웃음 지었습니다.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가던 나나는 지난 해 10월 개봉한 두 번째 스크린 주연작 '자백'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개봉을 기다렸던 '자백'에서 나나는 사건의 결정적인 키를 쥔 김세희 역으로 분해 소지섭, 김윤진과 호흡을 맞췄죠.
이번에도 나나를 향한 선배들의 칭찬은 변함없었습니다. 변호사 양신애 역으로 출연한 김윤진은 나나를 향해 "이 친구 사고 치겠구나 싶었다. '자백'으로 나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죠.
"소지섭, 김윤진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며 선배 배우들을 향한 진심을 다시 한 번 전달했던 나나는 차분했던 작품 설명과는 또 다른 파격적인 타투가 눈에 띄는 패션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자백' 제작보고회 당시 온몸 곳곳에 거미줄, 나뭇잎을 포함해 각종 문구 등 다양한 타투를 새긴 파격적인 등장을 선보인 나나는 계속해서 화제의 중심에 서며 많은 관심을 얻었죠.
나나는 '자백' 제작보고회 이후 열렸던 '글리치' 제작발표회를 통해 "역할 때문에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제가 하고 싶어서 하게 된 타투다. 언젠가 제가 왜 이 타투를 했는지 말하게 될 날이 올 지 안 올 지는 모르겠다"고 말을 아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패션지의 싱가포르 화보를 통해 근황을 공개한 나나는 여전히 눈에 띄는 전신 타투를 드대로 드러내며 시크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전했죠. 이 역시 억지로, 가식적으로는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은 나나의 자유로운 의지 표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탄탄한 연기는 물론 개성 있는 타투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 나나의 모습은 드라마를 통해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죠. 나나는 공개를 앞둔 '마스크걸'에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로 변신해 고현정과 2인 1역을 연기하며 또 다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합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영화 스틸컷, 나나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