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김지수 기자) 사령탑 데뷔를 앞두고 있는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 특별한 '일타강사'를 초빙했다.
이 감독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좌완 다카하시 히사노리(48)에 캠프 기간 투수 인스트럭터를 부탁했고 다카하시가 흔쾌히 이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약 2주 동안 두산 투수들 지도에 나서게 됐다.
다카하시는 두산 캠프 합류 첫날이었던 9일 "이 감독은 요미우리에서 함께 뛸 때 사이가 좋았고 굉장히 젠틀맨이었다. 아마 이승엽 감독이 아니었다면 호주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산에 훌륭한 코치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내가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는 선수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방법과 생각법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카하시는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2000년 요미우리에 입단한 뒤 데뷔 첫해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 잡고 24경기(23선발) 9승 6패 평균자책점 3.18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최전성기는 2007년이었다. 28경기(27선발) 14승 4패 평균자책점 2.75로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선발투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2009 시즌에도 25선발 10승 6패 평균자책점 2.94로 제 몫을 해내며 요미우리의 센트럴리그·일본시리즈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10년 뉴욕 메츠에서 53경기(12선발) 10승 6패 8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61로 소금 같은 역할을 해줬다. 빅리그 통산 4시즌 168경기 14승 12패 10세이브 13홀드는 누구나 거둘 수 있는 성적은 아니었다.
은퇴 후 투수 코칭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친정팀 요미우리에서 투수 인스트럭터로 어린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첫발을 뗀 상태다.
다카하시는 이 감독이 직접 인스트럭터 부탁을 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 멀고 먼 호주까지 발걸음을 옮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요미우리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동고동락하면서 쌓인 '인간 이승엽'에 대한 깊은 호감이 다카하시를 호주로 이끌었다.
다카하시는 "이 감독은 생각하는 게 굉장히 스마트하고 항상 신사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렇게 프로야구 감독 자리까지 오른 것 같다"고 옛 동료를 치켜세웠다.
또 "나는 선수 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나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서 한 인간으로서도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선수였고 좋은 감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자신의 지도 철학도 짧게 밝혔다. 선수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면서 좋은 부분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견해를 전했다.
다카하시는 "아직 두산 선수들의 경기를 본 적이 없고 오늘 불펜 피칭만 봤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나는 선수의 좋은 점, 장점부터 보려고 한다"며 "장단점을 명확히 구분해서 이야기해야만 선수와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선수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시드니, 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