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 에 이어) 만약~하면(If)’ ‘어떻게 될까(Then).’
뮤지컬 ‘이프덴’의 엘리자베스는 항상 ‘만약에’라는 상상에 푹 빠져 산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프덴’은 전혀 다른 삶을 마주하는 리즈와 베스를 통해 삶의 한 선택이 가져온 변화와 운명, 사랑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데뷔 22년 차 배우 정선아에게 물었다. 만약 뮤지컬을 하지 않았다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에게서 “뮤지컬은 내 인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린 시절 뮤지컬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어릴 때 19세 때 기자분들이 쓰신 표현대로라면 ‘렌트’의 미미로 혜성같이 등장했어요. 그때 ‘렌트’를 안 했다 해도 다른 작품으로 혜성같이 등장했을 거로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나이는 더 들었겠지만 뮤지컬이 제 인생이어서 언젠가는 멋지게 등장했을 것 같아요.”
정선아는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 '뮤지컬 디바', '뮤지컬 여왕' 수식어로 불리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드림걸즈’, '노틀담의 꼽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데스노트', ‘지킬앤하이드’, ‘아이다’, ‘에비타’, ‘드라큘라’, ‘모차르트’, ‘위키드’, ‘보디가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역으로 관객을 만났다.
최근 연극,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력을 대중적으로 알리며 사랑받고 있다. 정선아는 여전히 뮤지컬 배우로의 삶이 좋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더 어렸을 때는 뮤지컬만 해도 할 게 많았어요. 그땐 지금보다 더 많이 했고 물밀듯 러브콜을 주시고 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 다른데 눈을 돌릴 정신이 없었어요. 홍보하려고 예능에 나가는 것 외에는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아요.
방송도 새로운 장르여서 너무 재밌는데 아직은 공연이 너무 좋아요.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과 있을 때 ‘내가 뮤지컬을 하려고 태어구나’ 해요. 예전에는 두렵기도 했고 정말 (드라마, 영화에) 완벽하게 핏 되지 않는 이상 뮤지컬을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지금 보면 선배님들, 동료들이 드라마로 많이 가는데 너무 멋있어요. 뮤지컬 배우들이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해 온 것들이 매체에 갔을 때 소위 말하면 '쫄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잘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제 친구들도 특히 지금 대세 중 대세가 된 저의 데뷔 동기 김호영 오빠도 예능 쪽으로 1순위가 돼 너무 보기 좋고 응원해요. 그런데 저는 뮤지컬이 더 좋아요. 제가 집에서 TV를 볼 시간이 없어 그런지 뮤지컬이 더 좋아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선아는 “어릴 때는 짧고 굵게 활동하는 게 인생의 모토였다. 세 치 혀로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고 해 죄송하다. 가늘어도 길게 사랑받고 싶다”라며 웃었다.
"어릴 때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욕심이 많았어요. 지금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이루기도 하고 '이프덴'을 통해 관객분들에게 '정선아가 드라마적인 것도 할 수 있습니다. 잘 보셨나요?'라며 다른 스텝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관객분들이 아직도 날 사랑해주시는구나, 드라마가 강한 역할도 좋아해 주시는구나 하고 알게 돼 두려움이 없어요. 사람 일은 모르지만 큰 욕심 없이 지금처럼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무대 위에서 잘 전달하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료들과 즐겁게 공연하면서 관객분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베테랑 정선아도 슬럼프를 겪었단다.
“너무 빨리 꿈을 이뤄 좋고 행복한데 어느 순간 뮤지컬이 재미없고 갑자기 싫어지는 거예요. 원하던 일을 돈을 벌면서 하니 행복한 줄 몰랐던 거죠. 배부른 소리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일도 너무 잘되고 문제 될 게 없었는데 그게 행복인지 모를 시기가 오더라고요. 감사함을 몰랐던 것 같아요.
아름다운 목소리와 무대에서 노래할 몸을 갖고 있는 것, 내가 사랑받는 것, 아무 일 없이 행복한 것도 감사한데 내가 열정과 감사가 없었구나 생각했어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뒤 모든 게 해결되더라고요. 이제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요.”
정선아의 인생 1막이 19세 때 데뷔 시절이라면 인생 2막은 결혼해 아기 엄마가 된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뮤지컬 ‘이프덴’에 대한 애정이 더 남다르다.
“인생 2막의 첫 단추를 '이프덴'을 통해 잘 끼웠어요. 그동안 했던 화려한 캐릭터도 좋았지만 나 자신에게 또 배우로서도 참 도움이 되는 작품이에요.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는데 용기 없고 두렵고 타이밍이 안 좋아서 못 했던 작품을 이 시점에 하게 됐어요. 두고두고 '이프덴' 앓이를 할 것 같아요.”
사진= 쇼노트, 팜트리 아일랜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