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4.26 01:44 / 기사수정 2005.04.26 01:44
스포츠의 구타 사건이 터질 때마다 팬들은 관행과 묵인에 대한 분노와 안쓰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지도자의 선수 구타 문제는 그 정도가 더하다. 권위자의 위치를 이용해 ‘사랑의 매’로 둔갑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프로배구 신영철 감독의 선수 폭행 파문으로 선수 구타에 대한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론은 감독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체육회에서는 이제 선수 폭력행위 방지를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선수보호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스포츠에 있어 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4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선수단 집단 이탈 사건이 터졌다. 일명 '항명파동'이라 불리는 OB베어스 선수단의 팀 이탈을 말한다. 'OB베어스 올드팬들은 94년의 기억을 잊고 싶어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충격은 컸다. 윤동균 감독이 선수들의 군기가 빠졌다며 매를 들겠다는 말에 노장 선수들을 주축으로 선수단은 강하게 반발하며 팀을 이탈한다. 선수들을 비인격적으로 다룬 것은 ‘야구 안 해도 좋으니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고백할 말을 할 만큼 괴로워운 일이었다. 당시 리더였던 박순철은 자신이 은퇴하는 대신 윤 감독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기까지 하며 결국 사건은 감독의 퇴진과 선수단의 징계로 마무리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쩌다 생긴 감독과 선수간의 불화' 정도로 인식되었을지 모른다.
2000년 7월에는 현대 여자농구선수단의 구타 사건으로 스포츠계는 또한번 파문이 인다. 팀을 맡았던 진성호 감독은 경기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일부 선수들을 구타했는데 이 과정에서 프로 2년차인 진신혜 선수의 고막이 터진 것. 고막파열로 진신혜 선수는 응급실로 옮겨졌고, 감독은 구타 사실을 부인하며 사건을 덮으려 애쓰며 선수들에게까지 거짓 증언을 하도록 강요한다.
사태를 은폐하려는 감독은 여론의 비판에 밀려 결국 WKBL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다. 농구무대에 설수 없는 감독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었을까. 감독은 영구제명 징계해제로 중국 농구팀의 감독으로 진출하게 됐지만 누구에게 내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등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 중국팀에서나마 참회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지도를 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2002년에도 기아 타이거즈의 김성한 감독의 김지영 선수 구타 사건으로 또 한 번의 폭풍이 일었다. 4연패를 당한 상태에서 선수단 특별훈련을 실시하다 감독은 '똑바로 하라'며 방망이로 머리를 친다. 감독은 이 사건을 '사랑의 매'라며 미화시켰고 김지영 선수는 머리를 여섯 바늘을 꿰매는 등 결국 이 사건으로 선수생활을 그만 두게 된다. 그 후 김성한 감독은 꾸준히 지도자로 있다 2004년에 해임됐다. 당시 언론과 구단 측은 '극적 합의'를 성공시키기 위해 병원에 있는 김지영 선수에게 야구장으로 가서 감독과 화해하는 걸 언론에 보여 달라고 했으나 단호히 거절당한다.
구단과 언론 뿐 아니라 일반 팬 누구라도 해피앤딩을 바란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보면 선수 입장에서는 절대 '해피'하지 못하다는 것은 지난 오랜 사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성적을 우선시 하는 풍토, 경기 결과가 부진했으므로 구타의 정당성을 찾으려 하는 것은 이 시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관례가 아닐까 싶다.
스포츠와 폭력, 그 사이에는 복잡하고 합리화된 관례가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다. 운동을 포기하지 못해 비인격적인 처사에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많은 선수들과 폭력 사건에 지나치게 관대하던 체육계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작년 11월에 여자 쇼트트랙팀이 구타와 언어폭력 등에 시달려 견디다 못해 감독 교체가 이뤄진 일이 있었다. 감독 교체를 이루고 나서 올 초 보란듯 첫 금메달을 따는데 성공했다. 우승 소감은 '우리나라 선수들은 풀어주면 해이해진다는 소리를 드기 싫어 더 지독하게 연습했다'였다. 그들이 알리고 싶었던 것은 승리가 아니라 자율이 강압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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