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을 관철시킬 수 있는 부분에 외국인 감독이 더 강점이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2월 3일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은 기적과도 같은 2-1 역전승에 성공했다.
1무 1패로 조 최하위였던 상황에서 조 1위 포르투갈을 잡은 한국은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한국이 골 득실이 0으로 동률인 가운데 다득점에서 앞서있어 2-0으로 이기고 있던 우루과이가 한 골이라도 더 넣는다면 탈락이 확정적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8분간 가나가 우루과이의 파상 공세를 막아줬고 경기를 마친 뒤 센터 서클에 모여 경기 결과를 지켜본 태극전사들은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역대 최장수 감독으로 4년 반 동안 만든 축구로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점유를 상대에게 내주고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던 이전과 달리 점유율을 가져오고 능동적인 경기 운영을 월드컵 무대에서 시도했고 성공했다.
4년 반 동안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대표팀에 심었고 선수들도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원팀으로 변모했다. 벤투 감독이 비판받는 시기에도 선수단은 전폭적인 지지를 드러냈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벤버지'의 타이틀을 얻고 벤투 감독은 재계약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는 오랜 시간 함께 한 한국을 떠났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사령탑을 찾아야 한다. 다가오는 3월부터 다시 FIFA A매치 일정이 시작된다. 한 달 전인 2월까지는 대표팀 감독 선임을 마무리해야 다시 다가올 2026 북중미 월드컵,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며 새로운 대표팀 구성을 준비할 수 있다.
벤투호의 맹활약을 카타르 현지에서 직접 해설한 박지성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JS파운데이션의 장학금 수여식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대표팀 선수단에선 외국인 감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묻자 박지성은 "유럽 선진축구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곳이 유럽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받고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을 관철시킬 수 있는 부분에도 외국인 감독이 더 강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박지성 본인도 한국인 감독만큼 외국인 감독을 많이 경험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PSV 아인트호번 시절 포함)을 시작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딕 아드보카트 감독, 핌 베어벡 감독(이상 대표팀), 해리 래드넵 감독(퀸즈파크 레인저스), 과거 팀 동료였던 필립 코쿠 감독(PSV아인트호번) 등 총 7명의 외국인 감독을 경험했다.
이어 벤투 감독을 예로 들며 "벤투 감독도 비판받은 부분이 '고집'이었는데 그 고집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을 바라는 점으로 보인다. 저 역시도 그 점에서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2월 이사회를 통해 국가 대표 전력 강화위원회의 새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올 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적합한 지도자를 추천하기로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