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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무토라인'을 주목하라

기사입력 2005.04.12 05:17 / 기사수정 2005.04.12 05:17

이상규 기자
K리그의 명문 수원은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여, 기량 향상 및 리빌딩에 크게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김두현과 남궁웅(현 광주) 등을 비롯한 여러명의 젊은 선수들이 수원의 주축으로 성장하거나,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높여갔다.

그중에서도 각각 2001년과 2002년에 입단한 조성환과 조병국(현 전남)은, 신인 시절부터 수원의 수비진을 이끄는 핵심 주전 선수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2002년 정규리그 초반에 수원의 4백 라인이 불안한 조짐을 보여왔고, 결국에는 공격수 박건하를 수비수로 전환 시켜 '조병국-박건하-조성환'의 견고한 3백 라인이 구축 되었다. 수원이 2003년 3월까지 3백 라인을 유지할때, 성이 조씨인 두명의 젊은 수비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조조라인'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조성환과 조병국의 '조조라인'은 수원 수비진을 든든히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서로간의 호흡을 극대화 시키면서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잘 살렸다. '홍태철 트리오(홍명보+김태영+최진철)' 이후 한국 수비진을 이끌 젊은 기대주로 주목 받은 공통점도 있었다. 2003년 올림픽 대표 시절에는, 박용호(현 광주)와 함께 3백 라인을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부상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수원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실패했고, 조병국이 올해초 전남으로 이적하자 '조조라인'이 해체 되었다.

수원은 올해 '조조라인'이 없지만, 또 하나의 수비 라인이 생겼다. 아르헨티나 출신 수비수 무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원의 주축을 지킨 가운데, 올해초 영입한 크로아티아 출신 수비수 마토가 새롭게 수원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무사와 마토의 이름 한글자 씩을 따면, 두 선수를 가리켜 '무토라인'으로 부를 수 있다. 최근 무사의 컨디션이 회복되어 주전으로 나서자, 앞으로 2명의 용병 수비수로 구성된 '무토라인'이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 수원 수비수 무사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26세 동갑내기로 구성된 '무토라인'은 K리그 내에서 희소성이 높은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K리그 용병 출전은 3명까지 허용된다. 대부분의 팀들은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쪽으로 용병 출전의 비중을 높여왔다. 용병 수비수를 1명만 출전하는 팀들이 있는 반면에, 용병 수비수가 없는 팀들도 있다. 그런데 수원은 K리그 팀들 중에서 유일하게 용병 수비수 2명 보유 및 모두 주전으로 출전 시키고 있다. '무토라인'은 K리그의 유일한 용병 수비수 콤비다. K리그 정상급 수비수로서의 기량을 갖춘 용병 들이다.

'무토라인'의 효과는 올해초 수원으로 입단한 마토의 맹활약 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3월 1일 수퍼컵이 끝난 뒤, "마토가 들어오고 나서 무사의 경기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은 마토가 데뷔전인 3월 1일 부터 4월 10일 광주전에 이르기 까지 9경기 연속 주전 수비수로 출전하면서, 상대팀에게 단 4골만 허용했을 뿐이다. 마토 영입 이후의 실점률은 1경기당 0.44골 이었다. 최근에는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마토의 영입은 수원의 수비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토라인'은 매 경기마다 가동되지 못했다. 무사가 컨디션 저하를 겪은데다, 얼마전까지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주력했다. '무토라인'이 가동된 4경기에서는 3골을 내주고, 1경기당 0.75골의 실점률을 기록했다. 마토의 맹활약으로 전력적인 효과를 봤지만, 아직까지는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 10일 광주전에서 '무토라인'이 가동 되면서, 곽희주까지 가세하자 철벽 수비를 과시하여 3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에 성공했다. 무사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상승하여 지난해 맹활약 펼쳤던 기량을 되찾은 것이, 수원 수비진의 큰 소득 이었다. 앞으로 '무토라인'을 포함한 '마토-무사-곽희주'의 3백 라인이 가동 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토라인'의 진가를 얼마든지 뽐낼 수 있는 기회와 지속적인 효과까지 바라볼 수 있다.

'무토라인'의 전력적인 공통점은 190cm대의 큰 키를 이용하여 제공권 장악과 공중볼 처리, 팀의 세트 피스시 공격에 가담하여 헤딩골을 넣는데 능하다는 것이다. K리그에서 190cm대에 속한 선수들이 많지 않지만, 무사와 마토는 각각 190cm와 191cm의 큰 키를 갖추었다. 184cm로서 높은 점프력을 활용하여 제공권 장악과 공중볼 처리에서 타팀 공격수들을 압도했던 곽희주까지 가세하면, 평균 188cm의 수원 수비진은 K리그 최강의 높이와 제공권을 자랑하고 있다.

강력한 몸싸움을 발휘하면서 상대팀 공격수를 압도하는 대인방어를 경기내내 극대화 시켰던 공통점도 있다. 수비시의 집중력과 위치선정에 능해, 대인방어가 뛰어난 곽희주와 함께 수원의 수비진을 빛내고 있는 중이다. 타팀이 공격 펼칠 수 있는 공간 및 공격 루트까지 한박자 빨리 차단하면서, 재빠르게 막강한 압박을 펼쳤다. 서로 짜임새가 분명한 두터운 수비 조직력도 또 하나의 장점 요소다. 결과적으로, 수원의 싸움닭 역할을 100% 충실히 맡고 있다.

▲ 수원 수비수 마토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수원과 상대하는 타팀들은 이들과의 정면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렸으며, 이들을 뚫고 들어갈 공간을 찾는데 실패했다. 수원 수비진에서 공격을 전개할때, 무사와 마토 같은 부담스러운 존재와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안 포터필드 부산 감독은 수퍼컵이 끝난 뒤, "무사와 마토는 좋은 선수다. 그 선수들 때문에 공격수들이 고전했다. 무사와 마토가 (부산) 공격수들을 잘 잡았다."고 언급했다.

차범근 감독은 4월 10일 광주전이 끝난 뒤, 무사와 마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무사는 우리 팀에서 잘하고 있다. 볼을 잘 차고, 센스, 제공권, 스피드 등도 있다. 무사는 지금 들어온 수비수 중에 가장 좋은 것 같다. 무사가 훌륭하나 나는 마토를 훌륭하게 본다." 이는, 차범근 감독이 '무토라인'의 뛰어난 기량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원의 정규리그와 후기리그 우승을 이끈 결정적인 주역인 무사의 수비력은 이미 검증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전 수비수를 같이 맡는 곽희주 등과 K리그 BEST 11 DF 부문에 선정될 정도다. 무사의 또 다른 콤비 마토는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과 유로 2004 대표팀 본선 멤버의 경력을 갖추었다.(A매치 6경기 출전 1골 기록) 수원이 마토를 영입한 이후 9경기에서 4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3백 라인의 왼쪽을 튼튼히 지키는 마토의 수비 공헌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조병국의 전남 이적으로 '조조라인'이 없지만, 이제는 2명의 장신 용병 공격수로 구성된 '무토라인'의 맹활약을 주목해도 될 듯 하다. '무토라인'은 올해 컵대회 1위 도약 및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세계클럽 선수권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수원 전력에 큰 힘을 불어 넣을 것이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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