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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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부천, 서울 꺾었다

기사입력 2007.03.25 20:40 / 기사수정 2007.03.25 20:40

이상규 기자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정규리그 꼴지하던 전력이 아니다. 또 2003년 정규리그에서 44전 3승12무29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던 때와는 다른 모습 이었다. 정해성 감독이 부천 사령탑으로 부임한 두 번째 해인 올해, 부천 축구는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지난해 선수들이 그동안 팽배했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수들의 자신감과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지난해 FA컵 준우승 이후 부터 상승세에 힘을 얻고 있다.

정해성 감독이 이끄는 부천이 3일 오후 3시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6분 최철우의 헤딩 결승골로 1:0의 값진 승리를 거뒀다. 전반 6분에 부천 오른쪽 코너킥을 받은 이리네가 최철우에게 헤딩으로 이어준 것을, 최철우가 서울 왼쪽 골문에서 헤딩골을 성공 시켰다. 올 시즌 첫 번째 골을 넣은 최철우는, 부천 주전 공격수 자리를 굳히게 되어 부활 신호탄을 쏘았다.

서울을 꺾은 부천은 2승1무1패로 8위에서 7위로 올랐고,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서울은 1승1무3패로 7위에서 4계단 떨어진 11위로 추락했다. 부천의 전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서울은 컵대회 우승후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이번 부천전에서는 공격력에 큰 결함을 드러냈다. 다만 이장수 감독이 포르투갈에서 직접 영입한 프랑코의 가세로 수비력이 향상 되었다.


부천, 지난해보다 전력 급상승

서울전을 통해서, 달라진 부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왔던 공격력은, 아고스 등과 같은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향상 되었다. 중원에 포진한 선수들의 패싱력이 눈에 띄게 향상 되었고, 자연스럽게 패스를 연결하면서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공격 패턴이 활발했다. 패스시의 판단력과 타이밍, 정확성이 향상 되었기 때문에 수준 높은 공격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측면에 포진한 좌우 윙백 신승호와 변재섭의 측면 돌파도 나무랄게 없었다.

서울에 비해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역습 전개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이리네가 두 명의 공격수 뒤에서 수준 높은 공격 연결을 펼친것이 큰 효과를 봤다. 이리네는 넓은 활동폭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발휘하여 부천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공격수들에게 찔러주는 침투패스가 위협적 이었다. 이 연결이 활발하다 보니, 이민성과 최원권이 버틴 서울의 중원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전반 막판에는 '아고스-최철우-이리네'의 변형된 3톱이 형성 되면서, 측면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 부천 수비수 조용형
ⓒ2005 부천SK
제공권도 강화 되었다. 아고스가 제공권에서 곽태휘에게 밀렸지만, 185cm의 최철우가 프랑코와 이정열과의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했다. 후보 명단에 있었던 187cm의 고기구까지 가세하면, 부천은 높이를 앞세운 공격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부천이 지난해보다 전력이 급상승한 요인은, 공격력 보강 성공에 있었다. 다보 공백 메꾸고 있는 아고스의 맹활약과 최철우의 부활은 부천에게 반가운 부분이다. 플레이메이커 이리네가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것과, 3선에 있는 미드필더들의 공격력 향상도 플러스 요인에 속한다.

부천은 이번 서울전에서, 공격 보다는 수비에 대한 비중을 강화했다. 노나또와 박주영등을 견제하기 위해, '김한윤-조용형-보리스'로 짜여진 3백 라인이 두터운 수비망을 구축하여 서울 선수들을 악착같이 따라 다니고 방어했다. 한순간에 무리하게 공격 가담하기 보다는, 철저히 수비진에 머무르면서 동료 선수들간의 간격을 좁혀 가면서 서울의 공격을 저지하는데 주력했다.

3선에 있는 미드필더들이 수비 위주의 경기력을 펼치면서, 수비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이렇다 보니, 공격 삼각 편대와 골키퍼를 제외한 7명의 선수가 강력한 압박을 펼쳐, 서울 공격을 철저히 봉쇄하는 경기력을 펼쳤다.

대인방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김한윤과 보리스가 분전한 가운데, 고려대 출신 신인 조용형이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주장 김정수를 대신하여 3백 라인의 중앙을 튼튼히 지켰다. 아직 볼 걷어내기가 불안하지만, 안정적인 위치선정으로 서울 공격을 활발하게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수비진에서 궃은 일을 잘 소화했고, 서울 선수들의 공격 패턴을 잘 읽어 가면서 쉽게 공격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박주영과 함께 고려대에 몸담았기 때문에, 박주영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박주영과 다른 서울 선수들의 공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신인 치고는 좋은 수비 운영을 펼쳤다. 그동안 '김한윤-김정수-보리스'의 노련하고 두터운 3백 라인을 구축했던 부천은, 젊은 패기를 앞세운 조용형의 가세가 반갑기만 하다.


서울의 수비력 향상, 문제는 공격력

컵대회 초반에 약점으로 떠올랐던 수비력은 향상 되었다. 부천의 신인 조용형이 수비 라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서울에는 신인 곽태휘가 두각을 드러냈다. 185cm의 높은 키를 앞세워 제공권과 공중볼 처리 능력에서 발군의 수비력을 과시했다. 프랑코와 이정열이 최철우에게 제공권에서 밀렸지만, 곽태휘가 높이를 앞세워 제공권에서 아고스를 압도한 것이 서울 수비진에 효과를 봤다. 패싱력과 위치선정이 좋으며, 상대팀 공격을 지능적으로 차단하는 수비 운영이 돋보이는 편이다. 지난 부산전에 이어 이번 부천전에서도 맹활약 펼쳐, 주전 자리를 점점 굳혀가게 되었다.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프랑코의 가세는, 서울 수비진에 큰 활력을 불어 넣었다. 중앙 수비 운영 능력이 좋은 선수 답게 서울 수비진을 잘 이끌었다. 특히 곽태휘 위치에 대한 손짓이 활발했고, 곽태휘의 패스가 정확하게 연결될 때 박수까지 치기도 했다. K리그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입장 이었지만, 31세의 노장 선수 답게 노련한 수비 운영을 펼쳤다. 지난해 서울 3백 라인의 중앙을 지킨 쏘우자에 비해 경기 운영이 한수 앞선 모습을 보였다.

▲ 서울 수비수 곽태휘
ⓒ2005 FC서울
프랑코가 3백 라인의 중앙을 지키면서, 동료 수비수들의 압박까지 잘 이루어졌다. 종종 최철우에 의해 제공권에서 흔들리는 기색이 보였지만, 부천 공격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잘 따라 다녔다. 호흡에서 드러난 불균형도 보이지 않았다. 프랑코 합류로 대인방어를 앞세운 수비 조직력이 강화 되었음을 확인 시킬 수 있었다. 다만 '이민성-최원권'으로 짜인 더블 보란치가, 이리네에게 번번히 공격을 허용한 것은 오점에 남는다.

공격력의 부진은 공격 삼각편대에서 나왔다. 전반 중반까지,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세 명의 선수(노나또, 히칼도, 박주영)들은, 짧고 정확한 스루패스의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부천 수비수들에게 고립 되었다. 공격력이 살아나지 않자 노나또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히칼도의 위치가 계속 바뀌어 갔지만, 문제는 서로간의 패스 연결이 유기적이지 못했다. 박주영이 개인기와 순발력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서울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 넣었지만 기복이 심한 노나또가 보리스에게 막혀 부진했고, 히칼도는 경기 상황마다 공격력과 움직임에서 굴곡이 심했다.

서울은 전반 막판에 히칼도가 중원으로 처지면서, 좀처럼 중앙 공격력을 높이지 못했다. 후반 9분에 공격수 정조국의 투입으로 박주영과 히칼도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3-5-2 대형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공격 전개시, 히칼도를 통한 2:1패스 연결이 부정확했다. 최원권을 비롯한 다른 동료 선수들이 히칼도의 날카로운 공격 연결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단점도 드러났다. 아직 히칼도와 다른 동료 선수들간의 호흡이 100% 맞지 않은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마치 2003년에 안양LG(서울의 전신)에서 활약하던 마리우의 팀 플레이에서 나타난는 단점이 한 편의 복사판을 보는 듯 했다.

유일하게 박주영과의 패스가 잘 연결 되었다. 특히 2:1 패스에서 효과를 봤다. 뛰어난 기술력과 재치, 이전보다 한층 부지런한 움직임을 발휘한 박주영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히칼도와 함께 공격력을 높이는데 주력해 봤다. 박주영이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후반 중반에 볼 터치가 적어지는 단점을 보였다. 경기를 풀어가는 운영 능력은 히칼도에 비해 처지는 편이었다.

좌우 측면 공격이 위협적이지 못한 패인도 작용했다. 서울은 주전 좌우윙백에 김병채와 이기형을 기용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측면 공격에서 별 다른 좋은 활약이 없었고, 서울은 좌우윙백이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오르게 되었다.

김병채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활발한데 비해, 볼 키핑력에서 약점을 노출하여 부천에게 쉽게 역습 공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그 이후의 볼 연결이 부정확한 문제점을 남기면서 전반 41분에 조기 교체 되었다. 김동진이 투입하면서 왼쪽 측면 공격이 살아나는 듯 했다. 김동진은 지난 A매치와 컵대회 초반 부진으로 자극을 받았는지, 교체 투입 직후부터 빠르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발휘했다. 왼쪽 측면 깊숙한 곳까지 돌파하는 저돌성을 과시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공격력 이었다. 그러나 스루패스가 부정확했고, 종종 위치선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서울의 왼쪽 측면 공격이 향상 되려면, 김동진의 활약이 살아나야 한다.

이기형은 서울 이적 이후 별 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번 부천전도 마찬가지. 오른쪽 측면에서의 활동폭이 좁은데다 움직임이 수원과 성남 시절에 비해 둔화된 모습 이었다. 이렇다보니 볼 터치가 적어지고 오버래핑에 소극적인 면을 보였다. 오버래핑을 시도한 이후의 볼 연결은 대체적으로 부정확 했다. 서울은 후반 9분에 이기형을 교체 시킨 이후에 최원권을 오른쪽 윙백으로 전환하면서, 오른쪽 측면 공격력이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히칼도와 박주영이 종종 오른쪽 측면에 포진할때 날카로운 공격력을 살렸을 뿐, 최원권은 움직임과 패싱력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오른쪽 측면에 대한 전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오게 되었다.


서울vs부천, 출전선수 명단

-서울-
GK : 박동석
DF : 이정열, 프랑코, 곽태휘
MF : 김병채(전반 41분 김동진), 이민성, 최원권, 이기형(후반 9분 정조국)
AM : 히칼도
FW : 노나또(후반 31분 이원식), 박주영
*대형 : 3-4-1-2(후반 9분 이후 3-5-2)

-부천-
GK : 조준호
DF : 김한윤, 조용형, 보리스
MF : 신승호(후반 37분 김정수), 김기형, 이동식(후반 16분 김재성), 변재섭(후반 26분 박진옥)
AM : 이리네
FW : 아고스, 최철우
*대형 : 3-4-1-2

서울vs부천, 주요기록

-슈팅 : 서울 19vs13 부천
(최다 슈팅 선수 : 박주영 7개/이리네 5개)
-파울 : 서울 24vs23 부천
(최다 파울 선수 : 이민성 5개/이리네, 최철우 4개)
-관중 : 26,831명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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