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수원은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송종국, 김남일, 안효연, 마토, 산드로 등을 영입했다. 선수 영입을 통하여 1999년 이후 6년만의 K리그 전관왕 달성 및 세계클럽 선수권대회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컵대회 이전에 벌어진 A3 챔피언스컵과 수퍼컵에서 우승하여, 지난해에 비해 전력이 강화 되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에 걸맞지 않게 최근들어 답답한 경기 운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AFC 챔피언스리그 선전 젠리바오(중국)전에서 0:0의 졸전을 펼쳤다. 한달전 A3 챔피언스컵에서 선전을 3:1로 꺾었기 때문에 의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선전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화합으로 최근들어 전력이 향상 되었지만, 수원은 송종국과 마토 등이 A3 챔피언스컵에 출전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선전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을 퍼부어 가면서 11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끝내 골을 넣지 못했다.
그런데 선전전 이전에 치른 컵대회 첫 경기인 3월 13일 부천전에서도 좋지 않은 경우가 벌어졌다. 전반 24분까지 김두현의 골로 3:0으로 앞서가면서 연이은 추가골을 넣을 것처럼 보였더니, 오히려 부천에게 2골을 허용했다. 전반 막판에 무사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하여 이리네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었고, 후반 1분에는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으로 아고스에게 추격골을 내주었다. 부천전에서 3:2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은 전반 막판부터 부진했다. 공격력의 위력은 서서히 저하 되었고, 후반전에는 미드필드 공방전을 지루하게 펼치는 경우가 잦았다.
최근 2경기 연속 좋은 경기력을 펼치지 못한 원인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선전전이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이 A3 챔피언스컵, 수퍼컵,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 컵대회 등 선수들이 쉬지 않고 뛰었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나 싶다. 우리 선수들이 많이 지친 것을 느꼈다. 부상 선수들은 여전히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깝게 말을 이어갔다.
수원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A3 챔피언스컵, 수퍼컵,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시, 오는 12월 11일에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세계클럽 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컵대회 이전에는 이미 A3 챔피언스컵과 수퍼컵에 참가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3년만에 아시아 최고의 클럽 도약과 세계적인 명문구단 발돋움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문제는 K리그 일정과 맞물려 과도한 일정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세계클럽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올해 총 50~60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이는 팀내 주축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벌써부터 체력저하로 최근 2경기 연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지난 3월 9일 호앙 안 지아라이(베트남)와의 원정 경기가 결정적 이었다. 베트남 현지에서 5:1로 승리했지만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피로도가 선수들에게 쌓였고, 부천전 경기 이틀전인 11일에야 한국에 귀국할 수 있었다. 호앙 안과의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안게 된 피로도는 체력저하로 이어졌고, 이는 경기력 저하까지 이어졌다.
수원은 몇년전 부터 타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기로 잘 알려져 왔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 송종국과 김남일 등의 영입으로 더블 스쿼드 구축이 가능하다. 호앙 안전과 부천전에서는 서로 다른 스쿼드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경기들과 선전전까지 포함하여, 1군 주전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렇다 보니, 1군 주전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2군 선수들이 경상남도 남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배 축구대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더블 스쿼드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웠다. 전재운, 윤화평, 이현진 등이 포함된 2군 선수들은 대회 때문에 1군 합류가 어렵다.
더욱이 1군 주축 선수 3명(이운재, 김남일, 김두현)은 선전전이 끝난 뒤, 국가대표팀에 차출 되었다. 당초 14일 차출 예정 이었으나 수원이 선전전을 대비하는데 선수층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한축구협회와 협의하면서 차출 시기가 선전전 이후로 변경된 것이다. 그러나 선전전에서 3명의 국가대표가 주전으로 출전했지만, 체력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일 인천전과 23일 부산전에서는, 체력저하와 국가대표 선수가 없는 어려움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수원은 2001년과 2002년에 아시안 클럽 선수권 대회와 아시안 수퍼컵 우승으로 아시아 최고의 클럽이 되었다. 그러나 그 해에는 정규리그 우승 근접권까지 갔으나 끝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한때 아시아 클럽 대회 경기 출전 후유증이 생겨, 정규리그에서 하위권을 맴돈 때가 있었다. 당시에도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면서 부진했던 것이다. 일부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올해는 정규리그 2연패,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쳐 세계클럽 선수권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9년 이후 6년만에 K리그 전관왕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등과 같은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면서, 체력저하를 안고가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차출이 앞으로도 계속되기 때문에, 체력저하로 올해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올해 수원이 정규리그를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밖에 없다.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