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과 28일 오후 10시에 격돌하는 가나는 지난 2006년 독일 대회가 되어서야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나라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카메룬과 나이지리아가 이미 올림픽을 제패하고, 월드컵에서 8강 내지 16강에 오른 뒤란 점을 감안하면 아프리카 신흥 강호라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나는 연령 초과 선수, 이른바 와일드카드 3명 없이 순수하게 23세 이하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해 치러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스페인과 폴란드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올림픽 남자축구 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1993년과 2001년에 각각 준우승, 1997년엔 4강을 달성했다. 첫 월드컵 진출 뒤 2009년 열린 U-20 월드컵에선 결승에서 브라질마저 승부차기로 제압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7세 이하(U-17) 월드컵 성적은 이보다 더 좋아 우승 2번, 준우승 2번, 4강 2번을 달성했다. '연령별 월드컵의 브라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U-20 월드컵, U-17 월드컵에서 커나간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경험을 쌓다보니 월드컵 첫 출전인 독일 대회부터 이탈리아, 체코, 미국과 함께 '죽음의 조' 속했음에도 2위로 통과, 16강을 일궈냈다.
이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8강까지 올라 우루과이에 패했는데, 도미니크 아디이아의 헤딩슛을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퇴장 각오하고 골라인 앞에서 손으로 쳐내지 않았다면 아프리카 최초로 4강에 갈 수도 있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최종예선에서 나이지리아를 따돌렸고, 첫 경기에서도 포르투갈을 맞아 두 골을 넣고 선전한 것을 보면 실력이 허상은 아닌 셈이다.
국제축구계에서는 가나의 월드컵 데뷔가 늦은 것에 대해 나이 문제를 제기한다.
U-20 월드컵이나 U-17 월드컵에서 해당 연령을 초과하는 선수들이 뛰다보니 신체 조건이나 축구 기술이 월등해 성적이 났던 것 아니냐는 뜻이다.
가나 국적은 아니지만 가나 출신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만 14세에 불과하던 2003년 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에 동시 출전하고 맹활약했던 아두가 좋은 사례다.
아두의 활약에 유럽 명문 클럽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냈지만 정작 아두는 첫 관문인 벤피카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 20살이 되기 전 잊혀진 선수로 전세계를 떠돌아 다녔다. 여권에 기록된 1989년보다 몇 년 더 일찍 태어나다보니 10대 후반에 오히려 '조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2010년대 들어선 선수들 연령 측정이 과학적으로 발전했고, '나이 논란'이 원천 봉쇄됐음에도 가나 축구 역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오히려 1990년대 후반부터 네덜란드 아약스 등 유소년 육성에 강한 클럽들이 속속 가나에 둥지를 틀면서 좋은 선수들을 키워냈고, 이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인 것이 최근 5개 월드컵 본선 중 4차례나 출전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가나 축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집안이 바로 아이유 집안이다.
이번 한국전에서도 안드레 아이유(33)와 조던 아이유(31) 등 두 형제가 가나 대표팀의 전력과 정신력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둘의 부친이 바로 가나는 물론 아프리카가 자랑하는 1980~1990년대 축구 스타 아베디 펠레다.
사실 펠레는 브라질 축구 영웅 펠레와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아프리카인들이 붙인 별칭이고, 본명은 아베디 아이유인 것이다. 훗날 '아프리카 마라도나'라는 닉네임도 얻었으니 그야말로 펠레와 마라도나를 모두 섭렵한 선수가 됐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그는 19살 때 스위스 취리히 입단으로 유럽생활을 시작, 마르세유와 리옹, 토리노, 1860 뮌헨을 거치며 36살 때(2000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클럽 무대에서 479경기 159골을 넣었으니 미드필더치고는 골도 제법 넣었다.
아베디 펠레는 월드컵에 한 번도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04년 FIFA 10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100명의 축구 선수, 'FIFA 100'에 로저 밀라(카메룬) 제이제이 오코차(나이지리아) 엘 하지 디우프(세네갈)과 함께 아프리카 선수로 아베디 펠레를 넣을 만큼 그의 실력과 공로를 인정했다.
그리고 펠레는 은퇴 뒤 아들들에게 모두 축구를 시켜 국가대표 3명을 탄생시켰는데 안드레와 조던, 그리고 둘의 형인 이브라힘 아이유가 그들이다.
특히 안드레는 가나대표팀 주장으로서 A메치 111경기를 뛰는 등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자질과 폭발력, 팀 리더 역할까지 아버지를 꼭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가나 축구 설명은 아이유 4부자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지금은 축구팬들도 널리 알고 있는 사무엘 쿠푸르(전 바이에른 뮌헨), 토니 예보아(전 리즈 유나이티드), 스테판 아피아(전 유벤투스), 마이클 에시엔(첼시), 아사모아 기안(전 선덜랜드) 등이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월드컵을 통해 가나 축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별들이다.
가나는 전통적으로 기술 좋은 미드필더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아피아와 에시엔을 비롯해 조던 아이유,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벤투호 경계대상 1호로 꼽히는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 등이 가나가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이다.
새뮈엘 에투, 은완코 카누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각각 데리고 있었던 카메룬, 나이지리아와 차별점이다.
힘과 스피드는 물론 기술까지 겸비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 중 가장 성공시대를 걷고 있는 게 가나 축구의 현주소다.
그런 가나와 태극전사들이 드디어 16강 티켓을 놓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붙게 됐다.
사진=로이터, AP, AFP/연합뉴스, 안드레 아이유 SNS, 모하메드 쿠두스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