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완패 후 선수들을 감쌌다. 경기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팬들의 야유까지 들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란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2-6으로 졌다. 전반전을 0-3으로 마친 뒤 후반전 반격을 노렸지만 잉글랜드의 파상공세에 수비 라인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이란 월드컵 역사에 남을 흑역사가 쓰여졌다.
불운도 겹쳤다. 전반 시작 8분 만에 골키퍼 베이란반드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팀 동료 호세이니와 강하게 충돌한 뒤 코피를 쏟으면서 쓰러졌다. 베이란반드는 응급조치를 받은 뒤 지혈 후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몇 분 후 그라운드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교체됐다.
이란은 백업 골키퍼 호세인 호세이니를 투입했지만 제1의 골키퍼가 이탈한 여파는 서서히 드러났다. 전반 35분 벨링햄의 선제골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사카, 스털링에 연이어 득점을 헌납하면서 이란이 자랑하는 '늪축구'의 탄탄한 수비 라인이 허물어졌다.
축구 외적인 논란도 있었다. 선발출전하는 이란 선수들은 이날 경기 시작 전 자국의 국가 연주 때 침묵을 지켰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외신들은 이란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를 최근 이란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히잡 시위와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은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후 구금 과정에서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이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혼돈에 빠졌고 사르다르 아즈문 등 이란 축구대표팀 주축 선수들까지 SNS를 통해 정부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이 잉글랜드전 참패의 여러 이유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외려 이란팬들의 야유가 쏟아지면서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에 따르면 케이로스는 잉글랜드전 직후 "선수들은 조국을 위해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들은 고향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주기 위해 여기(카타르)에 있다"고 말했다.
또 "팀을 응원할 준비가 되지 않은 팬들은 집에 있어야 한다. 축구 이외의 문제로 우리 팀을 방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란 선수들은 이란의 꿈을 위해서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에 대행하여 싸웠기 때문에 매우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 이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2019년 1월 아시안컵 8강 탈락 후 사퇴한 뒤 콜롬비아, 이집트 대표팀을 연이어 맡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이란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 확정 후 최종예선 1위를 견인했던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을 경질하고 케이로스를 다시 불러들이면서 카타르 월드컵을 지휘하게 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