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SBS 자회사이자 새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사인 스튜디오S 측이 故 이힘찬 프로듀서의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스튜디오S 故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기자 간담회를 열어 고인 사망 원인 및 현장 개선 방안 합의점 등이 실린 노사 공동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자리에는 유족 대표 이희(고인 동생) 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언론노조 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민주노총 법률원 신선아 변호사,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김유경 노무사가 참석했다.
고인은 지난 1월, 제작 총괄을 맡았던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촬영을 이어오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이달 1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은 부족한 예산 범위 내에서 작품을 무사히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 촉박한 편성 일정으로 인한 불안, 화재 및 사고 장면 촬영이 야기한 돌발변수 대응 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된 상황 등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담겼다.
이와 관련 이희 씨는 "드라마가 매회 새로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매회 새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작품이었을 것"이라며 "기존 드라마에 비해 규모나 제작비도 컸기 때문에 (형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간담회는 故 이힘찬 프로듀서가 사망한지 9개월, 노사공동조사에 착수한지 7개월 여 만이다. 당초 유족과 대책위는 고인 사망 후 노사공동 진상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으나 스튜디오S 회사 차원의 자체 조사 계획, 모회사인 SBS 사측의 참여 여부 등을 둘러싼 이견에 따라 연기됐다.
이후 3월 공동조사위 첫 회의를 개최, 4월부터 6월 초까지 30여 명의 동료와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면접 조사를 실시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공동조사위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고인이 근무했던 사업장 환경, 드라마 프로듀서 직무스트레스 요인,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 비극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대책 합의점 등을 보고서에 실었다.
또한 전날에는 스튜디오S 한정환 대표이사가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희 씨는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그날의 공기와 느낌 일어났던 일들, 제가 했던 행동들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줄은 생각하지 않았다. 사측도 처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원만하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측으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았다. 형에 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형택 본부장 역시 이날 또 한 번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드라마 제작 현장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현장과 소통을 통한 제작 기관의 확보, 개인에게 몰리지 않도록 경영진들이 고충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고인이 자랑스러워했던 SBS라는 일터가 노동자를 위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고인의 동료들이 현장에서 고충이나 어려움을 이유로 좌절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조 측에서도 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양한 개선 방안들을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방서 옆 경찰서'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사 측이 급하게 사과의 뜻을 내비치며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대책위가 스튜디오S와 SBS 양 사측이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간담회까지 열 정도로 당시 상황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보인 바 있다.
김영민 센터장은 "'소방서 옆 경찰서' 첫 방송을 앞두고 상황을 일단락하려는 마음보다는 고인의 죽음과 그 배경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며 "대책위 차원에서도 공개적인 간담회를 통해 공론화한 만큼 첫 방송 전 책임감 있는 결론을 내놓아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방서 옆 경찰서' 첫 방송을 앞두고 타이트하게 일정이 진행된 감은 없지 않지만, 꼭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우려의 시선을 일축했다.
사진=SBS, 전국언론노동조합, 엑스포츠뉴스DB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