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21:40
스포츠

우리가 굶주려 있는건 바로 격투!

기사입력 2005.02.07 03:19 / 기사수정 2005.02.07 03:19

김종수 기자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을 듯
재미있고 흥미로운 '파이터'들의 전직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때문인지 현대사회는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것저것 필요 없이 딱 하나만 잘하면 되는 전문인의 시대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 조건에서 이것저것 덩달아 잘하는 이른바 '만능재주꾼'이 더 인정받는 듯한 분위기이다.

물론 어설프게 만능이면 곤란하겠지만, 특출난 재주에 연관된 능력, 아니 한술 더 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3의 기술까지 가지고있으면 좀더 많은 관심과 보답이 따라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현직 의사가 프로복서로 데뷔하기도하고, 운동선수가 서울대에 합격하는 흔치않은 깜짝쇼가 종종 세간을 놀라게 한다.

격투기의 세계에서도 그런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모르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오직 무식하고, 죽어라 싸움 연습만 할 것 같은 그들, 그러나 잘살펴보면 또 다른 재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격투가가 있는 반면, 오히려 편할 수 있었던 전직을 그만두고 험난한 격투가의 길로 들어선 이들도 많다.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을 듯!
알고 보면 재미있는 재주꾼들의 세계를 잠시 살펴본다.


성격 활발한 우리는 싸움도 잘한다

큰 덩치와 사나운 성격답지 않게 '귀여운 괴물'로 통하고있는 밥삽과 넘치는 끼와 출중한 킥복싱실력이 일품인 바비 오르곤(Bobby Ologun)은 전직만 살펴놓고 보면 언뜻 격투가하고는 잘 안 어울려 보인다.

물론 체구와 인상 등, 외모적인 조건이야 험난한 K-1무대에서 얼마든지 먹힐 듯 하지만 타 선수들에 비해 이들의 전직은 조금 순한 편(?)이다.
먼저 밥삽, 많이 알려진대로 밥삽은 미식축구선수출신이다.
그 덕분에 온몸을 근육덩어리로 무장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운동선수출신이라고는 하나 분명 격투기와 일반스포츠는 다르다.

때문에 격투가 특유의 전투적인 감각은 떨어지지만 타고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는 해머같은 펀치는 일품이다.
정확히 노려서치는 것이 아닌 대충 보이는 대로 휘두르고 뻗어대지만 웬만한 성인 남성의 허벅지를 연상시키는 팔뚝에서 솟구쳐 나오는 파워는 전문격투가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언젠가 링위에 오를 때 '격투 경력 없음, 무술영화 비디오는 많이 봤음'이라고 소개되어 실소(失笑)를 머금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1월 K-1 공식사이트(www.k-1.co.jp)를 통해 '올해에 최고로 기대되는 선수는?'이라는 제목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어네스트 호스트, 제롬 르 밴더와 함께 최상위권을 구성한 바비 오르곤은 놀랍게도 코미디언출신이다.

98Kg 185Cm의 체격조건을 갖춘 나이지리아출신의 바비 오르곤은 코미디언 출신답게 대중을 끌어들이는 쇼맨십이 뛰어나며 나이는 73년생으로 조금 많은 편이지만 킥복싱으로 단련된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다.

코미디언출신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일난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K-1 PREMIUM 2004 Dynamite'에서 '마르세이유의 악동' 시릴 아비디(Cyril Abidi)를 판정(Decision)으로 누른 바 있다.

배운 우리들도 링에서는 거칠다



▲트리쉬 앞에서 '금발미녀'는 멍청하다는 편견은 버려라

현 K-1 그랑프리 챔피언 '플라잉 젠틀맨' 레미본야스키는 링 밖과 링 안의 이미지가 판이하게 다른 선수로 유명하다.

은행원이라는 전직답게 안경을 쓰고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말 그대로 잘생긴 신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거기에 부드러운 입가의 미소까지 더해지면 누가 그를 격투기선수로 알겠는가…그러나 양복 속에 숨겨진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근육은 링 위에만 올라가면 흐르는 땀방울과 함께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던 얼굴 표정은 한 마리의 표범으로 돌변한다.

최고 인기의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에서 활동하고있는 스파이크 더들리(Spike Dudley)와 메이븐은 교사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레슬링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에 쇼적인 부분이 강해, 다른 격투기종목에 비해 그 신빙성이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링 밖의 한 부분인 전직까지 속이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더들리 보이스의 막내 스파이크 더들리는 176cm에 68kg으로 프로 레슬러중에는 무척 작은편이고 메이븐 역시 실력보다는 걸출한 입담으로 관중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가 낳은 '미녀레슬러' 트리쉬 스트라투스(Trisha Stratigias)는 의사지망생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바로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고 한다. 금발미녀 거기에 거친 운동까지 하는 여성은 멍청하다는 세간의 편견도 그녀에게는 통하지않을 듯 하다.


흥! 전과자라고? 이젠 링 위의 투사라 불러라

지난 1990년 사망한 프로복싱 세계미들급챔피언 출신의 록키 그라치아노는 소년기의 대부분을 소년원과 감옥에서 보낸 전과자출신이다.

헤비급의 전설 록키 마르시아노와 함께 프로복싱사의 양대 록키 신화로 불리는 그는 자칫 그대로 망가져 버릴 수도 있었던 인생을 복싱이라는 운동을 통해 바꾸어버린 인간승리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묵중한 펀치를 무기로 국내이종격투기계의 흔치않은 스타중 한명으로 꼽히고있는 '한국의 타이슨' 서철 역시 불우한 시절을 복싱을 통해 극복한 케이스이다.
전국체전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프로에 와서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있고 한때 몸담았던 조직의 끊임없는 협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록키 그라치아노와 서철뿐 아니라 복싱 쪽에는 유독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많은데, 울분을 참기 힘든 이들에게 복싱은 단순한 격투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외 WWE의 '흑표범' 부거티, '파워플레이어' 네이션 존스 등도 전과자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전과자라는 것을 전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훌륭한 선수들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없고 말이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겪고도 힘든 위치까지 올라온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성공적인 행보를 진심으로 빌어주고  싶다.


아마레슬링은 어디서든 다 통한다

체력, 힘, 기술 그리고 근성까지… 일명 아마레슬링이라고 불리는 이 운동을 한 이들은 의외로 타종목, 특히 격투기 쪽에서 큰 강세를 보이고 있다.

WWE의 커트앵글은 얼 멕크레디, 대니 호지, 딕 허튼에 이어 프로레슬러 출신으로서는 네 번째로 미국아마레슬링 명예의 전당에 오른 양대레슬링계의 거목이다.

대학시절 116승 2무 10패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던 그는 헤비급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체구를 가지고있음에도 놀라운 힘과 근성으로 아마에 이어 프로레슬링에서도 강자중의 강자로 꼽히고 있다.

UFC나 PRIDE같은 이종격투기무대에서도 아마레슬러출신의 선수들은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무대에서 '프레데터'라는 악명 높은 별명을 얻은 실베스터 터키, 사쿠라바와 함께 일본격투기계의 간판급으로 군림하고있는 후지다 카즈유키, 그리고 노게이라나 효도르가 나타나기 전까지 최강의 사나이로 군림했었던 마크 콜먼(Mark Colman)까지…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전에 배웠던 아마레슬링기술을 주특기로 이종격투기계에서 스타급으로 당당히 생존하고있는 선수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작년 말에 있었던 PRIDE남제에서 일본유도의 자존심 요시다를 무참히 무너뜨린 룰런 가드너, 해외격투기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있는 한국선수인 '부산중전차' 최무배 역시 아마레슬링의 마스터들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 체조를 무시하지 마라

'파이터 바키'를 잇는 인기격투만화영화인 '에어 마스터(エアマスタ-)'의 주인공 아이카와 마키(相川摩季)는 184cm의 거구 여고생으로 엄청난 점프력과 다양한 공중테크닉을 바탕으로 수많은 격투의 강자들을 굴복시킨다.

주로 스트리트 파이팅으로 전개되는 이 만화에서 주인공이 배운 운동은 다름 아닌 체조이다. 격투가인 아버지와 체조선수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마키는 한때는 각광받는 체조유망주였으나 갈수록 커지는 신체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울분과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점차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체조? 어찌 보면 전혀 격투기와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신체 각 부분을 최대한 움직여야되는 특성상 어떤 운동 못지 않게 힘들고, 보통사람은 흉내내기조차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 등은 얼추 격투기와 닮은 부분도 많다.

작년 가을에 열린‘KBS스카이라이프배 네오파이트 대회'에서 라이트급 준우승을 차지하며 떠오르는 신예로 각광 받기 시작한 정두제씨는 국가대표 체조선수출신이다.

고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3학년 때는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각광받는 유망주였던 그는 2004아테네올림픽 '비운의 스타' 양태영과 함께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기량을 연마해왔으나 대학 3학년 가을, 연습도 중 불의의 허리부상을 당한 끝에 체조를 중도포기 할 수밖에 없는 불운을 겪는다.

모교인 서울체고에서 체조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던 중 TV를 통해 이종격투기를 시청하다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체력테스트를 거쳐 '김미파이브 이종격투기 신인선발전'에 나섰던 것.

곱살한 외모에 여성스러운 이미지까지 풍기지만 체조로 단련된 파워와 유연성, 그리고 순발력은 웬만한 격투기선수들을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그 외 WWE의 인기디바 몰리홀리 역시 한때는 잘 나가는 체조선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의 직업군들…

WWE: 잭나이프 파워밤이라는 피니쉬기술로 유명한 케빈내쉬는 나이트클럽경호원이었으며 데뷔시에도 이런 특성을 살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었었다.

리키쉬나 골드버그는 풋볼선수 출신, 디본 더들리는 우체부, 그리고 장신트리오인 언더테이커, 케인, 빅쇼는 훤칠한 키의 영향 탓인지 농구를 했던 경력들이 있다.

종합격투기: 교도소에서 제소자들을 상대로 인간심리에 대한 분석공부라도 했던가…? K-1 최고수중 한명인 어네스트 호스트는 교도관 출신이다. 이런 전직 때문인지 그의 플레이에서는 은근슬쩍(?) 그러한 경향이 보이는 듯 한데, 아무리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여 요리하는 모습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럽게 과거의 모습과 매치 되어 연상되는 느낌이다.

용맹무쌍의 대명사 미르코 크로캅은 크로아티아 경찰관출신이다. 억지로 끼워 맞추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외모와 절제된 플레이스타일을 봤을 때 참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외 힘하고 맷집 빼면 시체인 '또 하나의 사모아괴물' 마이티 모는 벌목꾼 출신, 안토니오 이노끼의 은퇴전 상대로도 유명한 돈 프라이(Don Frye)는 소방관출신, 지난 남제경기에서 최무배에서 패했던 자이언트 실바(Giant Silva)는 브라질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이다.

'막싸움의 대가' 게리 굿리지(Gary Goodridge)는 세계 팔씨름대회를 무려 9연패한 최고의 '팔뚝'으로 더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동맥님 뉴스클럽



김종수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