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올해 K리그는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팬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끌어모으는 첫 해가 됐다. 선수들의 몸짓에 관중이 열광한 가운데 특히 이청용(34·울산)과 이승우(24·수원FC), 백승호(25·전북) 등 유럽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활약이 경기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2006년 FC 서울에서 데뷔, 2009년 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로 떠난 뒤 약 11년 동안 유럽 축구를 경험하고 2020년에 울산에 입단한 이청용은 올해 새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을 올리면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시즌 베스트 11 및 MVP를 수상하며 프로축구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활약상은 두배가 됐다. 좋은 선수들이 즐비했음에도 뒷심 부족으로 고배를 마셨던 울산의 과거 모습은 이청용 리더십 앞에서 사라졌다. 울산은 17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또 K리그 팀으로는 최초로 통산 600승을 달성했다. 올해 최다 관중 경기 1, 2, 4위가 울산 홈 경기였을 정도로 울산은 전례 없이 관중몰이에 성공했는데 축구종가에서도 통했던 이청용 플레이도 팬들 모으기에 한 몫했다.
이청용이 베테랑으로 해외파 기량의 진수를 선보였다면 올해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는 K리그의 주목도를 업그레이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깊은 반향을 남겼다.
유소년 시절부터 톡톡 튀는 성격과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승우는 FC바르셀로나 유스팀과 이탈리아 세리에A 베로나에서 뛰었다는 점에서 큰 이슈가 됐다.
수원FC 입단 직전 벨기에와 포르투갈에서 고전,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는 개막과 동시에 사라졌다.
이승우가 K리그1 14골 3도움으로 팀내 득점 및 공격포인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리그 전체로 따져도 득점 3위, 공격포인트 7위다. 팬 서비스도 남달라 골을 넣은 뒤엔 그라운드 한 켠에서 시원한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강해 ‘홈승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시즌 K리그1 12개 구단 중 평균 관중 1000명대로 가장 적었던 수원FC는 올해 이승우 효과와 함께 평균 관중 3162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승우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한 백승호도 유턴파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유럽생활을 청산하고 전북에 입단한 백승호는 뛰어난 기량과 풍부한 경험, 선후배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입단 2년차인 올해 부주장직에 올랐다. 성적도 준수해 리그 30경기에 출전, 2골 5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FA컵 우승과 K리그1 준우승,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기여했다.
백승호는 전북 활약을 바탕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꾸준히 들어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도 유력하다.
백승호에 이어 이승우까지 올해 국내 무대에 합류하면서 K리그1 개막전에선 전북-수원FC 맞대결이 펼쳐져 화제가 됐다.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가 "라 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 센터) 출신 백승호와 이승우의 이색적인 만남"이라며 "백승호가 홈에서 옛 동료 이승우와 붙었다"고 다뤘을 정도다.
3명 외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 뛰다가 2년 전 유턴한 전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33·서울), 프랑스와 독일에서 뛰다가 군입대를 위해 지난해 한국으로 온 권창훈(28·김천)까지 올해 다부지게 K리그 무대를 누벼 자신의 기량을 입증한 것은 물론, 한국 축구 미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