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7-02 03:09

'믿음과 마음으로 지켜드리겠습니다'

기사입력 2005.02.01 02:53 / 기사수정 2005.02.01 02:53

김종수 기자




경비원들의 세계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현대사회.

새로운 산업들이 많이 창출되는 것과 더불어 각종 재해나 범죄의 위협 또한 증가추세에 있다.

국가적으로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될 정도로 범죄의 양상은 점점 심각성을 띄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궁극적인 목표로 내일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국민의 요구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늘어만 가고 있는 위협과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적·시간적인 면에서 취약한 경찰은 여러 가지부분에서 어려움을 토하고 있다.

개개인들은 경찰이 항상 옆에서 보호해주고 돌봐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 또는 특정 단체가 스스로의 자위적인 자기보호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한 민간경비의 중요성은 나날이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진정한 경비는 마음까지 지켜드리는 것이죠"

'든든한 은행의 파수꾼' 임치균씨'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제가 있으면서 별다른 사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큰 손실을 받을 수 있는 업무특성상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한빛은행에서 김제지점에서 근무하고있는 임치균(29·신풍동)씨는 경력 1년 차의 청원경찰이다.

원광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전기 쪽에서 일하다 우연한 계기로 경비업무계통에서 근무하게된 그는 이일을 계기로 많은 면에서 자기발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들어 올 때는 침입한 강도나 잡고 그럴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니더군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고객의 소중한 돈을 보호하는 것이겠지만 또 다른 면에서 청원경찰은 해당은행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은행 안으로 처음 들어올 때 고객에게 가장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는 청원경찰이다.

듬직한 체구에 남자답게 생긴 그의 제복 입은 모습에 어려움을 느껴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함빡 머금는 인상을 보고는 이내 마음을 풀고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진정한 경비란 재산만이 아닌 그 마음까지도 든든하게 지켜줘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임치균씨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

"사람이란 다 때가 있고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왜 이 일을 하는지 왜 내가 지금 서있는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문에 단 한 분의 고객을 대하더라도 나와 소중한 인연이 얽혔다는 생각에 최대한 성의와 정성을 베풀고 싶어요"

"저는 제집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할아버지 맥가이버' 오순탁씨 

김제시 검산주공아파트에서 경비반장으로 있는 오순탁(64)씨의 일과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돌아간다.

"오씨, 부엌에 싱크대가 이상해"

"할아버지, 우리 집 강아지가 없어졌어요"

사방에서 불러대는 통에 식사할 시간조차 불규칙하다는 그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다반사라고 한다.

생활하면서 조금만 불편한게 있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을 불러대는 입주자들 때문이다.

"허허…제가 바뻐보이나요? 글쎄요. 한가한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눈 코 뜰 새 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에 너무 바뻐서 정신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으나 되려 자연스러운 반문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이다.

"수십 년을 이렇게 살아왔기에 오히려 이런 생활이 자연스럽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 먹고 할 일이 없어서 소외감에 빠진 노인들도 많은 것 같은데 이렇게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행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순탁씨가 아직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은 결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슬하에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두고있는데 번듯하게 성장해 각각 변호사와 경찰, 사업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연히 자녀들은 이제 그만 쉬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까지는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한다.

"사실 같은 일을 수십 년 동안 하게되면 그쪽에는 도가 트기 때문에 자칫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전체아파트가 전부 내 집이고 입주자들이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경우가 틀려진답니다"

커다란 집과 엄청난 대식구를 거느리고있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부자인 가장(?)이다. 

"경비원이라기보다는 고객 분들의 집사이고 싶습니다"

'믿음을 싣고 달리는 경비원' 황성근씨 

"생각해보면 저희들만큼 엄청난 일을 하고있는 사람도 없는 듯 싶어요. 고객들은 저희에게 모든 재산을 전부 맡기고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에요"

경비업체팀장으로 일하고있는 황성근(45·KT텔레캅)씨는 근무 중 수시로 믿음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되새긴다.

자신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 고객들의 신뢰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경비업체직원에 대하여 인상이 강렬하고 무술이 뛰어난 특공대원 같은 이미지를 연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물론 무술에 능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면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부가사항일 뿐 필수사항까지는 아닙니다. 경비업체직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가족 같은 편안함을 심어줄 수 있는 철두철미한 직업의식과 활짝 열린 마음가짐이지요"

황성근씨가 우리지역을 맡아 일을 하게된 것은 이제 1년 정도 되었다.

다행히 큰 사건·사고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비벨은 주기적으로 울렸고 그는 수시로 출동해야만했다.

가끔 술 취한 주인이 보안장치를 끄지 않고 집이나 가게 안으로 불쑥 들어가거나 농장 같은 곳에서 쥐가 발견될 경우 예민한 센서는 여지없이 작동한다고 한다.

"짜증이요? 글쎄요…솔직히 고객의 안전이 항상 머릿속에 박혀있는지라 이런 해프닝이 벌어질 경우 짜증보다는 안도의 한숨이나 너털웃음밖에 안 나던데요"

경비를 맡고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다른 부분에서 고객들을 돕기도 한다.

고객이 아플 때는 앰뷸런스 역할도 자청하고 집안의 집기를 수리해야하는데 젊은 남자가 필요할 때는 득달같이 달려가 도움을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차피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이니 만큼 경비원보다는 고객 개개인분들의 집사이고 싶은게 솔직한 제 마음이랍니다"

많은 고객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황성근씨는 오늘도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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