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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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지젤, '걸작' 반열에 오를 가능성 높은 이유

기사입력 2011.04.26 05:15 / 기사수정 2011.04.26 14:0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1, 고려대)를 향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실전 무대에서 뛰지 못한 1년간의 공백이 김연아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피겨 인생의 정점을 찍은 김연아가 다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25일(한국시각) 있었던 첫 공개훈련에서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올 시즌 첫 선을 보일 쇼트프로그램인 '지젤'을 연기한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가볍게 뛰어냈다. 실전경기처럼 최고의 스피드와 파워를 활용해 뛰지 않았지만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는 상당했다.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 등 지난 시즌에서 선보였던 점프의 질은 여전히 뛰어났다. 공백 기간 동안 김연아의 관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챔피언에 등극했을 때와 비교해 지금의 김연아는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스텝의 현란함과 안무의 깊이는 더욱 물이 올랐다. 실전 경기에서 자신이 해왔던 것을 실수 없이 한다면 '지젤'은 '록산느의 탱고'와 '죽음의 무도' 그리고 '제임스 본드 메들리'의 명맥을 잇는 '걸작'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여자 싱글에서 볼 수 없었던 3+3 콤비네이션 점프, 김연아가 선사하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유니버셜 스포츠'는 "김연아가 지난 시즌 동안 여자 싱글에서 볼 수 없었던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들고 나왔다"고 보도했다. 2010-2011시즌 시니어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한 무라카미 카나코는 트리플 토룹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점프의 조합은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중 가장 난이도가 쉬운 기술이다. 첫 점프가 러츠나 플립으로 이루어지는 3+3이 진정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로 인정받는다. 올시즌 여자 싱글 무대에서 러츠와 플립이 들어간 트리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는 나오지 않았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을 김연아는 쉽게 성공해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모두 성공시켰다. 점프의 질과 비거리도 뛰어나지만 점프 성공률도 매우 높은 점이 특징이다.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은 습득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매우 필요하다. 가장 교과서적인 점프를 구사하는 김연아는 이 점프 조합을 지속시키기 위해 꾸준히 연마했다. 점프를 완성하는 것도 쉽지않지만 그 기술을 오랫동안 갈고 닦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도 매우 어렵다.

다른 선수들이 트리플 악셀이나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김연아가 평소에 뛰던 대로 이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시킨다면 '폭풍 가산점'이 예상된다. 지젤의 클린 연기를 위해 트리플 + 트리플 점프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안무와 스텝, 프로그램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그저 뛰어난 스케이터와 예술성을 갖춘 스케이터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빙판에 서는 짧은 순간동안 연기를 하지 않고 기술 구사만 하고 나오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김연아의 지도자인 피터 오피가드(52) 코치는 "김연아의 예술성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오래전부터 완벽한 기술을 갖춘 김연아는 꾸준하게 예술적인 연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에 있다.



손동작과 표정연기 그리고 빙판을 스쳐가는 스케이팅은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다. 안무와 스케이팅이 밸런스를 갖추는 점도 매우 어렵다. 김연아는 이러한 부분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첫 공개연습을 통해 '균형의 조화'가 완성된 안무를 선보였다.

연기 막판에 선보인 직선스텝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줬다. 빙판을 가로지르는 스피드도 여전했고 기술 하나하나에 쏟는 집중력도 뛰어났다.

지금 현재까지 나타난 연습 결과와 과정만 볼 때 '지젤'은 피겨 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아의 진정한 도전은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있지만 '지젤'을 완벽하게 연기하는데에 있다.

'록산느의 탱고'와 '죽음의 무도' 그리고 '제임스 본드 메들리'가 피겨사를 장식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전경기에서 완벽하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도 '순위'와 '최고 점수' 그리고 경쟁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본인의 관심은 오로지 새로운 프로그램의 완성에 있었다. 관능적인 탱고를 추는 무희에서 무도장의 강렬한 댄서로 변신한 김연아는 관능적인 본드걸을 연기해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지금은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비련의 히로인 지젤'로 돌아왔다. 빙판 위에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 김연아의 노력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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