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인턴기자) '오일머니'를 앞세운 카타르가 주요 국제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 끝에 "카타르를 2023 AFC 아시안컵 개최국으로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달 중동 최초로 월드컵을 여는 카타르는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또 다른 국제대회도 품게 됐다.
카타르가 유치에 성공한 대회는 월드컵과 아시안컵 뿐만이 아니다.
AFC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2024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장소 단일 후보로 카타르를 추천, 사실상 개최지로 낙점했다.
월드컵과 아시안컵, 올림픽 최종예선 등 아시아 국가들이 참가할 수 있는 메이저대회를 카타르가 1년여 남짓한 기간에 싹쓸이한 셈이다.
카타르는 지난 2011년 아시안컵, 2016년 U-23 아시안컵(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여는 등 가까운 2010년 이후 아시아 내 굵직한 축구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10여년이 지나 두 대회를 또 유치했다.
카타르의 대회 유치 성공 배경으로는 가스 등 천연자원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자금, 이른바 '오일머니'가 꼽힌다.
카타르와 2023 아시안컵 유치를 경쟁했던 대한축구협회도 "카타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AFC에 자국 기업 스폰서 추가 참여, 자국 방송사의 대규모 중계권 계약, 아시안컵 대회 운영비용 지원 등 막대한 재정 후원을 약속했다. 또 2022 월드컵을 위해 건립한 최신 경기장을 아시안컵에 활용, 대회 인프라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접근했다"라고 카타르의 자금력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카타르의 이런 국재대회 독식이 아시아 축구계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시안컵은 대개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됐다.
최근 들어선 2007년 동남아 4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2011년 카타르, 2015년 호주,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아시안컵을 열었다.
내년 아시안컵은 이런 지역 순환 개최 관례가 적용돼 동아시아에 속한 중국이 원래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후 중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유행이 심화되면서 대회 유치를 포기하자 이웃 국가인 한국이 정부까지 나서 재빠르게 대회 유치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이 1960년 이후로 아시안컵을 개최하지 않았고,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점을 명분 삼아 AFC 집행위원회를 설득했다. 아시아 대표로 월드컵 본선에 10회 연속 진출하는 등 축구 실력에서도 최고라는 점을 앞세웠다.
그러나 한국 측의 이런 명분은 카타르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AFC에 통하지 않았다.
축구계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중동 국가 외에 어느 누가 큰 대회를 선뜻 열어보려고 하겠느냐"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