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고 던질 준비가 돼있습니다.”
‘야생마’ 이상훈이 2002년 한국시리즈 때 명언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6일 공개된 웹 예능 '스톡킹'에 출연한 이상훈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을 돌아봤다. 당시 LG 트윈스의 수호신이었던 이상훈은 9회 이승엽에게 동점 3점포를 허용하면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당시를 회상한 그는 “동점 홈런 전에 던진 직구가 이승엽의 몸쪽으로 갔는데, 몸이 안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라면서 “그래서 경기를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슬라이더를 던져 병살을 노렸지만 홈런으로 이어졌다”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당시 페넌트레이스 4위였던 LG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이상훈의 투혼이 없었다면 가능할 수 없었다. 이상훈은 당시 포스트시즌에서 8경기 18⅔이닝에 출전하며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지친 체력의 여파를 무시할 순 없었다.
한국시리즈 막판엔 세 경기 연속 등판해 지칠대로 지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때 6차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양상문 당시 LG 투수코치가 이상훈에게 “나갈 수 있겠냐”라고 묻자, 이상훈이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고 던질 준비가 돼있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이에 이상훈은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코치진이 던지라면 던지는 건지 왜 물어보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다시는 이런 이야기를 하시지 않게끔 해드리려고 ‘코치님, 이런 거 물어보시지 마시고 그냥 나가라고 해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린 게 이렇게(퍼지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상훈의 투혼에도 LG는 웃을 수 없었다. 이상훈이 동점 홈런을 맞자 LG는 최원호를 올렸지만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다. 동점 홈런을 맞은 이상훈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화장실에서 혼자 멍하니 있었다고. 이상훈은 “홈런을 맞은 게 미안해서 시상식 때 못 나오겠더라. ‘은메달을 뭐하러 다나’라는 생각에 화장실에만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움 속에서도 큰 힘을 받은 기억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벤치에서 버스로 걸어가는데 어느 누구도 우리한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게 참 힘이 됐다.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방송에서 이상훈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인으로의 변신, 잠실야구장에서 해외 인기 밴드 ‘메탈리카’와 맞붙은(?) 사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진=유튜브 '스톡킹' 캡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